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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모터트렌드> 올해의 트럭 - 비하인드 스토리

여러분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픽업은 모조리 잊기 바란다. 모든 후보들이 각각의 명예를 걸고 경쟁한 올해의 승부에서, ‘새로운 픽업의 세상’이 도래했음은 더더욱 분명해졌다

2022.02.09

 
승마용 매트의 무게는 45kg이다. 캘리포니아 혼다 성능시험장은 속도 제한을 엄격하게 시행한다. 모하비 사막에서 가장 맛있는 인도 음식은 한 가라오케 바에 있었다! 이 모든 게 ‘2022 <모터트렌드> 올해의 트럭’ 승자를 가리는 과정에서 알아낸 사실이다.

픽업은 용도가 워낙 다양해서 최고를 뽑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누군가는 가족의 이동수단으로 타고 다니고, 어떤 이는 견인이나 작업을 위해 사용한다. 이들 모두에게 픽업은 일상의 전부와 같은 존재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가려내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2주였다.
 

우리는 모하비 사막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혼다 성능시험장으로 갔다. <모터트렌드> 팀과 출전한 후보들이 모두 도착하자 혼다는 진행하고 있던 자사 신차 테스트를 일제히 중단하고, 위장을 아주 꼼꼼히 한 몇몇을 뺀 나머지 차는 모두 깨끗이 치워버렸다. 승자를 가려내기 위해 픽업 10대를 한 자리에 모았는데도 주변이 휑해 보일 정도였다.

 
먼저 짐 정리부터 했다. 모하비 사막까지 끌고 온 트레일러를 분리하고, 촬영팀에 식사로 제공할 냉동식품 0.25t을 실었다. 적재하중 테스트에 사용할 승마 매트도 내렸다. 이 진절머리 나는 성가신 고무를 사용하면 무게 측정하기는 쉽지만 들고 다니기가 버겁다. 우둘투둘한 바닥면을 만지다 보면 선인장으로 저글링 한 듯 손바닥이 따끔거린다.
 

혼다 성능시험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황을 겨우겨우 간신히 통제하는 혼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신중한 안무에 따라 움직이는 ‘혼돈의 전시회’다. 심사위원으로 임무를 다하는 에디터 7명, 테스트 팀 3명, 사진작가 여러 명이 같은 픽업을 놓고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다른 작업을 진행한다.

먼지가 많은 사막 환경이어서 사진작가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가 힘들다. 테스트 팀은 로스앤젤레스 본부에서 실시하는 전체 작업을 이곳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할당된 시간의 절반에 걸쳐 트레일러 연결 유무, 승마 매트 적재 등 기본 사항을 측정한다. 심사위원들은 혼다 성능시험장에 마련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돌아가며 테스트를 한다.
 
혼다 사막 성능시험장은 다양한 온로드와 오프로드 트랙을 제공한다. 통제된 환경에서 픽업트럭이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상황을 재현하고 평가할 수 있다

혼다 성능시험장은 얼음과 눈의 미약한 트랙션(고운 모래로 깜짝 놀랄 만큼 비슷하게 구현했다)에서부터 로스앤젤레스 110번 프리웨이를 복제한 노면까지 모든 종류의 운전 상황을 시험하도록 설계한 곳이다. 자갈길, 흙길, 울퉁불퉁한 길, 부드러운 길은 물론 어지럽고 비명이 절로 나는 굽잇길도 있다.
 
고속 타원 코스와 고속 오프로드 트랙도 갖췄다. 원하는 환경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필요에 따라 속도를 올리고 방향을 바꿔가면서 회전할 수 있도록 아스팔트 호수도 마련해놓았다.
 

모든 일이 순조로웠지만, 이른 아침 충전과 크랩워크 기능을 시험해보려는 사람들에 대한 불평도 터져 나왔다. 사흘째에 코카콜라가 바닥나자 당 떨어진 사진작가들이 거의 들고일어날 뻔했다. 커다란 사탕 봉지로 겨우 달랠 수 있었다. 심사위원 사이에서도 누군가 캔디 박스를 통째로 들고 가는 바람에 비슷한 소동이 일어났다.

아주 멋진 순간도 있었다. 사진작가는 극적인 사진을 건져야 하는데, 흙길에 차를 올려놓고 과장된 연출을 하는 순간이 매우 즐거웠다. 사진작가 윌리엄 워커는 자신이 몽땅 뒤집어쓸 정도로 흙먼지를 충분히 일으키지 못하면 실력이 부족하다고 큰소리로 외치며 경쟁심을 자극했다.
 
 
근처 군사시설에서 들려오는 제트엔진 소리는 드론 청소에 영감을 줬다. 저공비행하는 촬영용 드론을 흙먼지투성이 픽업 근처에 날리면 간편하게 청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로 쓰는 호텔이 있는 테하차피가 요리의 천국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지금까지는 테하차피를 클리블랜드와 경쟁하는 관광도시로만 알았다. 기름기 가득한 튀김의 전당을 기대하면서, 잘 꾸민 인도 식당과 멋진 태국 식당을 비롯해 괜찮은 음식점 몇 군데를 찾았다. 사막에서는 운전과 식사 모두 즐겁다.
 
 
불행하게도 최종 후보를 심사할 무렵에 테하차피에서 낭패를 당했다. 스테이크와 맥주를 파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스테이크는 바닥나고 맥주도 거의 동났다. 대신 열정을 다해 공들여 만든 버거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저녁 식사보다 최종 후보 선정이 더 수월했다. 모든 후보들이 훌륭하지만, 올해의 트럭 우승은 6개 기준(효율성, 가치, 안전, 의도한 기능의 성능, 엔지니어링 우수성, 디자인 혁신)을 만족하는 차에게 돌아갈 것이다. 저녁 테이블에 나온 음식이 채 식기도 전에 4대가 최종 후보에 뽑혔다.
 
사진작가 렌츠 디만댈이 픽업 트렁크 크기를 재는 새로운 방법인 ‘렌츠-혼다-릿지라인’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날 심사위원들은 추가 테스트 코스에서 최종 후보를 번갈아 탔다. 이 테스트는 미스 아메리카 인터뷰와 비슷한 과정이다. 왜 1등 트로피를 받아야 하는지 각 후보들이 우리에게 설명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심사위원 7명은 실내에 앉아보고, 보닛 속을 살펴보고, 픽업 적재함에 뛰어 올라가고, 허머의 크랩워크 기능도 한 번 더 실행해봤다. 이후에 신중하게 판단했다.
 
하체를 살펴보기 위해 무게가 4t이나 나가는 GMC 허머 EV를 리프트에 올렸다. 혼다 성능시험장에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시설이 있다

올해의 모델 행사에서 종종 빠르게 의견이 일치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탈락할 줄 알았던 차가 앞서 나가면 유쾌한 농담이 열띤 토론으로 바뀐다. 모두 자신의 주장을 쏟아놓고 나서, 투표할 시간이 왔다. 보통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데, 이번에는 어떤 픽업이 우승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피처 에디터 스콧 에번스가 투표를 집계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3위는 만장일치로 결정됐지만, 1위와 2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단 한 표 차이로 ‘2022 <모터트렌드> 올해의 트럭’ 우승자 타이틀이 갈렸다.
 

캘리포니아 테하차피 주변의 경사진 언덕은 견인력을 시험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2022 올해의 트럭’ 선정은 쉽지 않았지만 매우 즐거웠다. 즐거움에 가치를 매긴다면 적어도 승마용 매트 20개 무게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올해의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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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 편집팀PHOTO : <모터트렌드>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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