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또 다른 백년전쟁

100년 이상 지속된 ‘가솔린차 VS. 전기차’에 대한 논쟁

2021.11.26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90(왼쪽)은 부유한 여성들을 위한 도심용 자동차처럼 보였다. 반면 모델 T(오른쪽)는 평범했다
 
우리는 자동차가 등장하고 한 세기가 지난 후에야 가솔린차와 전기차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100년 전에도 가능했다. 우리는 포드 모델 T를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모델 90과 비교해보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두 차 모두 숙성된 제품이다. 포드는 1908년 모델 T가 처음 나온 이후 약간의 변화를 거쳤고, 1921년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은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높아진 기름값 때문에 전기차 판매량이 가솔린차와 견줄 수 있을 만큼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의 시승차가 제작된 1922년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하락했다.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모델 90
 
화려한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vs. 검소한 포드
예나 지금이나 전기차 제작비는 비싸다. 그래서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은 럭셔리카로 성격을 맞췄다. 모델 90의 승객석은 고급스러운 카펫, 휘장, 꽃병, 잘 채워진 2인용 안락의자 등 20세기 초 거실처럼 꾸며졌다. 그곳은 운전사와 동반인을 위한 편안한 자리다. 이 차의 마케팅 대상은 여성이었는데, 헨리의 부인 클라라 포드가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의 고객 중 한 명이었다.
 
앞쪽의 쿠션감 있는 시트는 사교 활동을 위해 뒷좌석 쪽으로 회전이 가능하다. 또한 작고 푹신한 의자가 있는데, 이것은 네 번째 승객을 위한 자리다. 여덟 개의 거대한 창(각모서리마다 당시에는 신기했던 커브드 글라스가 적용됐다)을 통해 탑승객은  햇빛을 받을 수 있다.
 
이 고급스러운 소파에 앉아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을 운전할 수 있다. 앞좌석은 회전이 가능하다
 
반면 포드는 인색하다. 모델 T의 시트는 직물 기반에 인조가죽을 씌우고, 나무 바닥은 고무 매트로 덮여 있다. 시승차는 지붕을 접을 수 있지만 측면 창이 없다. 운전석 쪽에는 도어가 없다. 필요 없기 때문이다. 뒷좌석 승객만이 어느 쪽으로든 차를 오르내릴지 고민할 수 있다. 색상은 고를 수 없다. 1921년에 포드가 제작한 97만1609대의 모델 T는 전부 같은 색, 검정이다. 
 
1921년 헨리 포드는 모델 T의 기본 가격을 370달러로 책정했으며(물가 상승을 반영한 현재 가격은 5100달러), 우리가 만난 투어링 버전의 가격은 415달러부터 시작했다(현재 가격은 5714달러). 1922년 당시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의 기본 가격은 2985달러였고(현재는 4만6023달러), 우리가 시승한 차는 4000달러에 육박했다(오늘날 6만2000달러).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모델 90
 
차에 올라타보자
모델 T를 운전하는 것은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의 매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델 T는 오늘날 포드의 그린필드 빌리지 주변에서 시승용으로 제공하는 차 중 하나다. 이곳에서 운용하는 모델 T는 더 오래된 모델도 안전을 위해 전기 스타터가 들어간다. 실제 손으로 크랭크를 돌려 차에 시동을 거는 것은 위험하다. 
 
전기로 모델 T에 시동 걸기는 키를 돌리는 것처럼 쉽지 않다. 자동차가 냉간 상태라면 우선 라디에이터 옆의 프라이밍 레버를 당겨서 초크를 설정한다. 그리고 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핸드브레이크 레버를 최대한 뒤로 당긴다. 이어 점화 타이밍 레버(스티어링 칼럼 왼쪽에 있다)가 완전히 지연 위치까지 올라가 있는지 확인한다.
 
