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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REALLY, 애스턴마틴 DBX

애스턴마틴의 첫 SUV인 DBX는, 역대 최고 애스턴마틴일지 모른다

2022.02.04

애스턴마틴의 존재를 확실히 드러내는 메기 그릴은 키가 큰 DBX에서는 마치 집 모양처럼 보인다
 
자동차를 주제로 한 시간 여행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을 상상해보자. 시간 설정 다이얼을 애스턴마틴이 포드 산하로 들어갔던 1990년대 중반에 맞춘 다음, 최신형 익스플로러를 타고 영국에 있는 오래된 블록섬 공장으로 찾아간다. 어울리지 않는 정장을 입고 포드 임원인 척하면 애스턴마틴 최고 엔지니어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한마디 던질 차례다. 익스플로러를 가리키며 “저런 차를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한다. 다시 주차장에 서 있는 DB7을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설명한다. “핸들링과 승차감, 디자인, 소리는 저 차처럼 해주시고요.”
 
포르쉐 마칸과 마찬가지로 DBX는 SUV라기보다는 키가 커진 핫해치 같다
 
현재로 돌아오면, 고맙게도 바로 그 영국 자동차 회사가 브랜드 최초 SUV를 만들어냈다. 애스턴마틴 DBX는 회사에 찾아올 위험 부담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만든 모델이다. 우리의 터무니없는 시간 여행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DBX는 핸들링, 승차감, 디자인, 소리가 오늘날의 애스턴마틴 밴티지를 빼닮은 SUV다.
 
일주일 동안 도로와 테스트 트랙에서 DBX를 몰아보고 나서, 애스턴마틴이 SUV를 만들기 위해 깊이 연구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DBX가 명품 자동차 회사가 만든 차 중에서 가장 큰 도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일이다.
 
 
애스턴마틴이 많은 예산을 투입한 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세부 사항이 우수하고 잘 정돈된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SUV를 개발한 사실은, 가죽으로 잘 치장해 일궈낸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애스턴마틴의 기술 파트너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여러 SUV 플랫폼 중 하나를 공급하거나 판권을 줄 기대에 부풀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밴티지나 DB11 V8과 마찬가지로 애스턴마틴은 그들의 기본 아키텍처를 활용했다.4.0ℓ 트윈 터보 V8, 9단 자동변속기, 4매틱 네바퀴굴림 시스템, 전자장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메르세데스와 AMG의 도움을 받았다.
 
 
 
애스턴마틴과 AMG의 협업은 유일하게 V12를 얹은 DBS 슈퍼레제라를 제외한 모든 모델에 들어가는 4.0ℓ 엔진으로 정리되었다. DBX의 무게는 밴티지보다 613kg 무거운 2307kg이다. 무거운 무게에 대응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V8에 39마력과 1.5kg·m의 토크를 추가했다. 고성능 SUV 경쟁차의 전면적인 공세에 대비한 조치였다.
 
메르세데스의 빠른 변속기와 지능적인 네바퀴굴림이 4.0ℓ 엔진과 결합해, 거대한 DBX는 400m 가속 테스트에서 12.5초를 기록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97km 가속도 4.0초 만에 끝냈다. 터보를 작동하기 위해 출발선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엔진이 깨어나기까지는 1초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단 깨어난 DBX는 로켓처럼 튀어나간다.
 
“DBX는 균형 잡힌 발놀림으로 헤어핀 코너를 능숙하게 돌아나간다”
 
4도어 5인승 SUV치고는 훌륭한 성능이지만, 비슷하게 비싼 포르쉐 카이엔 터보의 지난해 테스트 기록인 11.7초와 3.2초와 비교하면 많이 뒤떨어진다. 400m와 0→시속 97km 가속 테스트에서 각각 11.3초와 3.0초를 기록한 람보르기니 우루스는 말할 필요도 없다.
 
애스턴마틴이 더 빠르고 강한 DBX를 앞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했으므로, 살짝 성능을 낮춘 설계일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일반 DBX는 제원만 따지면 가격이 같은 벤틀리 벤테이가 V8보다 빠르다. 성격이 뚜렷한 카이엔과 버터처럼 부드러운 벤테이가 사이에 자리를 잘 잡았다.
 
 
밴티지 성격이 포르쉐 911 카레라 S와 벤틀리 컨티넨탈 GT 중간이고, DBS 슈퍼레제라가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와 롤스로이스 레이스 사이에 자리 잡은 상황과 맥을 같이한다.
 
DBX의 섀시 설정은 훌륭해서, 3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과 ZF가 개발한 액티브 안티롤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액티브 안티롤 시스템은 자동으로 142.7kg·m의 토크를 앞뒤 안티롤 바에 적용해 커다란 몸집을 능숙하게 다루도록 한다.
 
애스턴마틴 디자이너들은 초과 근무를 하며 그들의 디자인 언어를 크로스오버에 접목했다. 밴티지의 테일램프를 그대로 위로 올린 듯한 DBX의 테일램프는 바람직한 예다
 
이 하드웨어는 수석 엔지니어이자 전 로터스 핸들링 마법사인 매트 베커의 머리에서 나온 무형의 자산에서 비롯됐다. 덕분에 지금까지 우리가 운전해본 SUV 가운데에서 가장 차분하면서 매력 넘치는 특성을 보여준다.
 
