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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대중화의 열쇠 찾기

실질적인 전기차 대중화를 맞이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일까 깊이 고민했다

2022.04.29

 
여건이 먼저다

전기차가 대중화하려면 여러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폭넓은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전기차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당장 전기차를 사더라도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특히 충전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충전의 불편함은 오래전부터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물론 충전 인프라는 꾸준히 늘고 있고 사용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충전이 불편하다는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충전기 수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갖춰진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 등 사용 환경에서 비롯하는 불편함도 작지 않다.

전력거래소가 2021년 12월 발표한 ‘전기차 및 충전기 보급·이용 현황 분석’ 자료에서는 2021년 6월 기준 전국에 급속충전기는 1만2789기, 완속충전기는 5만9316기 설치되어 있다. 이를 합치면 7만2105기에 이른다.
 
한편 한국주유소협회가 공개한 2020년 말 현재 영업 중인 전국 주유소 수가 1만1402곳인데, 주유소 한 곳에 설치된 주유기를 8개라고 가정하면 전기차 충전기 수는 아직 주유기 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조만간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유소 수는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충전기 설치는 늘고 있으므로, 충전기 수가 주유기 수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제는 전기차 사용자가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느냐다. 바람직한 전기차 충전 패턴은 야간에는 주거지, 주간에는 생활 거점에서 장시간 주차할 때 완속충전기로 충전하고 장거리 이동 시에 단시간에 대량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기로 충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루어진 충전 인프라 확충에는 그와 같은 패턴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주차공간 점유와 전력공급 설비 설치, 증설 등 현실적 문제에 막혀, 인허가 등 설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보급된 충전기 중 완속충전기 비율이 높기는 해도, 많은 전기차 사용자가 급속충전기를 찾는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급속충전기 한 기당 전기차 등록대수는 전국 평균 15.3대다. 숫자만 놓고 보면 충전기 수가 적은 건 아니다.
 
그러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대도시일수록 충전기 보급률은 낮은 편이다. 서울 23.9대, 부산 29.4대, 인천 24.3대, 대전 23.2대의 전기차가 급속충전기 1기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즉 지금까지 구축한 충전 인프라는 양적으로는 부족할 정도가 아니지만 질적으로는 전기차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물론 앞으로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2021년에 발표한 제4차 친환경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기를 51만7000여 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동 거점에 급속충전기 위주로 1.7만 기, 생활 거점에 완속충전기 위주로 50만 기를 보급한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정부 계획은 큰 틀에서 보면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은 좀 더 구체화되어야 하고, 참여 주체들이 적극 나설 수 있는 설득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완속충전을 활성화하려면 주차 문제 해결이 우선되어야 하고, 충전 취약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충전 솔루션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아울러 공동주택이나 업무용 건물 주차장의 전력공급 설비 개선이나 증설도 기존 전력망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전기차와 충전기라는 좁은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주거와 교통 환경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관련 법령과 제도를 거시적으로 손질해야 하는 문제다.

또한, 충전 환경의 현실을 바탕으로 전기차 제조업체의 충전 관련 서비스와 전기차 사용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 팔리고 있는 전기차들에는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한 전기차 전용 메뉴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구성이 단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그런 점들은 충전 환경과 사용자들의 충전 패턴을 고려해 개선되어야 한다.

충전 환경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겠지만, 전기차 사용자들도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바람직한 충전 패턴을 받아들여야 한다. 전기차 충전이 내연기관차가 주유소를 찾아 주유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적응하지 않으면, 충전 때문에 생기는 분쟁이나 불편함은 금세 해결되기 어렵다.
 
어떤 문제든 한 방에 해결하는 방법은 없고, 한두 사람이나 주체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자동차 동력원의 전환은 자동차를 둘러싼 사회문화 전반의 전환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모델이 먼저다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한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전기차 시장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먼저 ‘전기차’보다 ‘시장’에 집중하자. 둘째, 그렇게 세운 전략에 전기차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전술을 채워 완성하면 된다.
일단 전기차 시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왜 21세기 들어 전기차가 주목받게 됐는지 이유와 목적부터 명확히 하자. 다음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현해야 할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완수하기 위한 방법의 순서로 접근하면 된다.

