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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리더십, 누가 잡을 것인가?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걷는 내연기관차 시장과 본격적으로 걸음마를 시작한 전기차 시장. 서막을 올린 전기차 시대의 주도권은 과연 누가 잡을 것인가? 전통 강자와 신흥 세력 사이에서 깊이 고민했고 신중하게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2022.02.24

 
결국은 전통 자동차 회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것도, 가장 영리한 것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쪽이 살아남는다." '진화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전기차 생태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논리는 단순하다. 전기차 생존을 좌우하는 시장과 소비자라는 환경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업체가 살아남을 것이다. 즉 시장 적응 능력이 전기차 업계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테고, 그런 관점에서 신생 전기차 회사보다 전통 자동차 회사가 생존에 좀 더 유리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 보인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 중 첫 번째는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와 사용 패턴이 단숨에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규모가 큰 여러 시장에서 아직 많은 소비자가 전통적 구매 및 소유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정도는 다르고, 구매에서 사용에 이르는 과정 일부가 온라인 채널로 바뀌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동안 미래 자동차 소비 형태로 주목받은 공유와 구독 서비스의 확산 속도는 빠르지 않다.

구매와 사용 패턴의 전환 속도가 느려진 데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큰 영향을 주었다. 앞으로 대유행이 잠잠해지면 그 변화 속도가 다시 빨라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일시적으로 변화 속도가 느려지면서, 기성 자동차 업체들이 새로운 구매와 사용 패턴에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이는 신생 전기차 회사들이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의 설득력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그 경우 다른 영역의 취약점을 잊거나 무시할 만큼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신생 업체들의 제품으로 쉽게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MaaS) 개념이 자리를 잡더라도 전통 자동차 강자들의 강점이 이어질 수 있다. 서비스 운용업체는 소비자에게 제공할 자동차를 알맞은 시기에 알맞은 만큼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하고, 사용 중에도 유지관리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전기차가 구조적으로 내연기관차보다 유지관리 부담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사용자와 사용 환경에 따라서는 예상치 못한 사고나 고장 등 일반적 유지관리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아직 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은 신생 전기차 업체들보다는 기성 자동차 업체가 유리하다.

아울러 소비자가 차를 구매하거나 사용할 때 지출할 수 있는 경제력의 스펙트럼은 무척 넓다. 시장에 나와 있는 자동차의 크기와 값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전통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그물망처럼 촘촘한 모델 구성으로 수요에 폭넓게 대응하고 있고, 동력원이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바뀌더라도 제품 포트폴리오는 거의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기차 회사들의 시장 대응 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테슬라가 좋은 예다. 모델 3와 모델 Y 생산이 제 궤도에 오르면서, 테슬라의 2021년 생산 및 판매량은 연간 90만 대를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테슬라 차들이 '모든 지갑 사정과 목적'에 알맞은 것은 아니고, 향후 몇 년간 추가될 모델로도 시장의 빈틈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는 있지만, 하드웨어는 여전히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영역이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인 만큼, 물리적으로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실을 수 있는 하드웨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효율적으로 하드웨어를 생산할 수 있는 설계와 생산, 조달 능력은 신생 전기차 업체들이 기존 자동차 회사를 단숨에 뛰어넘기 어려운 영역이다.

물론 기존 자동차업계들도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해결할 문제를 많이 안고 있다. 일부는 신생 전기차 회사도 공통적으로 겪을 문제지만, 대부분 이미 갖춰놓은 시스템이 변화의 발목을 잡는 전통 회사들만 겪어야 하는 진통이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은 100년 넘는 시간 동안 경쟁과 변화를 겪으며 생존 능력을 키워왔다.
 
아울러 전기차를 내세워 새로 생태계에 뛰어든 업체들을 마냥 지켜만 보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대세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전통 강자들의 시장 지배력이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그래도 신흥 전기차 회사가 주인공이 될 이유
 
내가 이렇게 말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기존의 전통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리라는 확신이 더는 없어졌다. 단지 테슬라가 2021년 100만 대 판매를 기록하고 2위인 폭스바겐을 두 배 넘는 차이로 더 멀리 달아나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계속되는 적자로 자본 잠식에 빠져 도산하는 건 시간문제라 생각했던 테슬라가 드디어 안정적으로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도 아니다.

