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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EQ EQE, THE EXISTING FUTURE

메르세데스-EQ의 중형 프리미엄 전기 세단 EQE는 엠블럼에 걸맞은 감각과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가장 메르세데스-벤츠다운 전기차를 완성했다는 게 그들에겐 더 큰 성과일지도 모르겠다

2022.05.22

 
고도 1만m 상공에서 게리 올드먼의 연기를 보며 싱글 몰트를 홀짝이는 기분은 환상이었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에 가장 극적이었던 인물을 다시 살려낸 것만 같은 그의 연기를 보며 싱글 몰트의 달콤한 향을 음미하다 보니, 분위기에 취해선지 술기운이 돌아서인지 문득 ‘그래도 살 만한 멋진 세상’이라는 뭉클한 생각마저 들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린 다음 날 이른 아침.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다(그야말로 비극적인 코미디다!) 메르세데스-벤츠 직원들의 기분 좋은 미소를 보자, 전날의 기분이 되살아났다. 그들이 바삐 오가는 호텔 로비에, 그리고 정문 앞에는 매끈하게 빠진 미래형 차체가 조용히 서 있었다.
 
“EQE의 몸놀림은 의외다. 전기차임에도 전기차 같지 않고, 메르세데스-벤츠의 느낌 그대로다.”

그리고 1시간 뒤, 지상에서 다시 한번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이번엔 올드먼의 기막힌 연기도, 혀끝을 녹이는 싱글 몰트의 향도 없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120년 역사의 명문가가 내놓은 미래 주역과 함께 현재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니, 그걸로 충분하다.
 
앞 유리창을 세차게 두드리는 진눈깨비를 뚫고 프랑크푸르트 외곽 도로를 소리 없이, 그러나 압도적인 기세로 달려나간다. 독특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와이퍼로 넓디넓은 앞 유리창을 거짓말처럼 구석구석 닦아내며 프랑크푸르트 도심을, 외곽의 아우토반을, 크고 작은 마을과 그 마을 사이사이를 잇는 굽이진 숲길을 멋지게 달린다. 이 차는 메르세데스-EQ의 중형 프리미엄 전기 세단 EQE다.
 

전동화를 향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움직임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마치 메르세데스-EQ 브랜드 전체를 DC 급속충전기에 꽂은 것 같다. EQ 브랜드 출범과 동시에 거의 모든 세그먼트에 걸쳐 전동화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충전소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자체 개발한 프리미엄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마침내 기함인 EQS를 출시하며 전기차 시대에도 프리미엄의 선두는 변함없이 메르세데스의 몫임을 선언했다. 물론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의 전력투구가 큰 원동력이 된 게 사실이지만, 속도를 점점 올려가는 전동화 작업을 빈틈없이 뒷받침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클러스터가 튀지 않게 잘 스며든 EQE 350+의 실내

EQS에 이어 등장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EQE는 메르세데스-EQ 브랜드의 성패를 가늠할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연기관 시장의 E-클래스를 생각해보면, 프랑크푸르트에 모인 메르세데스-벤츠 직원들이 꼭두새벽부터 그렇게 분주하게 움직인 이유를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E-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 내연기관 라인업의 왕자나 다름없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진출한 세계 모든 시장에서 팔리고 있을 뿐 아니라, 판매량도 압도적이고 그에 걸맞은 수익을 안겨주는 효자이기도 하다.
 
EQE 500에서는 하이퍼스크린을 선택할 수 있다
 
프리미엄 세단으로서 스스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S-클래스라는 다른 차원의 프레스티지 세단이 고고하게 명성을 지킬 수 있도록 단단히 받쳐주는 차가 바로 E-클래스다. E-클래스는 그런 존재다. 이 차가 없다면, S-클래스의 카리스마 또한 흔들릴 게 분명하다.

자, 다시 EQ로 돌아와보자. 내연기관 라인업에서 E-클래스가 해온 일을 EQ 브랜드에서 하게 될 모델이 바로 EQE다. E-클래스의 성공 스토리를 전기차 시대로도 옮겨서 계속 이어가야 하고, 전 세계 프리미엄 중형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야 하며, 앞으로 무섭게 팽창할 전기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EQ 브랜드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낯선 독일의 도로를 쉽게 안내해준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이른 아침 호텔 로비를 바삐 오가던 메르세데스-벤츠 직원들은 하나같이 친절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들의 속내는 아마도 구토가 쏠릴 만큼 긴장했을 것이다. EQE는 이 자동차 거인의 다음 한 세기를 이끌 중요한 모델이다.

EQE의 외관 디자인은 EQS의 스타일링 언어를 이어간다. 0.22의 놀라운 공기저항계수에 도달한 보디라인은 앞머리부터 꽁무니에 이르기까지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다. 엔진이 빠진 보닛은 짧게 줄이고 그 안에 프렁크 대신 헤파(HEPA) 필터를 켜켜이 집어넣어 실내 공기질을 프리미엄급으로 챙겼다.
 
 
EQE에 들어간 헤파필터는 특수 활성탄을 활용해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 등 오염된 외부  공기의 실내 유입을 걸러내는데, 코코넛 껍질을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만든 이 활성탄은 독특한 기공  구조 덕에 유해 공기를 접하고 걸러내는 내부 표면적이 매우 넓어진다. 약 600g의 활성탄소가 EQE 헤파필터에 사용되는데, 흡착 면적은 무려 축구장 150여 개에 해당할 정도다.

