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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미니 일렉트릭

북한산에서 강남까지. 도심형 EV 미니 일렉트릭을 타고 서울의 신록을 누비고, 맡았다

2022.05.14

 
5월, 비로소 완연한 봄이다. 겨울에는 봄이 믿어지지 않고, 봄에는 겨울의 교훈을 잊는다고 했다. 오고, 또 오고, 다시 돌아와도 봄은 튤립처럼 매일이 새롭다. 봄은 아기의 발바닥처럼 보드랍고, 능수버들처럼 낭창하다가도 이따금씩 까슬하고 영락없이 서늘하기도 하다.
 
화려하게 피어올라 일껏 사랑하게 만들어놓고 소나기 한 벌에 속절없이 지고 마는, 벚꽃들의 시체를 보는 것처럼 설움이 밀려드는 것도 없지 않나. 그러나 봄바람, 봄비같이 싫었던 것이라도 ‘봄’만 붙이면 틀림없이 애간장이 녹는 건, 봄이 알고도 기꺼이 속는 얄미운 사랑 같기 때문일까.
 

 

봄의 어원에는 다양한 설이 있다. 그런데 당나라 두보의 한시를 모은 ‘두시언해(杜詩諺解)’ 초기 번역본에서 ‘뛰어오를 약(躍)’을 ‘봄놀다’로 번역한 것으로 보면, 봄은 ‘뛰고 움직이는 계절’이라는 의미를 띠기도 했던 것 같다. 뛰고(Bounce), 뛰는(Pound) 봄. 봄을 맞아 이제 막 태어난 미니 일렉트릭과 약동하는 서울의 봄을 포착하기로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성북동. 서울 성북동은 예로부터 예술가들이 정착한 마을로 선잠단지, 길상사, 한국가구박물관 등 문화자원이 가득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이번 여행에 함께한 미니 일렉트릭은 미니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미니 쿠퍼 S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바뀐 것은 단 하나’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정말이지 파워트레인 말고는 실내외에서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다만 미니 EV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에너제틱 옐로’ 컬러가 사이드미러  캡을 감싸고 실내 곳곳에 사용됐다.
 
반창고, 테트리스, 잠금해제 버튼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휠 디자인도 돋보인다. 휠은 트림에 따라 달라지는데 클래식 트림에는 17인치 시저 스포크 휠이, 일렉트릭 트림에는 17인치 파워 스포크 휠이 적용된다. 
 

‘미니 쿠퍼 SE 일렉트릭 트림’의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자, 한동안 잊고 있었던 미니 특유의 단단한 감각이 곧장 말초신경을 타고 밀려 들어왔다. EV 모델의 이질감이나 낯선 느낌은 상당히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가솔린 모델과 흡사한 감각이다.
 
막히는 도심에서는 미니의 ‘딴딴’하고 경쾌한 움직임이나 회생제동의 강한 감쇠력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회생제동을 약하게 조절하니 조금 낫다. 회생제동은 약한 회생제동과 강한 회생제동 두 단계로 설정할 수 있는데 완전히 끄는 건 불가능하다. 
 

길이 좀 뚫리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미니만의 고카트 감각이 되살아나며 그제야 운전이 즐겁다. 어느 정도 원페달 드라이빙도 가능하다. 미니 일렉트릭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159km에 그치지만 서울 안을 누비기에는 무리가 없다.

아침 이슬을 맞으며 북악 스카이웨이를 한 바퀴 돌고 성북동 길상사 주차장에 차를 댔다. 검푸른 기와와 근현대의 석조 건물, 세련된 현대의 구조물까지. 성북동의 고즈넉하고 온유한 성질과 너른 품을 좋아한다. 거기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까지 껴 앉은 장소라면 더할 나위 없다.
 
 
길상사는 천재 시인 백석과 기생 자야(김영한)의 사랑 이야기로 유명하다. 집안의 반대로 백석과 이별한 뒤 평생을 그리워한 자야는 1987년 당시 3대 요정 중 하나인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기증했는데 그곳이 지금의 길상사다.
 
훗날 “시가 1000억 원 상당의 대원각을 조건 없이 시주한 것이 아깝지 않냐”는 물음에 자야는 “1000억 원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하다”라는 가슴 시린 미문을 남기기도 했다.
 
