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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로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 현대 코나 N

코나 N은 오로지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맹목적인 목표를 향해 진화했다. 그 선택은 과감했고 결과는 놀랍다

2021.09.12

 

3~4년 전의 어느 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의 장소에서 현대 코나 N의 양산 날짜가 정해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 수많은 개발자와 마케터가 달려들어 그 어려운 일을 실제로 해냈다. 코나 N의 등장이 놀라운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현대가 계획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현대가 개발했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현대가 양산했다는 점이다.

 

고성능 소형 SUV란 상품 콘셉트로 경영진을 설득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나 N의 존재와 상품가치는 논리로 만들어내기가 어렵기 때문. 경쟁 상대와 비교하거나 시장 데이터를 조사해서는 제품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제조사도, 소비자도 머리보다 가슴으로 이해하는 게 빠르다.

 

 

물론 코나 N이 세상에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명확했다. 현대 유럽법인도, 현대 미국법인도 이  차를 팔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래서 이 차는 가장 모호한 콘셉트를 갖고 있으면서도 가장 넓은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유일한 N이 됐다.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없는 유일한 N. 키가 가장 큰 N. 유일하게 터레인 모드를 갖추고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N.

 

흥미로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본 코나와 비교해볼 때, 코나 N은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엔진 출력을 높이고 고성능 타이어와 서스펜션을 끼운 정도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새롭게 조율했다. 동시에 N 라인업의 다른 모델과는 다른 분명한 캐릭터도 가졌다. 경험해본 결과 벨로스터 N은 균형이 뛰어난 고성능 해치백이고, 아반떼 N은 웃음기를 싹 걷어낸 진지한 고성능 세단이다. 반면 코나 N은 ‘가장 재미있는 N’이 목표였다. 비교적 커다란 덩치와 불리한 공기역학 구조에도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맹목적 목표로 진화한 결과다.

 

 

도심 고속도로에서, 굽이치는 산길에서 그리고 서킷에서까지. 차의 한계를 경험할 때 나는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다. 코너를 향한 움직임이 SUV라고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너의 입구로 뛰어들 때 차 앞머리는 언더스티어 성향을 분명히 가지려 했다. 하지만 동력을 전달하는 앞바퀴는 전자제어 기계식 차동장치(코너 카빙 디퍼렌셜)의 도움을 받아 코너 안쪽으로 밀어붙였다.

 

동시에 단단한 서스펜션은 적극적인 하중 이동이 필요할 때 뒷바퀴 접지력을 유지할지 말지 결정하게 해줬다. 코너링 한계에서 브레이크를 살짝 밟거나, 스티어링으로 좌우 페인트 모션을 주는 것만으로도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오버스티어를 살짝 이용할 수 있었다. 코나 N은 절대 둔하지 않았다. 코너링이 자유로웠다. 원하는 대로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었다.

 

빨간 버튼을 누르면 신세계가 열린다 

 

이런 움직임이 가능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차체강성이다. 코나 N은 기본형보다 차체 용접 포인트를 36개나 늘렸다. 맞다. 수치로는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테스트 도중 타이어를 확인하기 위해 차체 앞쪽 서비스 포인트에 수동 잭을 넣고 차를 들어 올리면서 차체 강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앞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질 즈음, 뒷바퀴도 동시에 들어 올려졌다.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다. 차체 비틀림 저항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였다.

 

NGS. ‘N 그린 시프트’라 불리는 부스트 모드도 강화했다. 운전대 오른쪽에 달린 빨간 버튼을 누르면 엔진과 미션, 사운드가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뀔 뿐 아니라, 변속 타이밍마다 매치 엔진 회전수를 약간씩 더 높이는 파워 시프트(NPS)가 활성화된다. 동시에 엔진 터보차저가 오버부스트를 허용하면서 엔진 최대 출력이 10마력 오른 290마력(토크 상승 수치는 명확하지 않다)을 기록한다.

 

 

그런데 그 변화가 체감으로도 뚜렷이 느껴진다. NGS를 누르면 분명 차가 좀 더 힘차고, 과격하게 가속한다. 이 기능은 벨로스터 N DCT부터 사용한 것이지만, 코나 N에선 부품의 내구성 강화로 한 번 사용하고 다음 사용 가능 때까지의 대기 시간을 기존 90초에서 40초 수준으로 크게 줄인 점이 눈에 띈다. 이건 트랙 데이 참가자 입장에선 실로 극적인 변화다. 한 랩 평균 1분 30초인 서킷에서 NGS를 두 번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달리기를 위한 다양한 기능이 들어갔다. 핵심만 요약하면 운전대의 N1, N2 버튼에 원하는 주행 모드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N 모델 최초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스포츠 매터 디자인을 사용했다. 중앙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에서 차의 컨디션을 훨씬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여기에 한국 KIC와 인제 스피디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명 서킷 데이터가 심어져 있다.

 

 

그래서 서킷에 가면 자동으로 랩타임 측정이 가능하다. 배기음은 다른 N들보다 차분한 편이다. 대신 운전석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들린다. 단순히 팝콘 사운드로 무장한 게 아니라 풀 가속 업 시프트 시 들리는 공기음(뱅(bang) 사운드)과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 들리는 후연소 사운드(팝(pop) 사운드)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청각적으로 큰 즐거움을 준다.

 

코나 N은 날카롭고 섬세한 운전감각으로 무장한 본격 스포츠카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이 차를 선택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어떤 달리기 성능이 만족감을 줄지 제대로 겨냥하고 있다. 이건 제품 판매량과 상관없다. 이 차는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도가 뛰어나다. 엔지니어의 혼이 실려있다. 그러니 SUV의 테두리 안에서 실용성이나 다목적성의 논리로 가치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차를 리뷰하며 내가 고민한 결과에 대한 답도 비슷했다. 좋은 차가, 좋은 차의 가치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일단 운전석에 앉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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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태영(자동차 저널리스트)PHOTO : 홍석준(어시스턴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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