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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마이너리거들의 숨은 매력

전기차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커가는 양극화 현상. 전기차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강점은 무엇일까?

2022.01.16

 
전기차는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자동차 시장에서 비주류에 속했다. 지금도 주류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관심은 점점 커지고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각종 보조금, 세금을 비롯한 여러 혜택이 소비자를 끌어당기고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유지비가 설득력을 더하는 덕분이다.
 
그래서 전기차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고, 자동차 업체들도 다양한 모델을 내놓으며 시장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과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공급 문제 등이 겹쳐 자동차 생산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탓도 있지만, 인기 있는 전기차는 계약하고도 몇 달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만큼 인기와 관심이 높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규모가 큰 시장이라면 세계 어디서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시야를 우리나라로 좁히면, 전기차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유독 심해 보인다. 즉 잘 팔리는 모델은 대기수요가 엄청나지만, 안 팔리는 모델은 할인을 비롯해 각종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를 설득해도 판매가 도통 늘지 않는다. 
 
차의 좋고 나쁨을 떠나, 안 팔리는 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국내에서 인기 없는 전기차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기차치고 가격 접근성이 좋다는 점만 놓고 보면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들이 대개 국내 시장에서 오랫동안 비인기 차급이었던 소형 해치백 또는 MPV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즉, 장르의 약점과 엔트리 전기차라는 약점이 겹치는 게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런 차들에서 찾을 수 있는 매력은 바로 장르 고유의 매력과 엔트리 전기차로서의 매력이기도 하다. 보편적 소비자에게는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어도, 나름의 매력을 인정하고 찾는 사람들은 좋아할 만한 구석과 그만의 장점이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는 아직 시장의 주류인 내연기관차만큼 다양하지도 않고, 판매량이 많지도 않다. 소수의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들은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는 시장에서 돋보이기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도 어렵다. 그래서 지금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는 모델들의 시장이 더 커져야 설 자리가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이너리거로 분류되는 전기차들도 시장이 더 커지고 활성화되면 나름의 장점을 뽐내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르노 트위지
 

 
트위지는 바퀴가 네 개 달려 있다는 이유로 곧잘 자동차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르노가 처음 개발했을 때부터 트위지는 네 바퀴 스쿠터 개념의 이동수단이었다. 그래서 트위지는 '지붕 달린 네 바퀴 전동 스쿠터'라고 생각하는 편이 알맞고, 그런 개념으로 보면 여러 장점이 눈에 들어온다.
 
스쿠터와 비교했을 때, 트위지는 우선 무게중심이 낮고 네 바퀴의 접지력이 뒷받침해 주행 안정성도 뛰어나다. 그래서 실제 오너들 중에는 운전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꽤 있다. 게다가 탑승공간을 감싸는 차체 구조와 에어백도  있어 안전성도 뛰어나다. 스쿠터처럼 타고 내릴 때마다 헬멧을 쓰고 벗을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궂은 날씨에는 스쿠터보다 덜 불편하게 달릴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도로나 자동차 이용 환경을 생각하면 개념 자체가 비현실적인 면도 있다. 체감할 수 있는 실용성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점이 한계지만, 소화물 운송이나 배달 등 특정 용도로 쓰기에는 나쁘지 않다.
 
 
다만 사계절 뚜렷한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히터와 에어컨이 없다는 것이 큰 약점이다. 반면 시중에 팔리는 대다수 스쿠터와 달리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전기차지만 전기차용 충전기를 쓰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용 220V 단자를 사용할 수 있고, 세 시간 반이면 100%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이다. 각종 보조금을 받으면 500만~600만 원대에도 살 수 있다. 성능 좋은 스쿠터들보다 값은 더 싸면서 안정감 있고, 안전하면서 지붕까지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트위지가 달리 보일 것이다.
 
 
르노 조에
 
 
조에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경쟁력이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일반 승용 전기차 중 가장 저렴하다. 심지어 전량 수입인데도 그렇다. 값은 공식적으로 3995만~4395만 원이고, 국비 및 지방비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 원대 후반~3000만 원대 초반이면 살 수 있다.
 
물론 싼값에는 이유가 있다. 일단 기본 설계가 오래되었다. 우리나라에는 2020년에 처음 들어왔지만, 프랑스에서 팔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이다. ADAS 기능과 안전 장비가 빈약하다는 점에서는 구세대 티가 난다. 최근 유로 NCAP 시험에서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은 것도 그 증거다.
 
 
대신 중급 이상 모델에 이지커넥트 9.3인치 내비게이션, 최상위 인텐스에는 보스 서라운드 오디오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엔터테인먼트 기능만큼은 낡은 차 느낌도, 싼 차 느낌도 들지 않는다.
 