스로틀을 조절하는 레버를 아래로 당겨 5단계 혹은 6단계에 놓고 점화 스위치를 ‘배터리’로 돌린다. 만약 엔진이 예열되고 점화 타이밍이 약간 앞선 경우라면 엔진은 스스로 점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시동 버튼을 밟아야 엔진이 움직인다. 점화 스위치를 ‘마그네토’로 돌리면 움직일 준비가 끝난다.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모델 90
 
손으로 크랭크를 돌려야 하는 모델 T라면 앞선 설명처럼 핸드브레이크와 스로틀을 설정한다. 사용자 설명서에는 반동과 부상 위험이 크지만 타이밍을 서너 단계 앞당길 것을 권장한다. 엔진이 냉간 상태라면 프라이밍 레버를 당겨 점화 스위치를 끈 상태로 준비하고 시동용 크랭크를 이용해 엔진을 두어 번 180도 회전시킨다. 그다음 점화 스위치를 ‘마그네토’로 돌린 후 크랭크를 9시 방향 정도로 끼운다.
 
크랭크 작동은 왼손 손바닥이 위로 간 상태에서 펼친 후 해야 한다. 엔진 반동으로 인해 레버가 팔을 아래로 확 잡아당겨 어깨가 탈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번 잡아당기면서 크랭크를 잡아 올리면 엔진 시동이 걸린다. 
 
이에 비해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의 시동 걸기는 간단하다. 스위치만 돌리면 된다. 도로로 나가는 것 또한 훨씬 쉽다. 일단 기다란 의자에 자리를 잡고 도어 기둥에 있는 두 개의 레버를 아래로 접는다. 하나는 가속용인데 중립과 네 개의 출력 단계를 지니고 있다. 다른 하나는 스티어링 조작용이다. 
 
시트 밑에 위치한 드럼 제어기는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모델 90의 속도를 조절하는 간단한 기계장치다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은 기계적으로 간단하다. 가속 레버는 운전석 아래 위치한 드럼 제어기와 연결된다. 배터리는 객실 앞뒤에 놓인 상자에 있다. 당시 이 차는 에디슨 니켈-철 배터리를 더해 약 128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광고했다. 전기모터는 프레임 아래에 매달려 있으며 뒤차축에 놓인 디퍼렌셜을 직접 구동한다. 기계적인 제동장치는 뒷바퀴에서만 작동하며, 서스펜션은 차축에 연결된 판스프링으로 완성된다.
 
모델 T의 섀시 설정도 비슷하다. 하지만 비슷한 점은 거기까지다. 엔진은 단순한 엔지니어링의 표본이다. 사이드 밸브 플랫헤드 방식의 직렬 4기통 2.9ℓ 엔진은 워터 펌프도 없다. 대신 대류에 의존해 냉각수를 순환한다. 싱글 배럴 업드래프트 카뷰레터가 연료를 공급하며, 플라이휠에 장착된 자석 발전기가 스파크에 전기를 공급한다. 모델 T는 엔진 배전기 대신 네 개의 진동판 코일을 쓴다. 현대적인 점화장치와 달리 이 코일은 타이머에 의해 작동되는 동안 지속적인 스파크를 만든다.
 
이것 때문에 상사점을 지나서 일부 잔여 공기·연료 혼합기를 가둔 채 멈춘 피스톤 하나로 인해 낡은 모델 T의 엔진은 크랭크 작동 없이 시동이 걸리기도 한다. 최고출력은 1600rpm에서 20마력이며, 최대토크 11.5kg·m는 놀랍게도 겨우 900rpm에서 낸다. 2단 변속기는 자동 방식이 아니란 점만 빼면 현대적인 자동변속기에 쓰이는 것과 같은 ‘상시 맞물림식’ 유성기어를 사용한다. 
 
포드 모델 T 투어링
 
모델 T의 페달은 세 개다. 우선 좌측 페달에 왼발을 올려놓으면 저단과 고단 기어가 맞물리는 띠를 제어할 수 있다. 이 페달은 핸드브레이크 레버에 의해 중립 위치에 고정된다. 오른발을 페달에 올려놓으면 변속기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다. 핸드브레이크 레버의 손잡이를 꽉 잡고 앞으로 끝까지 밀면 바퀴의 브레이크와 고단 기어 잠금장치(좌측 페달이 중립에 있도록 유지하는 장치다)가 풀린다.
 
이후 스로틀 레버를 아래로 당기면 연료를 좀 더 분사할 수 있다. 브레이크에서 오른발을 떼고 좌측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저단 기어가 체결된다. 이제 달리면 된다!
 
