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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 뒤로 전부 헤쳐 모여! 세이프티 카의 모든 것

트랙의 안전은 물론 숨은 재미까지 책임지는 세이프티 카의 모든 것

2022.04.11

 
세이프티 카의 역할은 ‘트랙 위를 안전하게(Safety) 통제하기 위한 차’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폭우가 쏟아졌던 2010년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본 사람들이라면 경주차들 앞에서 노란 경광등을 반짝이며 대열을 이끌던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를 기억할 터다.
 
이처럼 악천후나 사고 등, 레이스를 온전히 진행하기는 위험하지만 그 상황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경우라면 세이프티 카가 트랙으로 나와 선두에서 속도를 줄이고 대열을 이끈다. 이를 통해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면서 트랙 마셜(진행 요원)들이 상황을 수습할 시간을 벌어준다.
 
이것을 세이프티 카 상황, 줄여서 SC 상황이라고 부르며 세이프티 카를 추월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레이스 스타트 직전 마지막으로 경주차와 트랙의 상태를 점검하는 포메이션 랩을 이끄는 것도 세이프티 카의 몫이다.
 

한편으로는 벌어졌던 격차가 SC 상황에서 단번에 줄어들기 때문에 선수나 팀 입장에서는 전황을 뒤집을 기회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타이어 교체 타이밍을 주요 전략으로 활용하는 F1에서는 특히 그렇다. 선두와 큰 격차로 뒤처져 있는 2위 선수가 선두보다 타이어를 일찍 교체했는데 그 직후 SC 상황이 시작됐다면, 이는 극적인 순위 변동을 예고하는 순간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모든 세이프티 카는 양산차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그 성능은 당연히 경주차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세이프티 카가 일반적인 운전을 하듯 천천히 달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만일 세이프티 카의 서행으로 경주차들의 주행 속도가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타이어 온도나 냉각계통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
 
특히 타이어 온도가 내려가면 충분한 그립을 낼 수 없고, 이는 성능 저하는 물론 사고 위험성이 오히려 높아지는 문제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경주차들이 SC 상황에서 타이어 온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지그재그 모양으로 달리는 것인데, 그나마도 지나치게 느린 속도에서는 타이어 온도를 끌어올리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충분한 출력과 다운포스를 가지고 있는 경주차한테는 큰 부담이 없는 속도라고 하더라도 세이프티 카 입장에서는 꽤 높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에서 포뮬러 E의 포르쉐 타이칸, 미국 인디500의 쉐보레 콜벳, 일본 슈퍼 GT와 한국 CJ 슈퍼레이스의 토요타 GR 수프라처럼 전 세계 주요 모터스포츠 대회의 세이프티 카는 파트너십을 맺은 완성차 업체들의 고성능 모델을 사용하며 운전자 역시 전·현직 프로 드라이버를 고용한다. F1에서는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 선수 출신 드라이버인 베른트 마이랜더가 20년 넘게 F1 공식 세이프티 카 드라이버를 전담하고 있다. 

세이프티 카 외관을 둘러보면 먼 거리나 악천후 속에서도 경주차 드라이버들이 세이프티 카를 금세 인식할 수 있는 LED 경광등과 안내판을 확인할 수 있다. SC 상황 내내 경광등은 지속적으로 점멸하며, 상황 종료와 함께 세이프티 카가 피트로 돌아가기 직전 완전히 꺼진다.
 
 
차를 뒤따르는 드라이버들은 물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도 이를 통해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실내에는 각종 버튼과 스위치, 태블릿을 장착했다. 태블릿에는 중계 화면, 세이프티 카의 현재 위치나 실시간 라이브 타이밍 등을 표시한다. 레이스 디렉터나 각 팀과의 원활한 교신을 위한 통신장비도 확인할 수 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운전자를 보호하는 롤케이지는 당연히 필수다.

구급 목적을 위한 메디컬 카도 있다. 사고 발생 시 세이프티 카가 경주차들을 통제하는 동안 메디컬 카는 부상을 입은 드라이버의 응급치료와 호송을 돕는다. 중계 화면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모터스포츠 경기를 한 번이라도 직접 관람해봤다면 레이스 스타트 직후 경주차 뒤를 전속력으로 따라가는 메디컬 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F1 세이프티 카 드라이버 베른트 마이랜더
 
첫 랩에서 높은 확률로 일어나는 사고 상황에 곧바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경주차가 폭발하는 사고 가운데 드라이버 로맹 그로장이 기적적으로 빠져나왔던 2020년 F1 바레인 그랑프리만 봐도, 첫 랩 대열을 뒤따르던 메디컬 카의 초동 조치가 없었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지도 모른다.
 
각종 의료장비 탑재와 부상자 호송이 주된 목적이다 보니 실내 공간을 크게 확보할 수 있는 왜건과 SUV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주최 측에서 정식으로 근무하는 의사가 드라이버와 함께 동승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F1에서는 세이프티 카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VSC(Virtual Safety Car, 가상 세이프티 카)도 존재한다.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도중 사고가 일어날 시 해당 장소를 포함한 일정 구간에 제한속도를 거는 ‘슬로 존’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VSC가 발령되면 그 즉시 선두 앞에 세이프티 카가 나타났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모든 선수들은 가상의 세이프티 카가 기록한 것으로 설정한 가상 랩타임보다 느린 페이스로 주행해야 한다. 만약 이때도 사고 상황을 통제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실제 세이프티 카를 투입한다.
 

 

F1 세이프티 카 도입의 역사 
 
포르쉐 914(1973 캐나다 그랑프리)
 
람보르기니 쿤타치(1983 모나코 그랑프리)
 
오펠 벡트라(1994 산 마리노 그랑프리)
 
메르세데스-벤츠 CLK 55 AMG(2003)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2010~2014)
 
F1에서 처음 세이프티 카를 도입한 경기는 1973년 캐나다 그랑프리였다. 후미에 노란 깃발을 달고 경주차 대열을 이끌었지만 전자식 타이밍 시스템이 없던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순위 혼란을 가져왔고, 결국 뒤바뀐 우승자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에는 1983년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람보르기니 쿤타치를 세이프티 카로 활용했다.
 
F1 공식 세이프티 카는 1993년부터 도입했지만 여전히 각 트랙에서 자동차와 드라이버를 재량껏 구해야 했다. 대표적으로 오펠 벡트라, 혼다 프렐류드, 르노 클리오 등이 손꼽힌다. 1997년 메르세데스-벤츠와의 전속계약 이후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AMG 모델이 세이프티 카로 쓰였고, 지난해부터는 애스턴마틴이 세이프티 카 파트너로 새롭게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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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최현진(어시스턴트 에디터)PHOTO : F1, 메르세데스-벤츠, 애스턴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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