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EV 로드 트립에서 배운 것들

전기차로 긴 여행을 한다는 건 새로운 도전을 의미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해결책으로도 충분하다

2022.05.06

 
아우디 Q4 스포츠백 50 E-트론 콰트로를 타고 독일과 프랑스를 가로지르는 장장 1120km의 도로를 달리며 생각했다. “드디어 왔구나!” 효율성과 주행가능거리, 그리고 평균속도와 충전소 위치를 잘 계산해가며 달리고 있으니 마치 진정한 21세기 로드 워리어가 된 것만 같았다.

배터리가 6%밖에 남지 않아 시속 136km로 달리기를 멈추고 생각해두었던 커피숍에 가서 잠시 쉬며 300kW 충전기를 이용할지, 아니면 350kW 충전소에 들러 급속 충전을 할지 고민했다. 생각하다 보니, 이런 고민이 이제 당연해진 것만 같았다.

호주는 광활한 나라다. 미국 48개 주를 차지할 만한 면적이지만 인구는 미국의 1/10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적은 인구가 주로 동쪽과 남동쪽 해안가에 모여 살고 있다. 호주 서부의 퍼스에서 내 고향인 애들레이드를 지나 북쪽의 다윈까지 가는 약 5110km 길이의 도로는 미국으로 따지면 캘리포니아의 샌디에이고에서 뉴올리언스를 경유해 미네소타 덜루스까지 가는 정도의 구간이다.
 
1970년 중반 운전면허를 땄을 때에는 저 5110km 중 1610km 구간의 도로가 흙길이었다. 그런데도 그 먼 거리를 왜 그렇게 돌아갔냐고? 그게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서쪽 퍼스에서 호주 북쪽으로 향하는 길은 2100km 거리가 흙으로 덮여 있었고, 열대 우기 시즌에 폭우가 쏟아지면 도로가 다 씻겨나가곤 했다. 대각선으로 갈 수도 있지만(예를 들면 미국의 샌디에이고에서 캔자스시티를 통해 덜루스까지 가듯), 그런 길은 존재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퍼스에서 앨리스 스프링스를 경유해 북쪽의 다윈까지 거의 직선으로 운전할 수 있다. 앨리스 스프링스는 캔자스 시티처럼 호주의 중앙에 위치한 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깁슨 사막을 가로지르는 1126km의 거리는 흙으로 덮여 있고 하루에 차가 30대도 지나가지 않는다.

호주의 주요 도시들 이외 지역을 여행한다면, 도로가 외지기도 하고 24시간 주유소도 적을 뿐 아니라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미리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자동차 여행 관련 기관들은 추가 팬 벨트, 라디에이터 호스, 물, 오일, 심지어 연료까지 미리 구비해놓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날씨를 봐도 알 수 있듯 뜨거운 뒷바람이 불면 차가 과열할 위험도 있다.
 
또 폭우가 쏟아지면 도로가 팬 곳을 미처 못 볼 수도 있다. 1950~80년대에 만들어진 호주산 홀덴 자동차와 포드, 크라이슬러 패밀리카는 단순하고 튼튼하며 지상고도 적당하고 연료탱크도 대용량이었다. 그렇게 만든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금의 전기차는 단순함과는 거리가 멀다. Q4 스포츠백 E-트론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현재 위치와 목적지뿐만 아니라 최단 경로를 추천해 알려준다. 도로 경사도부터 시작해 교통량, 적정 온도, 충전소 위치와 충전 시간까지 알려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 기능, 차로 유지 보조기능도 있어 다른 차들과 마찬가지로 로드 트립에 철저한 계산을 알아서 척척 해준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자동차가 알아서 제시하는 길이 운전자의 마음에 들어야 유용한 법이다.

독일 보주산맥이나 바덴 뷔르템베르크 언덕을 지나며 새로운 지름길을 발견하거나 조용한 뒷길을 달릴 때 나는 제일 쉬운 경로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쓰지 않고 그냥 지도만 보며 달렸다. 그 때도 나는 Q4에 계속 신경 써야만 했다. 옛날에 하던 것처럼 머릿속으로 배터리 충전과 주행가능거리를 계산하며 지도에서 150kW와 300kW 충전소를 검색했다. 그리고 막다른 길에 들어서지 않게끔 주의했다.

독일은 호주보다 인구밀도가 70배나 높고 전국 어디든 전기차로 로드 트립을 할 수 있게 충전 기반시설을 많이 세워놓았다. 하지만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싶을 때는 예전 방식도 아직까지 쓸모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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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앵거스 매켄지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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