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생명을 위협하는 건 자동차가 아니다. 바로 운전자들이다

2022.04.11

 
도로 위 교통사고의 94%가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다는 건 근거 없는 말일 뿐이다.” 나의 주장이 아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토브먼 주정부 및 지방정부 센터 객원 연구자인 데이비드 지퍼의 말이다. 지퍼는 <애틀랜틱>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운전자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탓하는 건 다른 누구도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 자동차 회사들이 나날이 늘어가는 무게나 크기에 개의치 않고 아무런 걸림돌 없이 SUV와 트럭 판매 확대에 몰두하고, 교통공학 전문가들이 위험한 도로 설계를 하게끔 그냥 내버려둬도 할 말이 없게 되는 겁니다.” 지퍼는 말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에만 2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도로 위에서 사망했고, 이는 2020년에 비해 18.4% 증가한 수치일 뿐 아니라 2006년부터 같은 기간 측정한 사망자 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퍼의 칼럼은 이 통계 발표 이후에 나왔다.

“이건 한마디로 재난입니다.” 미국 교통부 장관 피터 부티지지가 말했다. 부티지지는 사망자 수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국가 도로안전 전략을 발표한다고 했다. 미국의 운수 관련 부서 역사상 처음이다. “이러한 치사율을 단순한 일상적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부티지지가 옳다. 미국 도로에서 일어나는 사망률은 다른 교통 선진국인 호주나 영국, 독일, 스웨덴에 비해 현저히 높으며,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도로교통안전국의 2021년 사망률 급증 연구에 따르면 지퍼가 말한 ‘근거 없는 믿음’은 사실 근거 있는 현실이 된다.

운전자의 실수는 실제 교통사고 사망의 압도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도로교통안전국의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과 재택근무 명령으로 2020년에 운전자들의 행동과 패턴이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도로교통안전국이 2021년 10월 발표한 교통안전 실상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는 “운전자 중 과속, 안전벨트 미착용, 음주 운전 및 약물에 취한 운전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과속과 안전벨트 미착용은 팬데믹 이전보다 2021년에 한층 증가했다. 알코올 및 다른 약물 사용에 대한 변화 또한 기록되었다.”

상반기에 자동차나 도로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뀐 건 없다. 교통 시스템도 바뀌지 않았다. 단지 운전자 행동과 팬데믹이 가져다준 상황 변화 뿐이고, 그것으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르는 치명적충돌이 증가한 것이다.

요즘의 자동차, 트럭 또는 SUV는 자동변속기, 파워스티어링, ABS, 차체 제어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 운전하는 데 어려움이 적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아노를 치거나 전기톱 쓰는 것보다 운전을 더 쉽게 여긴다.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우리는 엄청난 신경을 쓰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수월하게 운전해 갈 수 있다. 그리고 목적지에 아무 탈 없이 도착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이런 ‘신경 쓰지 않음’에 익숙해져 간다.

너무 많은 사람이 도로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신경 쓰지 않음’에 익숙해진 나머지 많은 운전자가 본인의 행동과 주변 상황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교통 데이터 분석 회사인 젠드라이브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충돌사고 가운데 무려 17%에 해당하는 차에는 충돌 5초 전까지 휴대폰을 사용하던 운전자가 한 명씩은 있었다고 했다.
 
미연방고속도로국은 부상 및 사망을 야기한 모든 충돌사고 중 50%는 교차로 또는 그 근처에서 일어났고, 그중 대부분 교차로에는 최소 1개 이상의 신호등이나 정지 표시판이 있었다고 했다. 도로교통국은 대형 트럭 관련 충돌 사망사고 중 거의 17%에서는 트럭의 뒤를 들이받은 차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아무리 열심히 다양한 충돌안전시스템을 만들고, 또 도로가 안전하게 설계되었다 하더라도 산만하게 딴짓하며 운전하거나, 음주 또는 약물 투약 후 운전을 하는 인간들은 항상 시스템의 약점이 될 것이다. 인간은 오류를 범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상황에 맞춰 운전하고 본인이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만 주행해야 한다.” 수십 년 전 랜드로버로 내게 운전을 가르쳐주던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그리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각자 다 알아서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세상도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유용한 충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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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앵거스 매켄지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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