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새 정부의 교통정책에 대한 걱정과 기대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변한다. 부디 교통정책에 대한 새 정부의 고민과 판단이 바르고 긍정적이길

2022.05.19

 
생물학적으로 분류할 때 현재 인류의 공식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로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를 응용해 사람 속(屬)을 뜻하는 ‘호모’ 뒤에 다양한 특성을 나타내는 단어를 붙이기도 한다. 유희적 인간이라는 호모 루덴스나 정치적 인간을 뜻하는 호모 폴리티쿠스 등이 그렇다.
 
이 중 호모 에루디티오(Homo Eruditio)는 끊임없이 지식을 추구하고 학습하는 인간을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새로운 기계의 사용법부터 새로 도입되는 법 제도까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배우고 적응하며 산다.

이런 배움을 다루는 학문인 교육학에서 최근 20년 동안 이어진 이론 중의 하나가 ‘행함으로써 배움(Learning by Doing)’이다. 흔히 수행 기반 학습이라는, 이론만 배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은 목적, 계획, 기대, 실패와 실패에 대한 설명 과정을 거치며 경험을 기억의 도서관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쓰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와 다른 어떤 제도를 시행한다고 할 때도 사람들은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는 과정을 거치며 몸과 머리가 익숙해져야 의미와 장점을 깨닫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통해 지난 5년과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정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인류의 정치 역사는 좋게 말하면 정반합이다. 편하게 말해 과거의 집권자를 가리켜 “저들 때문에 망했으니 다 바꿔야 한다”고 센 어조로 말한다. 좋은 것은 취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더 좋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좋은 일이라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고려 중이라고 언론을 통해 발표한 내용 중에는 일부 스쿨존의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상향하겠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도심 제한속도를 현재의 시속 50km에서 60km로 높이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스쿨존을 포함해 노인보호구역 등 어린이와 어르신 등 교통약자 보호를 위해 제한속도를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일이다.
 

물론 무조건 제한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등하교를 피한 시간대와 각각의 스쿨존에 따라 구간을 정해 제한속도를 높인다고 한다. 언뜻 들어보면 마치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현재 스쿨존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이다. 교통량과 도로 폭 등에 따라 학교 앞이라도 시속 50km인 구간이 존재한다. 또 아이들의 무단횡단 등을 막기 위해 펜스를 포함한 다양한 안전장비들이 설치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운전자의 인식이 지금처럼 자리 잡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안전 속도 5030이나 스쿨존 시속 30km 등은 익숙해지기 전까지 반발이 심하고 불편하다는 말들이 많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동물이기에 지난 1~2년 동안 실제 도로를 달리면서 천천히 달리는 흐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올해 들어 집 근처 스쿨존을 시속 30km 이하로 천천히 달려도 뒤에서 빵빵거리는 등 위협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곳곳에 설치된 과속 단속카메라의 효과도 컸으나, 최근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에서 빠르게 도착하는 경로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스쿨존을 우회하도록 안내한다. 운전자들부터 시스템까지 많은 부분이 간신히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인수위의 이 같은 발표는 간신히 운전자들 사이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아이들과 노약자 우선이라는 인식을 다시 흔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간대별로 제한속도를 바꾸면 운전자도 헷갈리게 된다. 시내 주행 속도를 높이는 것도 힘들게 줄인 사망률을 다시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고 교통사고가 늘길 바라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집 주변 골목의 교통 흐름을 조금 더 빠르게 하겠다는, 상대적으로 도로 위에서 물리적 강자인 자동차 중심의 정책이 과연 최선일까?

경험을 통해 배운 지식은 오래간다. 또 배운 것뿐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응용하기도 쉽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교통약자 보호가 생각만큼 불편하지는 않음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학습하는 인간으로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기회는 아직 있다. 부디 신중한 정책 결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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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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