물론 위의 기록만으로도 테슬라가 이룬 업적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양산 브랜드로서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도 대단하다. 하지만 떨어지는 품질, FSD라는 이름에서 오는 오해나 주행 중 게임이 가능했던 업데이트처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음에도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 등 전통적인 자동차의 관점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이 들게 된 데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전통 자동차 회사들이 야심 차게 내놓은 본격 전기차 모델들의 기술적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최근 10여 년 동안 자동차 시장을 이끈 독일 프리미엄 3사가 뒤늦게나마 내놓은 본격적인 첫 전기차 모델들은 자동차의 품질과 디자인 등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겠지만 전기차 관련 기술에 대해서만큼은 테슬라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전기모터 기술과 배터리 팩, 그리고 자율주행 시스템과 통합제어기 등에서 핵심 기술을 내재화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전기모터의 경우 테슬라는 다양한 형식의 모터를 경험한 뒤 기술의 심도를 상당히 높인 상태다. 단적인 예로 테슬라 모델 S가 1단 기어로 최고속도인 시속 250km를 기록하는 반면, 전통 강자 출신 전기차 가운데 최강자인 포르쉐 타이칸은 2단 변속기를 사용해야만 비슷한 수준의 최고속도를 낸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모델에 관계없이 적용하기 수월하고 다른 브랜드에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듈화된 방식이라는 점,  4세대까지 발전하며 노하우가 축적된 점, 그리고 자체 설계한 통합제어기를 적용해 시스템 효율과 연산 속도 등에서 우월한 점 등 콘셉트와 경험, 설계 기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앞서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이에 비해 오랫동안 업계를 주름잡아온 자동차 브랜드들의 순수 전기차용 플랫폼으로 내놓은 첫 모델들은 대체로 테슬라 모델들에 비해 성능은 물론 항속거리 등에서도 열세다. 또한 통합제어기는 대체적으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거나 폭스바겐처럼 적용했어도 초기 운영체제 문제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 전기차 분야에서는 오히려 후발 주자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그런데 이처럼 테슬라 하나를 전통 자동차 회사들이 이기기 힘들어하는 데에는 단순히 기술적 격차만이 유일한 이유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신흥 전기차 브랜드들이 우세할 두 번째 이유인 ‘주도권 장악 능력’이다. 만일 전통 자동차 회사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판매 네트워크와 기존의 협력관계인 대형 부품사들과 빠르게 전기차의 초기 콘셉트를 완성해 시장을 선점했다면 규모의 경제나 소비자의 학습 효과에 의해 지금처럼 끌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닛산 리프 정도의 대중적 전기차 모델이 시장에 나왔고 BMW는 너무 실험적인 i3로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정체되어 있던 사이에 테슬라가 고가+고성능이라는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전기차의 이미지를 초식동물에서 육식동물, 즉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로 바꿔버렸다. 
 

게다가 이제는 테슬라 혼자가 아니다. 리비안과 루시드 등 꽤 준수하고 신선한 전기차 전문 브랜드들이 뒤따르고 있다. 이들은 테슬라와 비슷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핵심부품의 외주화를 통해 기존 자동차 회사들과 비슷한 공급 시스템을 채용했다. 이미지는 신선하고 경영은 안정적인 영리한 행보를 택한 셈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앞서 말했던 LFP 배터리가 시사하는 저렴한 대중형 전기차의 출시다. 이 부분은 중국이 가장 앞서 있고 폭스바겐이 파워데이에서 언급한 바 있다. 중국 브랜드 제품들이 고급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겠지만 저렴한 시티 커뮤터 시장에서는 결코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 

전통 브랜드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위험한 이유는 또렷하다. 늦은 출발과 부족한 경험치다. 그런데 더 걱정해야 할 것은 전기차는 미래차의 시작일 뿐이라는 점, 그리고 전통 브랜드들은 홀가분하게 미래차로 뛰어가기에 발목 잡는 요소들이 너무 많은 현실이다. 

누가 더 빠르게 뛰어갈까? 다들 뛰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 발걸음의 속도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전통 브랜드들 가운데 살아남는 자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들 말하는 것이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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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병진PHOTO :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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