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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이 미래다

대중 전기차 시대를 맞기 위한 필수 요소는 안정적인 충전 인프라 구축. 집단 주거 형태가 반수를 넘는 국내 상황에서 이상적인 충전 환경은 어떻게 완성해야 하는가?

2022.03.31

 
2021년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10만 대, 누적 대수는 23만 대를 넘어섰다. 탈 만한 전기차가 국내에 등장한 지 11년 만에 대중화 시대로 진입한 셈이다. 도로에서 파란 친환경차 번호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신차 구입을 고민하는 이들의 구매 목록에 전기차 한두 대쯤 자연스레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정한 전기차 대중화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잖다. 전기차 자체에서는 주행가능거리, 주행 환경 측면에서는 충전 인프라가 시급한 과제로 거론된다. 일단 충전 인프라부터 보자. 통계를 보면 충전시설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
 
2021년 중반을 기준으로 주유소는 1만1000여 곳. 급속 충전소는 9000개에 육박하고, 완속 충전소는 2만 개가 넘었다. 충전기 수만 놓고 보면 각각 1만3000여 대와 6만2000여 대로 결코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전기차 충전이 더 쉬워야 할 텐데 현실은 왜 다를까? 

문제는 내연기관차 주유시간과 비교할 수 없이 충전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데서 출발한다. 빈 탱크를 가득 채워도 5분이면 충분한 주유와 달리 충전은 최신 전기차와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도 80% 충전에 적어도 15분 이상 걸린다. 완속 충전기라면 5시간에서 많게는 15시간, 이동형 충전기는 30시간까지 걸린다. 충전기 1대가 소화할 수 있는 전기차 대수가 적기 때문에 전기차 사용자들은 충전시설에 갈증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배터리와 전기차 기술로는 지금 당장 충전시간을 주유 수준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해결책은 무엇일까? 바로 지금, 사용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기술적 묘가 필요하다. 짧은 거리를 오가는 일상 충전은 집이나 직장에서, 여행이나 출장 같은 장거리는 휴게소 등 거점을 활용해 가급적 급속 충전기를 보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단독주택이 대다수인 해외에서는 차고에 개인 충전기를 설치해 일상의 충전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환경이 다르다. 2020년도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유형 중 과반(51.1%)이 아파트다. 여기에 다세대 및 연립주택까지 포함하면 집단 주거 형태가 무려 62.6%에 달한다. 집단 주거 형태가 흔한 탓에 많은 이들은 공용 충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 관련한 규정과 규제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에 매우 빈약했다. 5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에 대해 주차 면적의 0.5%만 전기차 충전 공간으로 할애하면 설치 의무는 끝이었다. 충전 방해 행위에 대한 단속 조항도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 법 개정을 거쳐 올 1월 28일부터 의무 설치 아파트를 100세대 이상, 신축은 5%(상향), 구축은 2%(신설) 이상 주차공간에 충전기 의무 설치로 내용이 강화됐다. 나아가 아파트 충전소에 대해서도 외부 공용주차장과 마찬가지로 충전 방해 행위에 대한 단속이 가능해졌다. 물론 설비 구축에 적용되는 유예기간과 대중의 인식 변화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점차 나아질 수 있는 변화의 토대는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 실제 효과를 얻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전기차 충전시설의 상당히 큰 전력 소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더불어, 대부분 이미 주차난이 심각할 정도로 포화상태인 아파트의 충전 공간 이슈가 대표적이다.