모두 알듯 21세기 들어 전기차가 필요해진 가장 큰 이유는 환경문제다. 초기에는 대도시에 한해 자동차 배기가스를 억제하기 위한 도심형 교통수단으로 소형 전기차에 주목했다. 그러나 테슬라가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이면서 초기 전기차의 초식동물 같은 이미지가 깨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2015년, 갑자기 디젤 게이트가 터졌다. 그러면서 전기차는 무대의 중심으로 반강제 소환됐다.

그래서일까?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가 생각보다 크고 비싸다. 테슬라가 시작한 고가의 고성능 전기차 트렌드에 대항하기 위해 독일 고급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기함급 고급 전기차가 줄지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아가 브랜드들은 제한된 전기차 모델로 시장을 폭넓게 선점하기 위한 형태와 크기에 집중하고 고민했다. 더불어 비교적 수월한 배터리 탑재와 쉬운 시스템 패키징이 절실했다.

현대 아이오닉 5나 기아 EV6, 폭스바겐의 ID.4 등 메인스트림 브랜드는 준중형 크로스오버 SUV, 즉 C-SUV 모델을 선택했고 유럽 고급 브랜드는 이보다 D-SUV를 주력으로 삼았다. 공간 효율성이 좋은 전기차의 특성을 살려 한 등급 높은 차로 대중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시장에 전기 픽업과 대형 SUV를 앞다퉈 선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전기차는 미래차의 첨병이기도 하다. 즉,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기술을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적용해도 무방하다. 아이오닉 5가 제네시스 수준의 고속도로 주행보조 2를 적용하고 최초로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게 하나의 예다. 덕분에 원가는 상승하고 전기차 가격은 점점 더 올라갔다.
 

그래서 그 결과는? 전기차의 몸값은 과하게 비싸졌다. 대중이 선뜻 구입하기에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게다가 보조금마저 사라진다면 문제는 더 구체화될 것이다. 아이오닉 5의 보조금 및 세제 혜택 이전 가격이 풀옵션 기준으로 두 세그먼트 위의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VIP 트림 풀옵션보다도 비싸고 동급 준중형인 투싼보다 1500만 원 더 높은 가격표가 지금의 전기차 현실을 잘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가 주류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배터리 가격은 더디게 떨어지고 원료 물질에 대한 수요 폭증은 오히려 전기차 원가 상승을 부추긴다. 즉, 지금 출시된 전기차가 착한 가격으로 대중화를 이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은 없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현실적인 가격대의 전기차가 나오면 된다. 제조사가 가격 경쟁력 좋은 전기차를 출시하면 된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용도 구분 명확한 특화 전기차가 나와야 한다.
 
지금은 내연기관 시절과 같이 막연히 차급으로 전기차를 구분하다 보니 모두들 최소 항속거리 400km를 요구한다. 소형 전기차라도 커다란 배터리를 실어야 하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엔진차보다 더 떨어지고 시장성을 상실하는 직접적 요인이 된다. 도심형 모델은 가벼운 배터리팩으로 짧은 항속거리를 주는 대신 가볍고 콤팩트한 차체로 몰기 쉽고 다루기 좋은 장점을 키워야 한다.

물론 소형 전기차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레저와 장거리 주행을 포기하라 강요할 수는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구독 서비스다. 소형 전기차 구매자에게 연간 몇 회의 대형 전기차 이용권을 제공해 서비스로 하드웨어를 상쇄하는 패키지 전략을 도입하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대중 모델 출시다. 현대 아이오닉 5나 기아 EV6처럼 최신 고성능 기술을 가득 채운 고급 모델만 출시할 필요가 없다. 즉, 코나 일렉트릭이 면모를 일신하고 다시 등장한 것처럼 원가가 회수되고 여전히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 기존 모델들을 리프레시해 출시하는 것이다. 아마도 중고 전기차를 찾고 있거나 실속파, 소형 전기차로는 불편한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전기차 전략은 매우 치밀해야 한다. 주어진 상황과 조건은 녹록지 않고 과감한 투자는 기업과 사회 모두 부담스럽다. 소비자들은 전기차에 대한 어색함과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은 다양한 계층,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구입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폭넓은, 그러면서 부담은 적은 전기차 모델의 라인업일 것이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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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병진PHOTO :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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