 
자야는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 눈이 많이 오는 날 길상사 앞마당에 뿌려달라고 했다. 홍안이 하얀 뼛가루가 될 때까지 끝맺을 줄 모른 사랑은 이곳 길상사 담벼락과 서까래, 한낱 풀 한 포기의 잎맥에까지 절절히 새겨져 있다. 그리고 이 봄, 길상사에는 또 한 번 새로운 싹이 돋고 어린 연인이 찾아들고 있다.
 
성북동에는 봄이 조금 늦게 찾아오는 듯하다. 길상사를 뒤로한 채 카페 ‘오버스토리’에서 못다 한 신록을 즐기기로 한다. 오버스토리는 100% 예약제 카페로 한 타임에 총 10팀만 받는다. 순백색의 건물에 들어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햇볕이 깃든 따뜻한 공간이 나온다.
 
 
현직 플랜테리어가 운영하는 카페답게 감도 높은 플랜테리어와 통유리 너머 북한산의 절경이 사뭇 조화롭다. 현대적인 노출 콘크리트벽을 바탕으로 한옥의 서까래와 원목 가구, 비범한 식물들이 얼마간 거리를 두고 조응하고 있다. 레몬나무나 올리브나무부터 희귀한 식재까지 포함된 이곳의 식물들은 상담을 통해 분양도 가능하다.
 
오버스토리에서는 커피와 TWG 티, 착즙주스 등 음료를 즐길 수 있고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레몬 케이크, 맛차 딸기 브라우니 등 디저트 메뉴는 매일 새롭게 구성된다.
 
 
 
만약 약간의 허기까지 채울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를 원한다면 인근에 위치한 ‘블랑제 메종 북악’을 찾아도 좋겠다. 가정집을 개조해 독특한 운치가 느껴지는 이곳은 딸기 도지마 크루아상, 블루베리 생크림 크루아상 등 다양한 스타일의 베이커리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여행의 백미는 단연코 미식. 성북동 일정을 마치고, 봄의 절정을 느끼기 위해 찾은 곳은 강남에 있는 조선팰리스 호텔의 ‘이타닉가든’이다. 까끌까끌하던 미뢰가 기지개를 켜고 봄의 맛을 탐식하는 계절, 봄 메뉴로 새롭게 단장한 이타닉가든은 ‘맛 보는 식물원’ ‘오감으로 경험하는 식물원’이나 다름없다.
 
 
정원 헤드 셰프는 이곳에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창의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서울 퀴진을 선보인다. 먼저 미식의 시작인 메뉴판부터 한사코 봄이다.
 
활자로만 구성된 메뉴판 대신 자작나무,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유채꽃, 미나리, 국화 등 총 12코스(디너, 런치는 9코스)의 주재료 일러스트를 그린 엽서가 제공된다. 낱낱이 귀하고 섬세한 식물도감은 엽서에서부터 접시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스 메뉴 중 ‘봄나물’은 약간은 뻔하게 들리지만 봄을 대표할 만한 요리가 분명하다. 한국의 10가지 봄나물을 각 재료에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조리해 한 접시에 구성했다. 한국의 봄 축소판 내지는 한 입씩 맛볼 수 있는 봄 샘플러 같다.
 
가장 화려하면서도 인상 깊은 메뉴는 ‘유채꽃’. 유채꽃은 제주의 봄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로 알싸한 맛이 있는 유채꽃과 부드러운 유채잎을 제주도 감귤, 남해 숭어와 조합했다. 제주 유채밭을 폭 떠다 놓은 듯한 샛노란 비주얼이 하얀 접시 위로 조성된 자그마한 인공 정원을 보는 듯하다.
 
이타닉가든 코스 메뉴 중 제주의 봄에서 영감을 얻은 ‘유채꽃’
 
약간의 망설임 끝에 포크를 집어넣어 조심스레 입에 넣는다. 상큼한 감귤 비네그레트가 하이노트로 치고 나오더니 씹을수록 숭어 살의 담백함과 절인 숭어알의 감칠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후미에 느껴지는 조금은 화한 유채꽃의 여운. 

아직 코스는 많이 남았지만, 유채꽃을 먹으며 미니 일렉트릭의 샛노란 귓등과 성북동에 핀 개나리, 그리고 봄과 인생에 대해 스치듯 생각했다. “봄의 피부를 핥는다면 바로 이 맛, 봄의 본성은 역시 ‘Bittersweet’가 아닐까” 하고. 그렇게 예고도 없이 왈칵 들이닥친 봄은 입 안에, 그리고 그곳에 잠시 머물렀다 이윽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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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이상규, 조선팰리스(이타닉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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