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꿈틀꿈틀, 위스키의 질감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위스키의 따끔한 질감이 마치 꿈틀꿈틀

2021.11.26

 

주름은 바깥보다 안쪽으로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밥숟갈의 모래알처럼 사사롭게 배기는 일 따윈 주억주억 깨물어 삼키고 관조할 수 있는 태도. 무르익은 계절을 따르기엔 여전히 새파란 느낌이 들 때면 긴 시간과 지혜를 농축해 숙성한 것들을 들이부어야 할 것 같다. 이상과 현실의 자잘한 충돌을 잠재우기에 ‘기원’은 좋은 화약이 된다. 남양주에 양조장이 있는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만든 ‘기원’은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이자 스트렝스 위스키(Strength Whiskey)다. 기세 좋은 새 오크통에 넣고 숙성하는 동안 위스키 외에 물은 한 방울도 보태지 않았다. 매콤하고 화한 기운에 언뜻 비치는 바닐라와 복숭아, 그리고 입 안에서 오래도록 공명하는 오크 스파이스의 여운. 기원은 시작이자, 바람을 의미한다. 200ml, 8만8000원.

 

 

버번(Bourbon)은 목구멍에 횃불을 댕기는 느낌 때문에 '버번(Bourburn)’으로 읽히곤 했다. 미국 프리미엄 버번을 대표하는 메이커스 마크는 부드러운 풍미만큼 장식품같이 아름다운 병으로 뇌리에 박제됐다. 옥수수와 붉은 겨울 밀을 농축한 호박색의 액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새빨간 밀랍의 관능적인 움직임. 이 때문에 메이커스 마크를 마실 때면, 양조장이 있는 켄터키주의 너른 밀밭과 전원적인 풍경은 단숨에 ‘전기톱 살인사건’이 일어난 텍사스의 피 튀기는 장면으로까지 이어졌다. 아무리 달아나도 벗어날 수 없는 호러 서스펜스처럼, 들불같이 번지는 스파이시함과 간간이 혀끝에 미치는 캐러멜의 달콤함. 아, 이것은 뜨거운데 시원한 국밥, 아픈데 이상야릇하게 기분 좋은 주사 자국 같은 것일까. 750ml, 9만 원대.

 

 

일견 술에 정답은 없다고 믿는다. 그때의 기분에 따라 실온에 놔둔 위스키를 니트(Neat) 스타일로 즐기거나, 미지근한 물을 떨어뜨려 위스키의 향을 열거나 반대로 얼음을 넣어 가두거나, 위스키 잔을 손으로 데워 알코올을 한 겹 날려 마시거나. 술에 정답이 있다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정도의 상식적 태도뿐이다. 글렌모렌지 X는 완전한 자유로움을 위한 술이다. 칵테일 믹싱 전용으로 만든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로,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을 거친 위스키와 속을 태운 새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를 섞어 서양배와 바닐라, 오렌지 셔벗, 초콜릿 퍼지까지 다양한 풍미를 노련하게 배합했다. 위스키의 고전적인 공식을 내려두고 다양한 재료를 조합하기에 최적화한 술. 쉽고 가볍게, 그러나 끝날 줄 모르게. 750ml, 6만 원대.

 

 

위스키에 정반합이 있다면 글렌피딕 18년과 베이커스를 꼽고 싶다. 버번은 ‘위스키의 원료가 되는 곡물 중 옥수수 함량이 반을 넘어야 하며 안쪽을 태운 새 오크통에 숙성하는’ 두 가지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버번은 여러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를 배합해 맛을 일정하게 맞추는데, 베이커스는 오직 하나의 배럴을 거쳐 각 배럴만의 고유성과 터프한 캐릭터가 느껴진다. 구운 아몬드 향과 캐러멜의 달콤함이 느껴지지만 매서운. 베이커스가 약간의 상상력이 틈입할 여지를 준다면, 새로운 패키지를 입은 글렌피딕 18년은 빈틈없는 익숙함으로 입맛을 조련한다. 버번과 셰리통에서 숙성한 원액을 철저한 레시피로 배합하고 정제한 사슴표 에센스가 들이닥치면 혀는 속절없이 타성에 젖고 만다. “그래,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 거지.” 글렌피딕 18년 700ml, 27만 원대. 베이커스 750ml, 15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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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송봉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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