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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엠블럼 붙여도 되겠는데? BMW 120i M Sport

FR 구동계의 1시리즈가 신형에서 전륜구동으로 돌아선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이번에 1시리즈 가솔린 엔진이 수입된 것은 그 일을 덮는 보상처럼 여겨진다. 120i와 118d를 함께 저울질했더니 보상의 크기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120i는 S 엠블럼이 덧붙어도 좋을 만하다

2021.09.28

 

 

BMW 1시리즈. 사실상 유일한 후륜구동 콤팩트카라는 점에서 가치가 충분했다. 그런 1시리즈가 F20에서 F40으로 넘어오면서 돌연 전륜구동으로 돌아섰다. 심지어 국내에는 디젤만, 그것도 저마력형인 18d 모델만 들여왔다. 이런 형편이라면 골프보다 1시리즈를 좋아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다.

 

BMW는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차를 만든다. 아울러 BMW코리아는 시장의 분위기를 재빨리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다행히도 최근 본사와 지사의 시너지가 난 듯하다. 이제야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 소비자들이 원했던 1시리즈가 수입되었으니까. 주인공은 가솔린 2.0L 엔진의 120i와 M135i다.

 

편집장은 내게 “120i와 M135i 중 평론하고 싶은 차를 고르라”고 했다. 이럴 땐 더 궁금한 차를 택해야 한다. 나는 M135i보다 120i를 알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남에게 1시리즈를 권할 때는 “M135i를 사야 한다”며 떠들어댈 테지만 ‘내돈내산’할 땐 120i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120i가 118d를 대체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지 알아보고자 디젤 버전을 함께 비교해보기로 했다. 

 

BMW 120i M 스포츠 

BMW 118d 조이 

 

돋보이는 M 스포츠의 상품성 본격 비교에 앞서 조이 트림과 M 스포츠 트림의 장비 차이부터 짚어보자. 우선 검정 1시리즈는 120i M 스포츠 모델이다. 감귤색은 118d 조이 모델로 신형 1시리즈 중 가장 엔트리 트림이다. 조이는 17인치 휠에 225/45 사이즈 타이어를 신는다. F20 1시리즈는 기본 휠이 16인치였는데 이제 1인치 커진 거다. M 스포츠는 18인치가 기본이다. 비례상 17인치는 옹색하고 18인치가 적절해 보인다. 결정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건 M 스포츠가 M135i 판박이의 외모를 품는다는 점이다. 여기 비하면 조이나 어드밴티지 범퍼는 뮌헨에서 만든 듯 건조하고 따분하다.

 

BMW 118d 조이 

 

실내에서도 차이 난다. 118d 조이는 기아 소형차의 ‘트렌디 등급’ 같다. 요컨대 시트에는 직물이 쓰였다. 인테리어 트림도 아무 감정이 없는듯한 무광 실버다. 혼 캡은 시작차에서 떼어온 것 같다. 마치 “이래도 살 거냐”고 들이미는 느낌이다. 그나마 120i 어드밴티지는 118d 조이보다 실내 질감이 낫다는 후문이다.

 

BMW 120i M 스포츠 

 

120i M 스포츠의 다코타 가죽은 차급에 비해 사치스럽다. M 스포츠 운전대도 멋지다. 인테리어 트림은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품었다. 조이와 M 스포츠 모두 10.25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센터 모니터가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마찬가지. 그런데 묘하게 M 스포츠 쪽이 확 고급스럽다. 기아 같은 118d와 달리 120i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탔다는 걸 일깨웠다. 다만 두 차 모두 대시보드 질감이 처참할 정도로 나쁘다. 촉감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저렴해 보인다. 

 

BMW 120i M 스포츠 

BMW 118d 조이

 

120i는 S 배지가 필요해 120i의 엔진 최고출력은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다. 수치는 별거 없어 보이지만 이 유닛이 미니에서는 ‘쿠퍼 S’가 된다. 20i여도 결코 만만한 성능이 아니라는 소리. 한편 118d는 이름과 달리 2.0L 디젤 터보다. 대신 저마력형으로서 150마력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대토크가 35.7kg.m라서 가솔린보다 한층 강하다. 변속기는 양쪽 모두 가로배치 엔진 옆쪽에 달라붙은 8단 자동. 

 

시승은 120i부터 했다. 120i는 엔진 회전감 내지 작동감이 가볍다. 아이러니한 표현이지만 실린더 안쪽에서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부드럽고 가뿐하다. 여기다 날쌘 변속기까지 지원사격하니 차가 쾌활하다. 빠르고 느림을 떠나 완성도 면에서 100점을 주고 싶다. 누군가 내게 ‘잘 만든 파워트레인’을 꼽으라고 하면 앞으론 120i의 것을 제시할 테다.

 

 

118d는 으레 시끌벅적하고 터덜거릴 거라 예상했다. 내가 틀렸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엔진음이 공조장치 송풍 소음에 묻혔다. 음량도 작은데 음색까지 부드럽다. 10년 전 320d의 N47 디젤에 비하면 소음과 진동이 30%도 안 되는 것 같다. 심지어 그 차는 ‘3’이었고 오늘 시승차는 ‘1’이다. 10년 만의 발전이 놀랍다.