일단 움직인다면 고단 기어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 이 과정을 매끄럽게 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좌측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들어 올리면서 스로틀을 공회전 상태로 떨어뜨린다. 그러면 핸드브레이크 레버를 뒤로 끝까지 당긴 채 고단 기어를 연결하는 가장 높은 위치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포드 모델 T 투어링
 
페달은 중립으로 빠르게, 고단으로는 천천히 작동해야 한다. 변속이 이뤄지면 손으로 스로틀을 조작해 달릴 수 있다. 모델 T의 엔진은 힘껏 달리는 데 관심이 없다. 그러니 코너 진입을 위해 하향 변속 없이도 충분히 감속할 수 있다(아마 걷는 속도 정도일 것이다). 
 
멈추기 위해서는 좌측 페달을 중립에 놓고 우측 페달을 밟는다. 그리고 제동거리를 넉넉하게 마련하길 바란다. 갑작스러운 제동을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스로틀을 닫고 저단으로 변속해야 한다. 차가 멈출 때 시동이 꺼지지 않도록 중립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뒷브레이크 작동을 위해 핸드브레이크를 당긴다. 좌측 페달은 중립 위치에 머물고 가운데 페달을 바닥까지 밟는다.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은 가속용 레버를 4단까지 당기면 빠르게 달린다. 현대적인 전기차처럼 동력 전달은 부드럽고 균일하며 기어에서 약간 으르렁거리는 것 외에는 조용하다. 모델 T는 시끄럽고 미친 듯이 떨린다. 풍부한 저회전대 토크를 갖고 있으며 저단 기어에서 엔진을 막 돌리면 빠르게 달릴 수 있다.
 
포드 모델 T 투어링
 
모델 T는 시속 64km까지 달릴 수 있지만 시속 30km에서도 다루기 힘들다. 빠르고 늘어지는 스티어링, 낮은 속도에서도 과도한 차체 기울어짐, 그리고 화물열차 정도의 긴 제동거리 때문이다. 모델 T로 빨리 달리는 일은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다.
 
당시의 속도제한(이런 것들이 존재했을 때)은 일반적으로 도심에서 시속 16km, 지방 도로에서 시속 24km였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은 그 당시 매우 충분했던 시속 40km의 속도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한다. 
 
포드 모델 T 투어링
 
1920년대의 승자 누구?
100년 전 주행가능거리와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가 직면했던 큰 문제였다. 여기서 말하는 충전 인프라는 한낱 충전기의 부족이 아닌 전기 부족이었다. 대부분의 대도시에는 전선이 깔려 있었지만 지방의 전기 보급은 먼 미래의 일이었다. 우리가 만난 모델 90이 만들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테네시강 유역 개발 공사는 진행 중이었으며, 시골 전기보급 관리국이 만들어지려면 15년이나 남은 상태였다. 가솔린, 증기, 말의 힘만이 전기의 대안이었다.
 
전기차는 기동성이 필요한 의사들, 깨끗하고 냄새 없는 주행 환경을 선호하는 부유한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그럼에도 1912년 찰스 케터링이 발명한 전기 시동기는 종말을 맞이했다. 그 후, 전기에너지가 빠르게 확산됐음에도 미국인들은 자동차에 기름을 넣기로 했다.
 
포드 모델 T 투어링
 
2020년대의 승자 정하기
현대적인 전기차처럼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을 일단 경험하면 분명 이 차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안락한 객실, 조용한 승차감, 간단한 조작 덕분에 운전이 식은 죽 먹기 같다. 팔, 손,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귀가 울리며 콧구멍이 따끔거리는 상황에 노출되어야 하는 모델 T 운전자를 보면 동정심이 생길 것 같다.
 
그러나 모델 T에는 유기체와 기계적인 것 사이의 거의 모든 장벽을 허무는 매혹적인 무언가가 있다. 모델 T를 운전하는 데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이 또한 기계가 만든 마술이며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모델 T는 어디든 갈 수 있게 만들어졌다. 실제로 조작법에 일단 익숙해지고 렌치 몇 개와 가는 길에 친절한 주유소 몇 곳만 있으면 정말로 어디든 갈 수 있다. 모델 90가 좋은 차이긴 하지만 오늘날에는 결국 모델 T가 더욱 매력적인 골동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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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애런 골드PHOTO : 브랜든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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