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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이상과 현실-타협과 진화

본격 전기차 세상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배터리 기술개발에 대한 도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리튬이온, 전고체, 인산철 배터리 등 접근경로는 각각이지만 목표는 하나다. 바로 싸고 좋은 배터리의 대량생산이다

2022.01.05

토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콘셉트. 그 실체는 올림픽에 맞춘 홍보 모델에 가까웠다. 이전의 2021년 상용화 선언에 대해서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답이 아니다 

리튬이온 대비 두 배나 되는 에너지밀도, 뛰어난 내열·내구성, 낮은 폭발 화재 가능성. 전고체 배터리야말로 전기차의 미래라고 생각할 법하다. 모든 배터리 방식은 장점과 단점의 양면을 가진다. 전고체 배터리 또한 당연히 단점이 있다. 근본적으로 액체 전해질을 쓰지 않으니 전하의 이동속도가 느리다. 큰 출력을 뽑아내기 어렵고 수명도 짧다.

 

테슬라 모델 X의 하체. 배터리 팩과 모터만 배치한 구조다

 

 

이걸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곧 도래할 전고체 배터리의 시대를 목 빠져라 기다린들 힘만 빠질 거다. 전고체 배터리 기반의 양산 전기차는 앞으로 최소 5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적어도 앞으로 몇 년간 이 방식이 전기차 시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좋다.

 

 

당분간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시장을 주도 

흔히 리튬이온이라 싸잡아 부르게 된 전기차용 배터리는 그 발전 과정에서 몇 가지 계통으로 분기가 이루어졌다. 그중의 하나가 삼원계 배터리, 말 그대로 세 가지 원소를 사용하는 배터리다. 크게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을 쓰는 NCA 방식과 니켈-코발트-망간을 사용하는 NCM으로 나뉘며, 각 회사의 기술 방향에 따라 취사 선택해 사용 중이다.

 

 

삼원계 배터리의 진화 포인트는 니켈의 함량을 끌어올리는 것, 그리고 코발트의 함량을 줄이는 것이다. 코발트는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는 데다 가격은 계속 신기록을 경신 중이며 그 독성이 미래 환경문제를 일으킬 게 뻔하니, 가능한 한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다. 니켈은 함량을 끌어올릴수록 에너지밀도는 올라가지만 반대로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니켈 함량 90%대의 하이 니켈 배터리가 속속 시판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이 NCM 구반반(9½½, 니켈 90% 코발트 5% 망간 5%라는 뜻) 배터리 개발 완료를 선언하고 2022년 양산을 시작하며, 삼성 SDI도 니켈 함량을 88%까지 끌어올린 제품을 BMW의 신형 iX 라인업에 공급하고 있다.

 

셀투팩(Cell To Pack, CTP)은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낮은 에너지밀도를 극복할 방안으로 도입되었다. 배터리 셀을 모아 모듈을 만들고 이들을 다시 모아 팩을 만들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 모듈을 건너뛰고 바로 셀이 모여 팩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공간 효율을 극대화한다. 사진은 인산철 배터리의 대표 주자인 중국 BYD사의 블레이드(blade: 칼날) 방식 배터리. 마치 칼날처럼 얇고 긴 배터리 셀이 조밀하게 모여 배터리 팩을 만든다

 


LFP(인산철) 배터리의 재발견 

리튬이온 배터리의 또 다른 계통인 리튬인산철 배터리(LiFePO₄, Lithium iron(F) Phosphate, 이하 LFP)는 그동안 ‘중국 전용’ 배터리로 인식돼왔다. 양극재로 산화철을 사용하는 이 방식은 삼원계와 비교하면 수명이 길고 폭발 위험은 없다시피 하지만, 무겁고 에너지밀도가 낮다. 성능도 가격도 70% 수준인, 딱 저가 전기차나 쓰기 적당한 물건으로 인식됐는데 갑자기 배터리 시장을 이끌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2022년부터는 LG나 SK 같은 국내의 배터리 선두기업마저 이 시장에 뛰어든다. 원인은 유도모터가 다시 조명받게 된 이유와 동일하다. 원자재 때문이다.

 

NCA 계열을 쓰는 대표 주자는 테슬라다. 처음부터 파나소닉의 NCA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했다. 숫자 앞 두 자리가 배터리의 지름이며, 뒤 두 자리는 배터리의 길이를 mm로 표시한 규격이다. 모델 S와 X가 사용 중인 1865를 시작으로 3와 Y가 쓰는 2170을 거쳐 이제 4680까지 커졌다. 올해 양산을 목표로 하는 4680은 현재 마지막 완성도를 높이는 개발 진행 중이다

 

삼원계 배터리의 대량 양산은 원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의 안정적인 공급에 달려 있다. 비록 밀도는 낮지만 자연계(특히 바닷물)에 엄청난 양이 녹아 있어 부존량 확보가 가능한 리튬과 달리, 이들 희토류는 기존의 광산 채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원료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치솟는 배터리 수요를 충족시킬 방법으로 찾은 대안이 LFP인 것이다.

 

LFP는 희토류 대신 ‘철’을 쓴다. 지구상에서 가장 구하기 쉽고 저렴한 재료이면서 화학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그래서 폭발하지 않는다), 독성 문제에서 자유로운 재료다. 우선은 가성비가 중요한 엔트리급 모델에 사용하기 시작하겠지만, 인산철 배터리는 이 기회에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 기세다. 배터리 패킹의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해 삼원계가 독점하던 고용량 시장까지 영역 확대를 노린 제품이 이미 나오고 있다.

 

 

관건은 품질

기술의 방식과 접근성에 따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결국 목표는 싸고 좋은 배터리를 많이 만들 길을 찾는 것이다. 치열한 기술개발과 투자가 진행 중인 만큼, 가격과 대량 양산을 향한 길은 시간이 흐르면 열릴 것이다. 관건은 품질이다. 화재로 인한 리콜 사태가 터지고, 회사가 걷잡을 수 없는 적자에 빠지고 나서 재기하지 못한 사례는 적어도 배터리 업계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뒤 십수 년간 배터리 시장을 지배했던 회사는 소니였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소니가 배터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않는다. 똑같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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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변성용(자동차 칼럼니스트)PHOTO :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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