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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스테디 셀러,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티구안은 늘 반듯했다. 바른 생활 이미지는 언젠가부터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집착이 된 것만 같았다. 신형 티구안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그건 집착이 아니라 습관임을 일깨워줬다

2021.09.14

 

어쩌다 보니 늘 반듯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철들기 전에는 가끔씩 우스운 실수도 저질렀는데 어느 순간부터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 기준이 되는가 싶더니, 그만 허튼짓을 해서는 안 되게 되어버린 사람들 말이다.

 

 

그걸 깨닫는 순간부터는 삶이 조금은 피곤해진다. 팔다리 쭉 펴고 널브러져 있고 싶더라도 주위에 아무도 없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스트레스받을 때는 남들처럼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 싶지만, 고성방가는커녕 혹여 술김에 말실수라도 하지 않았을까 바짝 신경 쓰느라 맘 편히 취하기도 어렵다. 그러는 사이에 또렷해진 이미지는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사람의 정체성으로 굳어져버린다. 적당한 긴장감만 참고 버틸 수 있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바른 생활 이미지’는 그리 나쁘지 않다. 그 덕에 누릴 수 있는 이득 또한 만만찮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준중형 SUV 티구안이 세상에 태어난 지 햇수로 15년째다. 2007년 폭스바겐 브랜드의 첫 준중형 SUV이자 투아렉에 이은 T-패밀리2탄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특이한 이름을 커뮤니케이션의 맨 앞머리에 내걸었다. 헤드램프는 호랑이의 눈을, 테일램프는 이구아나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타이거(Tiger)와 이구아나(Iguana)의 이름을 붙여 만들었노라며 작명 뒷얘기도 상세히 소개했다. 폭스바겐 차가 으레 그렇듯, 반듯하면서도 보면 볼수록 은근히 매력 있는 스타일은 티구안을 금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날 이후 티구안은 단 한 번도 잘 팔리지 않은 적이 없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무려 600만 대 넘게 팔려나갔다. 그 전부터 있던, 그리고 그 후에 나온 모든 동급 SUV들은 ‘티구안보다’, ‘티구안처럼’이라며 항상 티구안과 모든 걸 비교했다. 어느 순간 티구안은,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의 눈길을 받아야 하는 삶에 접어들고 말았다.

 

디젤 게이트 때는 티구안이기 때문에 더 따가운 눈총을 감수해야 했다. “어떻게 그가 그럴 수 있나”라는 팬들의 실망과 “그도 결국 다를 게 없었다”라는 경쟁자들의 환호 사이에서 어지러운 몇 년을 버텨야 했다. 그럼에도, 한 템포 늦게 되돌아온 2세대 티구안은 2020년 국내 수입 SUV 시장에서 유일하게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넘기며 유전자 깊이 새겨진 ‘이기는 본능’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지난 7월, 폭스바겐코리아 미디어 데이를 통해 공개한 신형 티구안은 2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에 해당한다. 15년째임에도 공식적으로 아직 2세대인 점은 다분히 유럽 브랜드다운 모델 사이클이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부분변경과 페이스리프트를 적절히 활용해온 덕분에 초대 티구안과 현행 모델을 비교해보면 놀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름과 개념은 그대로이나, 차체 크기와 디자인 디테일 등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전장과 파워트레인의 개선은 두드러진다.

 

직전 모델과 비교해 외모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화려하지도 않고 멋 부리지도 않지만, 반듯하면서도 세련돼 보이는 폭스바겐 특유의 디자인은 여전히 유효하다. 언뜻 변한 게 없는 듯한 디자인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이전과 다른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최근 폭스바겐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에 맞춰 더 넓혔고, 그에 맞춰 보닛은 더 높였다. 차체 뒷면으로 가면 새로운 서체로 박아놓은‘TIGUAN’ 이름이 두드러진다. 외관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디자인과 기능을 모두 새롭게 다듬은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지능형 조명장치인 IQ.라이트를 배치했는데, 어둡고 긴 터널의 굴곡 구간이나 지하주차장의 원형 오르막길을 달릴 때면 벽면에 비치는 헤드램프가 주변 불빛이나 상황에 맞춰 조명 방향과 각도를 계속 조절하는 게 선명히 보인다. 가로등 없는 어두운 국도를 주행할 때는 마주 오는 차의 램프 불빛을 감지해 맞은편 운전자의 시야까지 어느 정도 보호해준다.

 

 

실내의 디테일 변화 폭은 더 크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선택에 따라 속도 등 주행정보와 내비게이션 지도, 주행보조장치 작동, 오디오 플레이 상태, 차량 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단조로운 고딕체 한글이 아쉽지만, TFT 컬러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기대 이상이다. 9.2인치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의 메뉴 화면은, 티구안이 오랫동안 쌓아온 ‘바른 생활 이미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 다양한 메뉴 앱을 실로 단정하게 배열해놓았다. 재미는 없어도 엉뚱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모범생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본사가 개발했다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이전과 비교하면 큰 진보를 보여준다. 다만, 설정한 진행 방향을 너무 옅은 색으로 표시해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점이 다소 아쉽다.

 

 

시동을 걸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연결되는 스마트폰 연결성도 흠잡을 데 없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와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 무선 앱 연결도 구미를 당길 요소들. 프레스티지 모델의 경우 운전석과 동승석 모두 전동식 메모리 시트를 구성한 것도 장점이다.