 

 

120i의 가속은 날쌔다. 제원보다 빠르고 날렵하게 내달린다. 엔진은 저회전 토크감이 풍성하고 고회전에서는 맵싸한 맛을 낼 줄 안다. 사실 어떤 국산차의 3.3L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373마력) 구간에서만 큰 힘을 내고 3,000rpm 밑에서는 흐리멍덩하다. 변속기는 운전자의 요구를 무시한다. 그 차의 파워트레인은 120i처럼 활력 있게 움직였어야 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 똥차를 출고 3개월 만에 팔아 치우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118d로 돌아오자. 압축착화하는 1시리즈는 불꽃점화하는 1시리즈보다 초반에 둔중하게 굴었다. 대신 중속 영역에서는 호쾌함을 선사했다. 애석하게도 그 감정은 잠깐에 그쳤다. 이윽고 고회전 영역에 접어들면 마치 모터 어시스트가 빠진 하이브리드처럼 느려진다. 한 줄로 정리하면 초반과 고속에서는 120i가 빠르고 중속 영역에서만큼은 118d도 만만치 않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1시리즈 디젤은 처음에 조용하다 싶더니 시승할수록 특유의 깔깔대는 소음이 거슬렸다. 30분 정도 몰면 정숙하다고 여겨지지만 귀가 익숙해지니 사정이 달라진 거다. 잠깐의 시승 때는 구매를 주저할 만한 포인트가 아닐 수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운용한다고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질 만하다.

 

 

FF여도 괜찮아 잠시 파워트레인 얘기로부터 빠져나오자. 우리는 이 차가 후륜구동을 버리고 전륜구동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그 불만을 말끔히 잠재우려면 신형 1시리즈는 ‘후륜차보다 좋은 전륜구동차’여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은 우리 머리와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찬 채 달리기 시합을 이기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BMW는 그 일을 해냈다. 앞바퀴굴림 1시리즈를 시승하기 전까지는 이 차가 미니 쿠퍼 S와 느낌이 비슷할 거라고 예측했다. 논거는 ‘전륜차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경험이었다. 한데 내가 틀렸다. 그 사실을 아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시리즈는 전륜구동차 특유의 불쾌한 선회 감각을 씻어냈다. 

 

 

예컨대 전륜차로 선회할 때 언더스티어가 날 만한 상황(빠른 진입)을 들어보자. 이때 가속 페달을 꾹 누르면 어떻게 되는가. 대개의 전륜구동차들은 선회 라인이 확 부풀면서 거동이 흐트러진다. 시선이 코너 안쪽을 보고 있어도 차는 코너 바깥으로 밀려난다. 그렇다면 신형 1시리즈는? 운전대를 돌린 각도 그대로 따라 돌아간다. 이건 내가 알던 대중형 전륜차 움직임이 아니다. 심지어 미니 쿠퍼 S도 이런 상황에서는 ‘푸시 언더’를 낸다.

 

신묘한 선회 특성은 M 스포츠 서스펜션의 120i뿐만 아니라 스탠더드 섀시 쓰는 118d도 마찬가지다. 기계식 LSD 품은 레이스용 차처럼 거칠지 않되 XDS 같은 브레이크 기반 선회 시스템보다 자연스럽다. F20 1시리즈가 상당한 언더스티어 성향이었던 걸 생각한다면 운전재미 때문에 신형 1시리즈를 거부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어차피 국내에서 살 수 있는 1시리즈는 전부 오픈 디퍼렌셜이기도 했으니까. 신형 1시리즈는 후륜구동의 선대 모델만큼 훌륭하고 재미있다. 게다가 좋은 파워트레인의 120i는 더욱 그렇다. 

 

 

디젤과 가솔린 사이에서의 고민 약 10년 전의 수입차 시장을 기억하는가. 그땐 BMW의 20d 무리가 시장을 집어삼켰다. 520d와 320d는 늘 내수판매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필자도 그때 320d로 한 대 거들어서 잘 기억하고 있다. 한데 고작 10년 만에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친환경 트렌드가 주효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는 번개탄 역할을 했다. 금세 디젤차는 사서는 안 되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도 118d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모든 가솔린 BMW는 고급휘발유를 넣어야 하지만 디젤은 그 고민이 없다. 실연비가 120i보다 50%쯤 잘 나오는 것도 현실에서는 적잖은 차이로 다가온다. 중속 영역에서만 120i보다 빠르다고 했지만 사실 평소 주행환경의 대부분은 중속 영역에 해당하니까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1시리즈를 구매할 때는 어떨까? 결국 경제성으로 점철된 118d보단 120i를 고르고 싶다. 유류비 부담을 상쇄시킬 만큼 파워트레인의 완성도가 높아서다. 마지막 내연기관차를 사야 한다면 더욱 20i를 택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118d는 스포츠 드라이빙에 완벽히 대응하기 어렵지만 120i는 그게 가능한 수준을 이뤘다. 120i는 120iS로 나와도 좋을 뻔했다. S 엠블럼이 덧붙을 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전륜구동 해치백임에도 갖고 싶다는 생각, 120i 덕에 처음으로 해보게 됐다.

 

 

BMW 120i M SPORT

기본가격 46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F, 5인승 
엔진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192마력, 28.6kg·m
변속기 스텝트로닉 스포츠 8단 자동
공차중량 1490kg
휠베이스 2670mm
길이X너비X높이 4320mmX1800mmX1435mm
연비(시내,고속도로,복합) 9.7, 13.0, 11.0km/ℓ
CO₂ 154g/km

 

BMW 118d JOY 

기본가격 424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F, 5인승  
엔진 직렬 4기통 2.0ℓ 디젤, 150마력, 35.7kg·m
변속기 스텝트로닉 스포츠 8단 자동
공차중량 1520kg
휠베이스 2670mm
길이X너비X높이 4320mmX1800mmX1435mm
연비(시내,고속도로,복합) 13.0, 16.2, 14.3km/ℓ
CO₂ 133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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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정상현(자동차 칼럼니스트)PHOTO : 홍석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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