한편, 차 크기처럼 배터리 용량이 넉넉하진 않지만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아주 짧지는 않다는 점은 돋보인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306km. 몇 되지 않는 동급 경쟁모델인 푸조 e-208보다 더 길다. 아울러 냉난방 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히트펌프, 기온 변화에 따른 배터리 성능 저하를 줄이는 배터리 온도 제어장치도 있다.
 
 
쓰기 나름이지만, 공인 수치보다 실제 조건에서 더 멀리 달릴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어차피 불편한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지 않는다면, 그리고 주로 짧은 거리 이동에 활용한다면, 르노삼성 주장처럼 일주일에 한 번 충전으로 일상에서 쓰기엔 나쁘지 않을 듯하다.
 
 
쉐보레 볼트 EV & EUV
 
볼트 EUV
 
볼트 EV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소형 MPV 성격의 차다. 달리 말하면 지붕 높은 해치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장르 성격은 차의 본질적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이유다. 우선 단점부터 말하면, 적재공간이 좁고 짧아 넉넉한 편은 아니다. 다만 영리한 배터리 배치 덕분에 바닥이 낮아 수치상 공간이 작진 않다. 그래도 긴 짐을 싣기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대신 차 크기에 비해 실내 공간은 제법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 공간은 비슷한 크기의 세단은 물론 해치백보다도 여유 있다. 뒷좌석 쿠션 굴곡이 밋밋해 몸을 잘 잡아주지는 못해도, 어른 세 명이 나란히 앉기에도 썩 답답하지는 않다. 어린이 안전좌석을 달고 자녀를 태울 일이 있다면, 비슷한 가격대와 크기의 차들 중에서는 볼트 EV가 가장 편리하다. 높이 앉는 자세와 더불어 사방으로 넓은 유리가 개방감을 키우는 것도 볼트 EV의 장점 중 하나다.
 
볼트 EV
 
또 다른 장점으로는 값 대비 주행거리를 들 수 있다. 한 번 충전으로 4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 중에는 가장 싸다. 다른 모델로 그 정도 달릴 수 있는 차를 사려면 600만 원 이상 더 내야 한다. 2022년형 볼트 EV는 값도 많이 내려, 가격 접근성은 더 좋아졌다. 안정감 있는 주행 특성도 매력이 있다.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이 조금 크게 느껴지는 것을 빼면, 잘 억제된 차체 움직임과 직관적인 반응은 차를 다루기 쉽게 만든다.
 
그동안 팔린 볼트 EV에서는 소소하게 아쉬운 점들이 있었지만,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볼트 EUV가 추가되면서 많은 부분이 개선된 것에도 주목할 만하다. 에어백은 10개로 늘어났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추가되는 등 ADAS도 보강되었다. 뒷좌석 및 적재공간이 아쉬웠다면, 볼트 EV보다 길어진 휠베이스 덕에 좀 더 넉넉해진 볼트 EUV에 끌릴 만하다. 
 
 
푸조 e-208 & e-2008
 
e-208
 
푸조 e-208과 e-2008(넓게 보면 DS 3 크로스백 e-텐스까지)은 모두 유럽에서는 르노 조에와 같은 차급에서 경쟁한다. 그러면서도 새 플랫폼으로 만든 신차라는 점은 아주 중요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아니지만,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공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PSA그룹의 최신 플랫폼을 쓴다. 
 
e-208
 
실내외 디자인도 신선하고 기능적이다. 아울러 상위 트림에서는 정차 후 재출발 기능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 사양에 포함된다. 여느 대중형 전기차들의 주행모드가 회생제동 강도 조절에 주안점을 맞춘 것과 달리, e-208과 e-2008에는 스포츠 모드가 있는 것도 재미있다. 운전 재미를 중시하는 브랜드 특성을 느낄 수 있는 항목이다.
 
e-2008
 
또한 e-208은 르노 조에보다, e-2008은 e-208보다 실내 거주성이 낫다. e-208만 해도 제대로 만든 해치백이 그 바탕인 만큼, 뒷좌석이 넉넉하진 않더라도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수납공간은 차급에 비해 잘 갖췄고, 트렁크 용량도 이 정도 크기 차에서는 나쁘지 않다. 유럽 현지에서는 승차감과 정숙성에 대한 평이 좋은 편이다.
 
DS 3 크로스백 e-텐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조금 짧게 느껴지지만, 도심에서 주로 쓸 경우 실제 주행거리는 대부분 그보다 길게 나온다. 의외의 장점은 급속충전 시간이다. 대중차 브랜드 수입 전기차로는 드물게 급속충전기를 100kW급까지 지원한다. 충전기만 뒷받침된다면 80% 충전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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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청희(자동차 칼럼니스트)PHOTO :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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