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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용 모터: 알면 보인다

갑자기 다가온 전기차 시대. 100년 넘도록 익숙하게 들어온 내연기관차의 모든 개념들이 통째 바뀌고 있다. 온갖 낯선 용어들이 우리를 망설이게 만들지만, 걱정할 건 없다. 전기모터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훤히 들여다보일 테니 말이다

2022.01.17

모터에 대해 알기 전 AC/DC부터?  
 
직류는 전기 흐름이 한쪽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교류는 계속 변한다. 회전운동을 통한 발전으로 나오는 전기는 모두 교류. 하지만 배터리에 담기는 전기는 모두 직류다
 
호주의 전설적인 록밴드에 대해서라면 더 신명 나게 떠들 수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AC/DC는 전기차의 모터다. 그러니 교류/직류 이야기다. 두 가지 형태의 전기가 존재하니 모터도 두 가지 방식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두 가지는 직류 방식인 DC모터와 교류 방식인 AC모터다. 배터리에는 직류만 담기니 전기차 모터도 모두 직류를 쓰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완성차로 구입하는 시판 전기차는 모조리 교류, 즉 AC모터를 쓴다. 이건 왜일까?
 
 
DC모터(직류모터)  
 
전동 킥보드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제품은 거의 모두 DC모터를 쓰지만, 회생제동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AC모터를 쓰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소형 모터는 죄다 DC모터라고 보면 된다. DC모터의 가장 큰 장점은 ‘작고 싸다’는 것. 자동차 속에서도 엔진 시동용 모터로 오랜 세월 사용되었으며, 지금도 높은 수준의 제어가 필요하지 않은 수많은 장비와 생활용품에서 대활약 중이다. 전기 바이크나 스쿠터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경우 대부분 제품이 DC모터를 사용한다. 성능만큼이나 제품의 가격이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AC모터(교류모터)  
 
닛산 리프의 전기 파워트레인. 동력계 위에 올라간 거대한 인버터 때문에 마치 엔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거에는 AC모터의 장점으로 효율과 수명을, 단점으로 제어가 까다롭다는 것을 꼽았지만, 이제는 별 의미 없는 분류 방법이 되어버렸다. AC모터의 제어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별도 장치를 통해 정밀한 제어가 기능해졌기 때문이다.
 
모터의 토크는 그대로 유지한 채 회전수만 천천히 끌어올리는 식의 제어는 예전 AC모터에서는 구현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어려운 일도 아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출발이 가능하며, 큰 출력을 한 번에 뿜어내면서도 내구성은 거의 반영구적이다. 차에 쓰기 딱 좋은 특성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DC모터에 비해 크고 무거우며 가격이 비싸다. 배터리의 전기를 가져다 써야 하니 직류를 교류로 바꿔서 넣어줘야 하고, 이걸 위해 필요한 직류-교류 인버터(DC-AC inverter)도 써야 한다. 덕분에 차가 또 무거워져 버린다.
 
내구성 문제를 일으키던 브러시를 없앤 BLDC(Brushless DC) 기술이 나오면서 DC모터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향상된 상황. 양쪽의 방식이 서로를 닮아가면서, 두 가지 방식의 우열을 따지는 게 별 의미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도 전기차에 굳이 교류모터를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ing) 때문이다.
 
교류모터는 전기를 주면 회전력을 발생시키는 모터로 작동하지만, 반대로 축을 통해 회전력을 전달할 경우 발전기 역할을 한다?
 
모든 자동차는 정지하기 위한 감속장치, 즉 브레이크를 사용한다. 통상의 브레이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마찰을 이용해 차를 정지시킨다. 브레이크 캘리퍼가 패드를 누르면, 패드가 디스크를 꽉 잡아서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에 이런 마찰식 브레이크만 사용하면 배터리의 전기에너지가 그냥 열에너지로 낭비되고 만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이렇게 감속 시 사라져버릴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다시 회수한 뒤 배터리로 충전하는 기술이다. 감속이 필요할 때 바퀴의 회전력을 발전기와 연결하고, 발전기가 운동에너지를 흡수해 전기로 바꾸므로 차는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이때 DC모터라면 별도의 발전장치가 필요해지지만, AC모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교류모터는 전기를 받을 때는 구동 회전력을 만들지만, 반대로 회전축에 동력을 넣어주면 바로 교류전류를 발생시키는 발전기가 된다.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는 다시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AC-DC 컨버터를 통해 배터리에 저장되며, 이렇게 회수한 에너지를 통해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늘어나게 된다. 회생제동을 통해 늘어나는 주행거리는 주행 패턴에 따라 최대 30%에 달한다. 복잡한 시스템을 감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셈이다.
 
