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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의 아이템

꽃도 피면 지는 법. 필요에 의해 탄생한 자동차 아이템도 시대가 변하면서 소멸하고 진화한다. 이제는 추억으로 돌아보는 과거의 자동차 아이템들

2022.03.25

팝업 헤드램프
 
 
보닛 속에 숨어 있다 툭 솟아오르곤 하던 팝업 헤드램프는 법으로 생겨났고, 법 때문에 사라진 독특한 아이템이다. 1960년대 미국 자동차 관련 법규는 일정 기준 이상의 헤드램프 높이를 요구했다. 예나 지금이나 최대 규모인 미국 자동차 시장의 요구를 제조사들이 무시할 수 없었다. 해결 방안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팝업 해드램프였다.
 
 
기본적으로 차체가 높은 일반 세단은 문제가 없었지만, 낮은 차체의 스포츠카들이 팝업 헤드램프로 법망을 피하기 시작했다. 법적 대응을 위해 등장한 팝업 헤드램프는 독특한 구성과 디자인으로 유행처럼 스포츠카에 적용됐지만 안전 규정이 강화되면서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인다. 보닛에서 불거진 팝업 헤드램프가 사고를 더 키웠던 것. 한때 스포츠카의 상징 같았던 팝업 헤드램프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플립업 글라스
 
 
크고 무거운 SUV의 해치 게이트 창문만 따로 여닫을 수 있게 했던 플립업 글라스. 무거운 해치 게이트를 애써 여닫을 필요 없이 창문을 통해 짐을 부릴 수 있어 실용적인 아이템이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SUV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아이템도 적었던 덕에 국산 SUV에도 유행처럼 플립업 글라스가 적용됐었다. 국내 브랜드의 도심형 SUV 전성기였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등장한 모델들은 대부분 플립업 글라스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운행 거리가 늘면서 이음새의 견고함과 밀폐력이 떨어지고 틈새가 벌어지는 등 문제점들이 생겼다. 그로 인한 소음도 문제였다. 브랜드 입장에서 복잡한 공정과 비용을 들여 문제 있는 아이템을 유지할 이유는 없었다. 실용성 좋았던 플립업 글라스는 안타깝게도 그렇게 사라졌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는 기본 중의 기본이자 중요한 감성 아이템이었다. 좀 더 나은 음질을 듣고자 애프터마켓 헤드유닛으로 바꾸고 성에 차지 않아 스피커까지 교체하며 음악에 심취하던 그 시절엔 카오디오 숍도 성행했다. 이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에 CD 플레이어가 가세해 한동안 자동차 음악 르네상스 시절을 보냈다.
 
얼마 뒤 USB에 음원을 담아 쉽게 즐기는 음악이 대세를 이루더니 이제는 무선 연결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장악했다. 선 없이 스마트폰 속 음악을 무한정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소 번잡하고 단순했지만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한 곡 한 곡 귀 기울이고 소중히 여기던 그때 그 시절. 지금의 스마트폰 속 플레이리스트는 빠르고 간결하며 넘쳐나지만, 당시 카세트테이프가 주던 아날로그 감성까지 전해주지는 못한다.
 
 
시가잭 라이터
 
 
전기저항으로 달군 코일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말 그대로 흡연자 전용 아이템이었다. 살짝 눌러놓으면 몇 초 후 툭 튀어나와 빨갛게 달아오른 코일로 담뱃불을 붙였다. 하지만 이 아이템도 흡연 인구가 줄고 라이터가 흔해지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더불어 흡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의식한 제조사들이 스스로 시가잭 대신 각종 전자기기를 위한 전력 단자로 바꿔버렸다. 물론 소수의 브랜드들은 시가잭을 제공하기도 하고 애프터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전자담배가 늘어나는 등 달라진 흡연 환경에서 이마저도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윈도 크랭크
 
 
일명 ‘닭다리’로 불리던 크랭크의 끝을 잡고 열심히 돌려 창문을 여닫던 시절도 돌이켜보면 아주 오래된 건 아니다. 지금도 낮은 트림의 화물차에서 심심찮게 볼 수는 있지만, 이제는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추억의 아이템이다. 이따금 한두 번 여닫을 때는 문제없지만, 빈번하게 들러야 하는 톨게이트라도 만나면 손이 분주해졌다.
 
