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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트렌드_시승기] 모터스포츠로부터 태어났다, 토요타 GR 야리스

N에게는 미안하지만, 현대 벨로스터N의 초기 슬로건 ‘랠리에서 일상으로’는 사실 이 차에 더 잘 어울린다.

2021.12.17

 

한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선구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토요타는 일본 모터스포츠 역사의 중심에 있는 브랜드다. 그 중에서도 랠리는 특히 손꼽을 만하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역량을 집중해온 분야이고 이뤄낸 성과도 상당하다.

 

 

GR 야리스는 그 오랜 노하우로 탄생한 차다. 토요타의 고성능, 튜닝, 모터스포츠를 전부 담당하는 가주 레이싱(Gazoo Racing, GR) 네이밍에서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일단 기본형 야리스와는 플랫폼부터 완전히 다르다. 공유하는 부품이라고는 헤드램프, 테일램프, 사이드미러, 그리고 샤크 안테나가 전부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랠리카 섀시를 양산차 용도로 재설계한 결과물이다. 전체적인 볼륨감이 더해진 디자인에 자세도 훨씬 낮아졌다. 이렇게까지 본격적인 건 이 차가 실제 레이스용 인증 모델의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의 내,외부를 조금씩만 둘러보면 이 차가 철저하게 마니아들을 겨냥하고 만들어졌다는 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승차는 GR 야리스의 가장 상위 그레이드인 RZ. 여기에 트랙 주행용 퍼포먼스 옵션인 서킷 패키지가 적용됐다. 일본 내수사양에서는 하이 퍼포먼스 패키지라고 부르는 이 옵션의 구성요소는 BBS 경량 휠과 스포츠 브레이크 시스템, 앞, 뒤 LSD 등이다.

 

 

제조사 차원에서 추가적인 튜닝을 장려하는 부분들도 인상적이다. 한 가지 예로 전복이나 충돌 시 운전자 보호를 위한 롤케이지를 제조사 기본 튜닝 옵션으로 제공한다. 이를 주문하면 A필러 안쪽을 비롯한 차체 내부에 롤케이지를 심는 방식으로 보강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GR야리스 출시 전부터 규모가 있는 튜닝샵이나 레이싱팀에 차와 데이터를 미리 제공해서 다양한 성격의 튜닝카를 제작하고, 여기서 나오는 피드백을 제조사가 다시 수용하여 자동차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와 튜닝, 모터스포츠 업계 사이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데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자동차인 셈이다.

 

 

이런 특징들은 엔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6ℓ 직렬 3기통 터보 엔진은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랠리2 규정에 맞춰 만들어졌다고 한다. 때문에 국산차의 3기통과는 성격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공회전 때는 통통거리는 느낌이 있지만 생각보다 정숙하다. 그러나 가속페달에 발을 가져다 대는 순간 배기음부터 달라진다. 가변배기도 아닌데 말이다.

 

3기통 특유의 빠른 응답성과 6단 수동변속기의 조합으로 회전수를 높인다. 저속과 고속을 가리지 않는 꾸준한 토크감도 재미를 더한다. 세 개의 피스톤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특징 때문인지 직렬이 아니라 수평대향 엔진 같았다.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 코너링을 시작한다. 뒷바퀴 움직임이 독특하다. 일반적인 앞바퀴굴림 해치백이었으면 타이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억지로 끌려들어갈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제 위치를 찾듯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다판클러치 방식 전자제어 센터 디퍼렌셜이 구동력을 제어해주는 덕분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앞뒤 30:70, 트랙 모드에서는 50:50의 구동배분으로 노면을 더 확실하게 붙잡는다. 처음 느껴보는 신기한 기분이다.

 

 

스바루 임프레자같이 랠리 노하우를 잘 반영한 네바퀴굴림차는 전에도 있긴 했지만 휠베이스와 무게를 고려하면 이 차의 비교 대상이 없다. 핫 해치가 아니라 그냥 ‘번호판 달고 도로 위를 달리는’ 양산형 랠리카다. 차를 격하게 몰아붙이지 않는 일상영역에서도 운전재미를 느끼기 좋다. 시원한 가속감과 기민한 움직임 덕에 골목길이나 시골길을 평범하게 달릴 뿐인데도 랠리 스테이지 속 드라이버가 된 기분이다.

 

 

사실 차의 품질은 요즘 기준에서는 불만족 투성이다. 실내는 알칸타라로 나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려고 한 듯 하지만 플라스틱 마감이 너무 부실하다. 직수입 모델이라 기능이 조금 제한적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인포테인먼트는 불친절하다. 코너링이나 기어변속 시 들리는 소음도 거슬린다. 재밌는 자동차지만 결코 잘 만들어진 자동차는 아니다.

 

하지만 랠리 팬들과 같이 이 차의 진가를 알고 타는 사람들에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WRC 뱃지 하나로 모든 게 용서된다. 오히려 즐거운 합리화의 일부분이 될 수도 있다.

 

 

차가 차다 보니 현대 N과의 비교가 끊이지 않는다. 출력이 어떠니 랩타임이 어떠니 하는 이야기 말이다.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어느 하나 비교할 것 없이 N과 GR 모두 재밌게 잘 만들어졌다. 현대 N이 양산차를 가지고 모터스포츠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느낌이라면 토요타는 모터스포츠 그 자체를 일반도로로 가져온 느낌이다. 그 뿌리나 방향성이 다만 다를 뿐이니 선택은 자유다.

 

한 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세대가 지나가면 내연기관과 수동변속기 조합의 이런 원초적인 펀 카는 더 만나기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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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최현진 인턴기자PHOTO : 최현진 인턴기자,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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