 
전기차의 모터 방식-관건은 경제성과 희토류  
 
쉐보레 볼트 EV에 탑재한 영구자석 동기모터. 모든 동기모터는 회전자 내에 영구자석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교류모터의 종류를 슬쩍 들여다보았다가 쏟아져 나오는 전기 지식과 전문용어에 질린 적이 있는가? 유도모터니, 자석 동기식이니 하는 생소한 전기 용어들에 머리를 싸맬 필요는 없다. 교류모터의 다양한 방식이 가리키고 있는 지점은 정확히 하나, 바로 ‘자석’이다.
 
시판 전기차의 모터는 매입형 영구자석 동기모터(IPMSM)라는 방식을 쓴다. 말 그대로 회전자 내부에 영구자석을 삽입한 방식이다. 정밀하면서도 부드러운 제어, 높은 저속 토크는 부차적인 장점일 뿐, 뭐니 뭐니 해도 제조사가 이 방식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효율 때문이다. 95%는 기본이고 99%의 효율성에 근접하는 모터까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한정된 배터리로 성능과 주행거리를 잡아야 하는 전기차에 있어서 최고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방식의 문제는 자석을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이다. 고작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는 전기차의 자석 수요 정도에 이미 원료인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이상 희토류 원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물량 부족. 수요가 몰리면서 돈을 주고도 제때 재료를 구하기조차 어려운 일이 반복되면서, 모터의 수급은 배터리만큼이나 제조사에게 골치 아픈 문제가 되고 있다. 연간 수백만 대분의 부품을 적시에 공급받아 생산에 투입하는 입장에서 원자재 한두 개로 생산이 중지되는 리스크는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일이다.
 
말레(Mahle)사가 2021년 4월 선보인 전기차용 유도모터. 모터만이 아닌 감속기와 디퍼렌셜을 결합한 ‘트랜스액슬’ 형태로도 제공된다.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 전력제어 인버터까지 일체화한 드라이브 모듈도 제품화할 예정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유도모터다. 전자기 유도로 회전자와 고정자를 전자석으로 만들어 돌리는 유도모터는 ‘자석’을 쓰지 않는 장점만 빼면 차에 쓰기에는 나쁜 특성만 골라서 가지고 있다. 엘리베이터처럼 고정 토크와 회전수로 작동하는 경우에는 딱 좋지만 회전수와 토크가 계속 변하는 자동차에 쓰려면 제어가 까다롭기 짝이 없다.
 
 
복잡한 컨트롤러가 필요해지는 데다, 발열이 심하고 효율까지 낮아 배터리 기반 전기차에는 쓸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유도모터가 다시 조명받는 이유는 ‘생산성’ 때문이다. 강철과 규소강판, 구리만 있으면 되니 (그 구리조차 대체 가능) 자석으로 인한 원료 부족 사태에서 원천적으로 자유롭다.
 
이미 산업계에 널리 쓰이고 있기에 제조 인프라도 넘쳐난다. 구조가 단순하고 용량을 키우기 쉬워 큰 출력을 내기 적당한 유도모터 고유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 된다. 원자재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제조사와 부품사 상당수가 다시 유도모터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앞으로 모터 기술의 방향-모듈화 
 
보그워너사가 개발 중인 전기차용 통합 드라이브 모듈(IDM). 동기모터 내장 방식으로, 소형 내연기관 플랫폼의 엔진 베이에 그대로 탑재할 수 있는 콤팩트한 사이즈가 특징이다. 국내에는 2023년 경형 EV의 동력계로 선보일 예정
 
지난 100년간 전기모터는 자동차를 제외한 산업 전 분야에서 핵심동력 역할을 해왔다. 다시 말해 이미 기술 자체는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모터 분야의 기술개발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모터 자체보다는 모듈화다. ‘엔진+변속기’의 개념인 파워트레인을 대체하는 EV용 드라이브 모듈로서 주변 장치를 모두 일체화환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감속기와 디퍼렌셜은 물론 회생제동장치, 제어 컨트롤러와 인버터 같은 전기 구동계의 모든 기능을 모조리 집어넣은 모듈은 제조사의 생산성을 극도로 향상시킬 수 있다. 개도국의 기술과 제조 수준으로도 얼마든지 내연기관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다른 영역을 전문화하던 대형 부품사들이 경쟁하는 상황마저 벌어진다. 전장에 특화되어 있던 회사는 전자제어를 이유로, 변속기를 만들던 회사들은 구동계라는 이유로 모터 통합 모듈을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다. 누구도 내연기관이 모터로 넘어가는 시대의 변화를 느긋하게 바라보고만 있진 않는다. 아니,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쪽이 맞겠다.
 
전기차 시대는 이제 시작이지만, 경쟁은 이미 피 터지게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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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변성용(자동차 칼럼니스트)PHOTO :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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