급속 충전기의 소비 전력은 생각보다 크다. 급속 충전기로 전기차 한 대를 충전할 때 쓰이는 전력 소비량은 아파트 한 라인 내지 한 동의 그것과 맞먹는다. 완속은 이보다는 덜하지만 2~3가구의 전기 사용량을 요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기공급 설비, 즉 수전 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
 
 
단순히 법 개정을 통해 의무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전기차 충전시설과 관련한 새로운 수요가 충분히 수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 부처가 계획을 세우고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공간과 관련해서도 돌아봐야 한다. 안 그래도 부족한 주차공간이 전기차 때문에 더 줄어든다는 내연기관차 운전자들의 인식과, 정당한 충전 기회를 빼앗긴다는 전기차 소유자 간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충전공간을 점유 중인 내연기관차들에 대해 단속이나 출차 요청을 하더라도 바로 해결되지 않아 충전 기회를 놓치는 일도 빈번할 가능성이 크다. 법 개정을 통한 제도의 실효성이 현실에서는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 주차공간에 되도록 많은 수의 전기차 충전 전용 과금형 콘센트 설치를 우선 고려해볼 수 있다. 이 콘센트는 전기차 충전 사용자에게 요금을 직접 부과하므로 공용 전기의 사적 사용 문제도 없다. 더불어 전용 주차공간이 필요치 않아 주차공간 다툼의 소지도 줄일 수 있다. 출력이 낮아 충전시간이 다소 길지만 고정형 충전기에 비해 전력공급 시설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설치와 운영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장거리 주행 중 충전도 고민하자. 주행가능거리가 긴 최신 전기차도 연비 모드로 몰아야 편도 국토 종단이 가능한 수준이다. 겨울에는 더 줄고 열선시트나 히터 등을 사용하면 주행거리는 더 줄어든다. 히트펌프로 보완하더라도 낮은 온도에서는 10%, 많게는 40%까지 짧아진다.
 
날씨와 환경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며 전기차를 몰기 위해서는 중간 지점과 목적지 근처 충전소를 이용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인지하고 환경공단 및 민간사업자 지원을 통해 거의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와 상당수의 관공서 및 공영주차장에 충전소를 이미 설치했거나 준비 중이다. 올바른 정책 방향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보완하고 해결해야 할 부분 또한 분명히 있다.
 
가장 크게 지적받는 것은 실제 사용 가능한 충전기 수 부족이다. 설치된 충전기 대수뿐 아니라 고장, 혹은 충전 중인 전기차 같은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일단 현재 설치 완료한 충전기 숫자로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전기차를 소화하기에 역부족이다.
 
 
통행량 많은 고속도로를 다니다 보면 설치된 충전기 2~3대가 모두 사용 중이어서 충전을 기다리는 차들이 줄 서 있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관공서는 더 치열하다. 1~2기에 불과한 충전기 수도 문제지만 그마저 관용 전기차가 사용 중인 경우가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충전기는 고장 또는 오류 등으로 사용 불가인 경우도 흔하다. 정부는 이 같은 불편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 운영 충전기에 대한 고장률을 감시하고 조치 시간을 줄이려는 정책적 노력을 시행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과 설 기간 고속도로 휴게소 내 충전기 중 고장이나 점검 사례를 보면 1년 전 30여 곳에서 올해는 20곳 안팎으로 줄었지만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모자란다.

전기차 사용자들이 현실적으로 마음 놓고 타기 위해서는 충전기 수의 확충 이상으로 관리에 공들여야 한다. 효율적인 운용과 관리는 일부 민간사업자의 예를 차용해도 좋다. 현대차는 자체 충전시설인 이피트(e-pit)를 일부 휴게소 및 거점 장소에 구축 중이다.
 
한 곳에 6대 안팎의 충전기를 설치해 숫자도 넉넉한 데다 100~350kW급이라 충전도 빠르다. 에스트래픽은 여러 이마트 지점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한다. 지점에 따라 충전기를 10대 넘게 설치한 곳도 있으며 100kW급 위주라 폭넓게 충전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로등에도 급속 충전기를 설치해 노상 공영주차장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사례들의 공통점을 참고하면 답은 명쾌하다. 접근성 좋은 곳에 빠른 충전기 여러 대를 집중적으로 설치하고 운영과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전기차 20만 대 시대를 넘어 올 연말 누적 45만 대를 바라보는 지금.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를 맞기위해서는 무엇보다 충전 인프라 확충과 재정비가 절실하다. 전기차 충전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전기차의 밝은 미래는 충전 인프라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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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정우덕(전력거래소 대외협력팀 차장)PHOTO : 각 브랜드,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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