도로 테스트 에디터 크리스 월튼은 이렇게 평가한다. “DBX는 8자 테스트에서 포르쉐 카이엔 터보만큼 느낌이 좋아요.” 월튼이 실행한 테스트에서 DBX는 24.4초 만에 코스를 돌았고, 평균 0.79g의 횡가속도를 기록했다. 카이엔 터보 쿠페의 24.1초와 아랫급인 포르쉐 마칸 GTS의 24.8초 사이에 딱 들어맞는 기록이다.
 
 
“스키드 패드에서 스티어링은 마찰이 없고 매우 빨라요. 필요할 때 미세하게 보정하기도 쉬워요. 중립을 유지하는데, 특히 출구에서 빠져나갈 때 스로틀을 조정하면 오버스티어를 일으키죠. 스로틀과 카운터 스티어링을 제대로 활용하면 요란하게 드리프트도 할 수 있어요. 작은 실수 하나라도 한다면, 운전자는 현기증 나는 상황을 겪게 되죠. 애스턴마틴이 설정과 튜닝 작업을 훌륭하게 해냈어요.”
 
브레이크는 특히 높이 평가할 만한데, 테스트 팀도 확인했다. 페달 유격은 길지만(일상에서 꽤 유용하다), 캘리퍼 물림은 여전히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역동적이어서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준다. 세게 몰아붙일 때 “페달 유격이 상당한 것은 브레이크가 매우 믿을 만해서 늦게 밟아도 된다는 뜻이에요”라고 월튼은 말한다.
 
 
“정확한 물림 양을 알아내서 코너에 적용하면 정교한 속도로 돌아나갈 수 있어요. 훌륭하죠.” 시속 97km로 주행하다 완전히 정지하는 데 최고 32.3m를 기록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테스트하는 동안 브레이크는 일관된 제동 성능을 보였다.
 
테스트 트랙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제 아스팔트 도로에서도 DBX는 운동성능을 입증했다. 빠르게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넓은 지역을 돌아다닐 때는 DBX의 주행 모드를 덜 공격적인 GT나 스포츠에 맞추면 좋다.
 
 
편안하고 소통 가능한 차체 움직임을 유지한다(DBX는 맹렬한 스포츠 플러스 설정과 어떤 오프로드에도 대응하는 터레인과 터레인 플러스도 제공한다).
 
액티브 센터 디퍼렌셜과 전자제어 리어 디퍼렌셜은 재주 많은 장비의 조합이다. 덕분에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53~100% 동력을 뒷바퀴로 보낼 수 있지만, 정점 중간에서 가속페달을 밟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아예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자세제어 시스템이 길이 잘든 포수 글러브처럼 차체를 부드럽게 안정화하는데, 운전자는 자신이 모든 일을 해낸 듯한 느낌을 받는다. 참 괜찮은 차다.
 
DBX의 부드럽고 무게감 있는 스티어링은 SUV 중에서 최고일 뿐만 아니라 고성능 차 사이에서도 우수성을 드러낸다. 턴인은 빠르지만 과도하지 않고, 정확한 데다 예민함이 덜해서 고속으로 중속 코너를 지나갈 때도 보정할 수 있다.
 
 
이처럼 다루기 쉬운 조향성능은 급한 코너를 즐길 때 유용한데, DBX가 호리호리한 밴티지에서 V8을 얹은 폭스바겐 골프 R처럼 변신하는 느낌을 받는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가장 낮아지고 강성은 최대로 커진다. SUV면서 코너에서도 일류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헤어핀에서도 자세가 흔들리지 않고, 반경이 줄어드는 코너에서 능숙하게 균형 잡힌 발놀림으로 훨씬 작은 차처럼 돌아나간다.
 
거의 모든 커다랗고 무거운 자동차처럼 전면부는 넓게 밀리겠지만,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이 DBX가 매끈하게 의도한 주행 라인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도록 작동한다.
 
 
이 과정 중에 풍경 속으로 V8의 굉음이 울려 퍼진다. 애스턴마틴-AMG 엔진은 직선 포장도로를 질주할 때마다 으르렁거리고 콧바람을 내뿜으며 소리친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른 차 무리에 합류할 시점이 되면 DBX는 유순해진다.
 
완전히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때 파워트레인이 약간 흔들리는 현상을 빼면, 일상 주행에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말하는 ‘평범한’은 애스턴마틴에 대해서가 아니라, 모든 고급 SUV 중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파워트레인의 긴장이 풀리고 서스펜션이 가장 부드러운 모드에 들어갔을 때 이 괴물 같은 차가 얼마나 평범해지는지 놀라울 정도다.
이 점은 DBX의 앞날을 생각하면 무척 좋은 신호다.
 
초호화 SUV를 사려는 사람이 아주 가끔 탈 차를 찾을 리 없기 때문이다. DBX가 ‘모든 날, 모든 상황’ 임무를 거의 완벽하게 수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나온 애스턴마틴 차종 중 최고라고 할 수도 있다.
 
 
차가 이처럼 잘 나오면, 관심을 끌지 못하기가 오히려 힘들다. 애스턴마틴은 항상 정체성 강하고 개성 있는 스포츠카를 생산해왔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랫동안 애스턴마틴 스포츠카는 포르쉐나 페라리에 밀려 두 번째, 세 번째 또는 네 번째에 머물렀다. SUV 시장에서 애스턴마틴이 세계 최고 수준 모델을 만들어내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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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코너 골든PHOTO : 렌즈 디만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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