헤파필터로 촘촘히 채운 앞머리와 달리 늘씬하게 빠진 차체 뒷부분에는 430ℓ의 트렁크 공간을 마련해놓았다. 골프백 3개는 쉽사리 집어넣을 수 있는 용량이다. 여기에 2열 시트를 접으면 이 공간은 895ℓ로 커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시야를 해치지 않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전해준다

시승차는 EQE 350+.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한국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버전이다. 90kWh 용량의 배터리와 싱글모터를 탑재해 215kW(약 288마력)의 출력을 뽑아낸다. 최대토크는 565Nm(약 57.6kg·m). 이 힘으로 뒷바퀴를 굴려 0→시속 100km 가속을 6.4초에 끝낸다. 한 번 충전하면 WLTP 기준 최대 654km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한다. 170kWh 급속충전 15분이면 25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EQS와 쏙 닮은 분위기는 EQE의 실내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등과 어깨, 옆구리를 단단히 잡아준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에 자리 잡은 12.8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S-클래스에서 본 것과 같은 형태와 사이즈다.
 
독특한 디자인의 시트. 등받이가 좁아 보이지만 앉아보면 몸을 잘 잡아준다
 
상위 버전인 EQE 500에서는 EQS와 같은 하이퍼 스크린도 선택할 수 있지만, EQE 350의 기본 디스플레이만으로도 모자랄 건 없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 개발한 내비게이션을 프랑크푸르트 외곽을 따라 일주하는 코스로 맞추자, 센터 디스플레이는 물론 디지털 계기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에까지 일제히 상세한 맵이 떠오른다.
 
처음 타는 차로 낯선 도로를 달리는 두려움 따위 깨끗이 날려보낼 세밀한 맵이다(한국에는 이 내비게이션이 그대로 적용되진 않을 듯하다. 한국형 내비게이션 맵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비게이션을 보며 편안해진 마음으로 다시 출발!
 

복잡한 프랑크푸르트 도심을 빠져나가는 EQE의 몸놀림은 의외다. 전기차임에도 전기차 같지 않고, EQ임에도 익히 알고 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느낌과 거의 동일하다. 가속페달을 밟자 유령처럼 고요하고 부드럽게 속도를 높여가는 건 분명 전기차의 움직임인데, 그러면서도 마치 탄환이 튀어나가듯 앞을 향해 확 달려들지는 않는다.
 
늦은 듯 빠른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점진적인 가속감을 EQE는 그대로 구현한다. 익숙한 느낌을 찾아내고 나니 운전은 한층 더 편해진다. 이제 도심을 빠져나가 고속도로를, 독일의 숲길을, 작은 마을과 마을을 두루 달려볼 일만 남았다. 도어를 열 때의 가벼운 긴장감이 편안한 기대로 바뀌기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동안 EQE 350+의 내비게이션은 재미있는 경험을 여럿 선사했다. 먼저 한글 지원. 메르세데스-벤츠 본사가 자체 개발한 내비게이션은 전 세계 주요 언어를 고루 지원하는데, 한국어가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독일 한복판에서, 독일인이 개발한 내비게이션을 통해 한글 안내 음성을 들으며 운전하는 기분이 신선하다.
 
여기에 기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 증강현실(AR) 기능을 빼놓을 수 없다. EQE의 증강현실 기능은 아무리 낯선 곳일지라도 길을 잘못 들거나 헷갈릴 일 없이 가장 쉽고 정확하게 루트를 안내했다. 여기에 눈에 착 들어오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열일해준 덕분에 마치 매일 출퇴근하는 코스인 양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금세 빠져나갈 수 있었다.
 
170kWh 급속충전 15분이면 250km의 주행거리 확보 가능!

메르세데스-EQ가 자랑하는 하이퍼스크린은 윗급인 EQE 500에서부터 제공되는데, 350+의 고해상도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만 해도 시각적으로나 기능 면에서 전혀 부족하지 않다.

출발할 때 80%의 충전량으로 488km를 달릴 수 있음을 알려준 표시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고속도로 속도 무제한 구간에 접어들어 가속 페달을 밟으며 1차선에 접어들자 앞서 가던 차들이 마치 바닷길 열리듯 줄줄이 옆 차선으로 비켜준다. 아우토반에서의 이런 경험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토록 조용하게 아우토반을 고속으로 달리긴 틀림없이 처음이다.
 

매끈하게 올라가던 속도는 시속 200km를 순식간에 넘기고도 거의 같은 리듬으로 계속 숫자를 늘려간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눈깨비가 내리고, 그래서 노면이 미끄러운데도 속도를 한껏 끌어올린 EQE의 운전석은 평화롭다. 인위적인 음향효과도, 전기차 특유의 고주파음도 들리지 않는다(물론 원한다면, 음향효과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바람 소리나 도로 마찰음이 거슬리게 파고드는 것도 아니다. 배터리 잔량과 주행가능거리 정보도 믿을 만하다.

EQE의 주행감과 완성도는 인상적이었다. EQE의 주행감과 사운드는 전기차라면 으레 떠올리기 마련인 ‘우주선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메르세데스-EQ는 튀어나가는 듯한 발진 가속과 우주선 같은 사운드 대신 ‘메르세데스-벤츠의 맛’을 심어 넣었다. 전기차를 메르세데스-벤츠답게 완성하기는 사실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메르세데스-벤츠는 ‘검증된 성공 공식’을 택했다. 미래에도 그들의 위치는 변함이 없을 것임을 암시하는 ‘조용한 선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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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우성PHOTO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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