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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앞으로도 이 세상 단 하나뿐일 슈퍼카, 애스턴마틴 빅터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이 차를 시승한 매체는 <모터트렌드>뿐이다!

2021.11.22

닷지의 공격적인 공기역학 패키지의 혜택을 받은 바이퍼 ACR의 무게감을 빅터에서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부르르 와앙!!” 애스턴마틴의 V12 7.3ℓ 자연흡기 엔진이 폭발적으로 살아나면서 땅이 흔들린다. 바주카포 구경만 한 사이드 파이프에서 바리톤 음색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4점식 안전벨트 버클을 단단히 매고 운전대를 오른손으로 붙잡는다. 클러치를 밟고 뭉툭한 목재로 만들어진 변속기 레버를 1단으로 옮긴다.
 
그렇다, 애스턴마틴 빅터는 유일무이한 모던 슈퍼카다. 이는 단지 빅터가 세상에 오직 한 대뿐이어서도, 또 앞으로 계속 이 한 대뿐일 것이라는 이유 때문만도 아니다. 그리고 부유한 벨기에인 차주가 약 500만 달러(약 58억 원)를 애스턴마틴에 지불하고 커스텀 제작했다는 이유 때문만도 아니다.
 
오히려 6단 수동변속기가 빅터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든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VJ와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는 점점 커지는 탄소배출 규제에 반항하는 차들이지만, 곧 자연흡기 V12 엔진을 역사 속으로 묻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그렇지만 빅터처럼 꺼져가는 V12의 불씨에 열정적으로 격노하는 차는 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빅터는 그들 중 유일하게 클러치페달을 갖고 있다.
 
1970년대 DBS 기반의 애스턴마틴 RHAM/1레이서를 연상케 하는 비스포크 탄소섬유 패널 아래로는 새로 단장한 원(One)-77 원형의 탄소섬유 섀시가 숨어 있다. 원-77은 2009년 제네바 오토쇼에서 애스턴마틴이 선보인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도로 주행이 가능한 프런트 엔진 슈퍼 쿠페다.
 
V12도 같은 원형에서 왔지만 코스워스가 재건하면서 최고출력 836마력에 84.9kg·m의 최대토크를 내도록 바꾸었다. 이는 원-77의 750마력과 69.1kg·m보다 높은 수치다. 로즈 조인트 푸시로드 서스펜션과 탄소세라믹 브레이크는 애스턴마틴이 2015년 제네바에서 공개한 벌칸(Vulcan) 하이퍼카에서 가져왔다.
 
 
사진으로는 빅터의 비범한 존재감을 모두 담아낼 수 없다. 가까이에서 보면 엄청 길고 낮고 넓으며, 한 마리의 야수 같다는 표현 외엔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 살짝 레트로 느낌도 있지만 표면과 디테일 처리는 최고 수준이다.
 
브레이크 등은 머지않아 나올 슈퍼카 발키리에서 가져왔다. 조종석은 애스턴마틴이 전통적으로 즐겨 쓰는 가죽과 메탈, 그리고 우드를 섞었고, 빅터의 우아한 변속기 레버는 호두나무 원목으로 마감했다. 오늘날의 경주차 형태로 탄소섬유 래싱도 포함한다.
 
최신 GT3 경주차처럼 빅터는 트랙션 컨트롤과 ABS를 채택했고, 둘 다 운전대에 있는 손잡이로 조절할 수 있다. 반면, 차체 제어장치는 탑재되어 있지 않다. 영국의 유명한 실버스톤 서킷에서 애스턴마틴의 테스트 주행은 1km 남짓 이어졌다. 빅터를 이곳에서 주행하는 것은 마치 르망 경주차를 내 집 거실에서 주행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ABS를 최대 설정인 11로 하고 트랙션 컨트롤은 6으로 낮추라는 안내를 받았다.
 
견고하게 조율한 서스펜션은 둔덕을 지날 때마다 쿵 소리를 냈고, 거대한 브레이크는 페달을 밟을 때마다 유령 같은 비명 소리를 낸다. 이 모든 풍만한 차체 속에 아직 경주차의 진면목은 충분히 남아 있다. 6단 변속기의 변속 느낌은 옹골지고 신중하다.
 
이 엄청난 파워와 토크를 감당할 기어박스 속에서 긴박하게 움직이는 쇳덩이들이 많지만, 적당한 조절 비율을 찾기는 생각보다 쉽다. 클러치 페달은 중심이 잘 잡혀 있고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은 발꿈치와 발가락의 누름 간격에 완벽하게 맞춰져 있다. 몇 바퀴 돌며 워밍업을 하고 나서, 마침내 바짝 긴장해야 할 순간이 왔다.
 
애스턴마틴 빅터의 운전대는 벌칸 하이퍼카에서 가져왔다
 
V12가 8000rpm을 향해 솟구칠수록 놀랍고 충격적인 사운드가 점점 더 높아진다. 페라리 V12보다 파워 전달력이 더 안정적이고, 옛날식 수동기어를 바꿀 때마다 액셀이 조금씩 늦어지긴 하지만 회전속도 범위의 피크를 찍으면 몰아치는  속도감이 대단하다.
 
더 놀라운 건, 가속페달을 더 세게 밟기 시작하면서부터 빅터는 점점 유순해진다는 사실이다. 이 커다란 애스턴마틴은 코너를 파고들기 위한 트레일 브레이킹도 잘 받아들이고 트랙션 컨트롤은 폭발적인 파워를 멋지게 받아넘기게끔 해준다.
 
빅터는 닷지의 바이퍼 ACR처럼 받쳐주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협적이지는 않다. 와일드한 소리와 분노의 이면에는 잘 정돈된, 심지어 장난기까지 느껴지는 섀시가 있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나 페라리 812는 자동변속기로 인해 원한다면 혼다 어코드처럼 유순하게 주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애스턴마틴은 아니다. 6단 수동변속기는 단속되지 않은 크고 맹렬한 엔진과 더욱 본능적으로 연결된다. 엄청난 속도를 내는 와중에도 운전자를 다정하게 사로잡는 멋진 차다.
 
애스턴마틴 빅터가 ‘그냥 자동차가 아닌’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빅터는 전통적인 자동차 시대의 끝자락에 바치는 장엄한 헌사 같은 기념적 슈퍼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차가 세상에 단 한 대만 존재하는 게 어울리는 이유 또한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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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앵거스 매켄지PHOTO : 맥스 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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