 

 

파워트레인은 기본적으로 변함없다. 다만, 기존 2.0ℓ 디젤엔진 대비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대폭 낮춰 유로6d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한다. 새 엔진의 소음은 상당히 잘 억제되어 있다. 공회전 때는 디젤엔진 특유의 음감과 잔진동을 느끼게 되지만, 온도가 올라가고 나서부터는 매끈매끈한 회전질감이 계속 이어진다.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과하지 않게, 스스로의 템포에 맞춰 정확히 이어가는 변속도 신뢰감을 준다.

 

운전자 보조기능도 꽤 정교하게 작동한다. 가속페달도 밟지 않고 운전대도 붙잡지 않을 바에는 왜 운전석에 앉느냐는,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아직 갖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게 참 떨치기 힘든 유혹이기도 하다. 신차를 운전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이 장치를 작동해보는데, 그 결과에 따라 브랜드나 차종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신형 티구안의 통합 운전자 보조기능은 ‘트래블 어시스트’라 부른다. 운전대 왼쪽 스포크의 버튼만 몇 번 누르면 쉽사리 작동한다. 꽤 격하게 굽이진 구간도 알아서 통과하고 앞차와의 사이에 다른 차가 급히 끼어들어도 부드럽게 받아내며 거리를 유지한다. 사실 요즘 자율주행 보조기능은 일종의 디폴트. 신형 티구안의 트래블 어시스트는 다분히 폭스바겐답게 ‘모범답안st.’로 작동한다.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 유지 등 모든 관련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접근성도 좋다.

 

트래블 어시스트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방추돌경고 프론트 어시스트, 긴급제동시스템, 사이드 어시스트, 후방 트래픽 경고, 파크 파일럿, 차선유지보조, 사각지대 모니터링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차선 중앙유지 기능이 상당히 좋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5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몇 초간 주행하다 보면 몇 차례 경고를 보내고 이를 무시하면 스스로 강력한 제동을 건다.

 

에코 모드로 맞춰놓은 상태에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관성주행 모드로 들어간다. 물론 권장 사항은 아니지만, 마치 수동변속기를 중립에 둔 채 도로 높낮이를 이용해 고속도로 주행하는 것처럼 연비 면에서는 상당한 혜택을 기대할 만하다. 관성주행 중에 가속페달을 밟으면 금세 변속기가 연결되면서 정상적인 주행모드로 돌아간다.

 

 

신형 티구안은 티구안이 원래 잘했던 것들은 더 정밀하게 다듬고, 새로 추가한 기능들은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 기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너무 심심할 줄 알았던 사이드라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선과 면이 교차하는 뜻밖의 디테일이 드러난다. 차체 앞부분의 선이 옆면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고, 그게 다시 후면부까지 쭉 연결되며 단정해 보이지만 단정하지만은 않은 묘한 스타일을 연출한다. 언뜻 극히 평범해 보이나, 오랫동안 봐도 지루하지 않을 수 있는 디자인의 비밀이 바로 이런 데 숨어 있었던가 보다.

 

 

이전보다 많이 커졌지만, 크다고 할 수는 없는 차체다. 실내도 불편할 것 없는 공간임은 틀림없으나 남아돌 정도는 아니다. 정확히 달리고 제대로 멈추는 건 분명한데, 화끈하거나 폭발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알고 보면 온갖 첨단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음에도 평범해 보이기만 하다. 과하지 않게, 차분히 설득해간다. 이 모든 게 다 티구안이 2007년 데뷔 이후 지금껏 해오던 일들이다. 잘하는 걸 선뜻 드러내지도 않고, 좋아하는 걸 함부로 티 내지도 않는다.

 

신형 티구안은,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티구안 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능숙하게, 이번엔 살짝 티를 내면서 말이다.

 

 

현존하는 가장 진보한 디젤엔진 폭스바겐 EA288 evo 신형 티구안의 숱한 매력 중 핵심은 바로 차세대 EA288 에보(evo) 엔진이다.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이전 대비 약 80%까지 줄였으며,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d 규정치(80mg/km)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다. 오는 2025년 발효 예정인 ‘배출가스 규제 끝판왕’ 유로7 예상 기준치(30mg/km)도 여유 있게 통과했다. 비밀은 새로 개발한 트윈 도징(Twin Dosing) SCR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차체 하부에 자리 잡은 제2의 SCR 촉매 컨버터. 엔진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이 컨버터 덕분에 상부 배기가스 온도를 100℃ 이하로 낮출 수 있고, 그 덕에 배기가스 후처리 수준은 한층 더 올라갔다. 디젤 엔진은 기본적으로 가솔린 엔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반면, 연소 과정에서 질소산화물을 만들어내는 건 단점이다. 폭스바겐 EA288 에보 엔진은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변환시키는 방식을 새로운 해결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결과 신형 티구안의 토크는 종전 34.7kg·m에서 36.7kg·m로, 연비는14.5km/ℓ에서 15.6km/ℓ로 나아졌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0g/km에서 121g/km로 줄었다. 전동화를 가장 강력하게 추진하는 폭스바겐이지만, 기존 내연기관 개선 역시 멈추지 않고 있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청사진 못지않게 현실적 진보 또한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Specification Volkswagen The New Tiguan


기본 가격 4060만 원
차체 구성 앞 엔진, FWD & 4WD, 5인승, 4도어 SUV
엔진 직렬 4기통 2.0ℓ 디젤, 150마력, 36.7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공차중량 1696kg(FWD) / 1771kg(4WD)
휠베이스 2680mm
길이×너비×높이 4510×1840×1635mm (4WD: 4510×1840×1645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14.2, 17.6, 15.6km/ℓ (4WD: 12.3, 15.0, 13.4km/ℓ)
CO₂ 배출량 121g/km(4WD: 142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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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우성PHOTO : 최대일(UP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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