낭패는 뒷좌석이나 옆자리 동승자가 창문을 열어둔 채 내렸을 때 종종 생겼다. 그럴 때 하필 비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차를 세우고 내려 창문을 닫고 재출발해야만 했다. 이제는 자동을 넘어 모든 창문에 원터치 개폐 기능 적용 여부를 따지는 시대가 됐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후드 엠블럼
 
 
보닛 위에 번쩍이는 쇠 장식을 동상처럼 붙이고 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롤스로이스 환희의 여신이나 재규어의 비상하는 맹수, 메르세데스-벤츠의 세 꼭지별 등은 브랜드와 모델의 권위를 과시하는 상징이었다. 물론 후드 엠블럼이 고급 수입차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쌍용은 무쏘의 보닛 끝에 코뿔소를, 현대는 에쿠스에 날개 모양의 엠블럼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보닛 위에 불거져 나온 쇠 장식은 사고, 특히 차와 보행자 간 사고에서 흉기로 돌변했다. 보행자에게 치명적 상해를 입히는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법적 안전 규제가 강화되고 브랜드의 자발적 배제로 후드 엠블럼은 점차 사라졌다.
 
물론 지금도 롤스로이스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몇몇 브랜드는 후드 엠블럼을 선보이지만, 모두 법적 안전 규제를 기술적으로 소화한 것들이다. 롤스로이스 환희의 여신은 충격을 감지하면 보닛 속으로 숨어들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쉽게 꺾이는 구조로 말이다.
 
 
자동차 키
 
 
가방이나 주머니 한가득 차지했던 열쇠 꾸러미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집과 사무실은 지문이나 비밀번호로 드나들 수 있고 자동차 역시 플라스틱 키 하나면 충분하다. 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알아서 문이 열리고 잠기고 시동도 버튼이나 지문으로 걸 수 있다. 스마트키라고 총칭해 불리는 요즘 자동차 키는 일종의 차주 인증용인 셈이다.
 
열쇠로 구멍을 찾아 꽂고 돌려 도어를 열고 시동을 걸던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만큼 멀어저가는 중이다. 이제는 스마트키까지 사라지기 시작했으니까. 스마트키 대신 스마트폰 하나면 되는 시대가 이미 왔다. 스마트폰 앱으로 인증은 물론 각종 정보와 데이터를 확인하고 시동이나 설정까지 가능한 세상이다.
 
 
핸드 브레이크
 
 
센터 터널에 자리한 기다란 막대기를 바짝 당겨 올려 차를 고정하는 핸드 브레이크.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그 수는 현격히 줄고 형태도 기다란 막대기에서 버튼으로 바뀌었다. 케이블을 당겨 뒷바퀴를 잠그던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뀐 셈이다. 알아서 가고 서는 반자율주행 장치와 함께 진화한 시스템이다. 버튼식 핸드 브레이크는 적잖게 차지하던 가운데 공간을 달리 구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보다 쾌적한 실내 구성의 토대로 활용되고 있다. 
 
 
헤드램프 와이퍼
 
 
커다란 앞뒤 창문에만 와이퍼가 있었던 게 아니다. 영타이머로 분류되는 1970, 80년대 유럽차들 중에  헤드램프에 와이퍼를 단 모델이 많았다. 특히 북유럽 브랜드인 볼보와 사브의 거의 모든 모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비와 눈 많은 유럽 날씨에서 헤드램프의 청결은 특히 중요했다.
 
눈과 비는 물론 각종 이물질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헤드램프로는 충분한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이로 인해 탑승자 안전 위협은 물론 빛이 사방으로 퍼져 마치 상향등처럼 보이는 탓에 주변 운전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앙증맞은 와이퍼를 헤드램프에 달아 직접 닦는 것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차체 디자인과 더불어 헤드램프가 직각에서 유선형으로 변하면서 와이퍼의 효율은 떨어졌다. 물리적 마찰로 인한 흠집도 문제였다. 이제는 와이퍼 대신 고압 분사 노즐을 달아 워셔액으로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전동 조절 페달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은근슬쩍 사라진 아쉬운 아이템이다. 바른 운전자세는 시트만으로 완벽하게 설정하기 어렵다. 가속페달과 제동페달의 위치와 높낮이도 바른 자세에 영향을 준다. 그런 측면에서 전동으로 페달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기능은 각기 다른 신체 조건을 반영해 보다 완벽한 운전자세를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아이템이었다.
 
일부 수입차는 물론 2000년대 국산차에도 제법 적용됐었다. 오르간 타입 페달이 높이 설정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줄 수는 있지만 전동 조절 페달만큼 완벽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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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병진PHOTO :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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