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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296 GTB, 제한된 자유를 즐겨라!

주어진 시간은 15분. 페라리 296 GTB와의 만남은 짧고 강렬했다

2022.06.04

 
점심시간 이후 나른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던 중 한 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제목은 ‘[초청장] 에스페리엔자 페라리 296 GTB 트랙 시승 행사’. 반쯤 감기던 눈이 순식간에 번쩍 떠졌다. 한여름으로 넘어갈락 말락 한 날씨에 서킷 드라이빙을, 그것도 페라리 모델과 함께한다니. 고민할 필요도 없이 참가 신청서에 이름을 올렸다. 

페라리가 미디어 행사를 개최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정의하는 즐거움이 뭔지 296 GTB를 통해 느껴보란 거다. 296 GTB는 미드십 엔진을 장착한 2인승 베를리네타의 최신 버전으로, 페라리가 10년간 선보인 베를리네타 중 가장 콤팩트한 모델이다. 2.9ℓ 엔진과 V6를 나타내는 ‘296’, Grand Tourismo Berlinetta의 약자 ‘GTB’를 합해 이름을 완성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숫자 ‘6’이다. 경주용 자동차가 아닌 양산형 모델에 V6기통 엔진을 넣은 건 페라리 역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이 차는 엔진에 전기모터를 결합한 슈퍼카다.
 
고성능 내연기관 모델을 고집하던 페라리가 SF90 스트라달레에 이어 296 GTB를 국내에 선보인 것에 대해 페라리 관계자는 “12기통에서 8기통, 8기통에서 6기통으로 다운사이징하고 있지만 성능은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앞으로의 트렌드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슈퍼카가 되겠지만 그 외 모델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V6 엔진의 실린더 사이 각도를 120도까지 벌려 낮은 무게중심을 구현했다

그가 이야기한 대로 296 GTB의 성능은 어마어마했다. 합산 최고출력은 830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9초다.
 
물론 네 자리 숫자(1000마력)를 자랑하는 SF90 스트라달레가 있지만 리터당 출력(비출력)은 296 GTB 221cv/ℓ, SF90 스트라달레 195cv/ℓ로, 296 GTB가 로드카 중 역대급 기록을 보여줬다. 페라리 모델을 통틀어 성능과 재미를 한꺼번에 잡은 사냥꾼이 된 거다. 
 

프로그램은 A팀과 B팀으로 나눠 진행했다. 어느 팀이 트랙을 먼저 돌 것인가의 차이다. 나의 목에는 A팀을 상징하는 빨간 목걸이가 걸렸다.
 
이번 시승은 선도차 없이 조수석에 탄 인스트럭터의 지시를 따라 296 GTB와 달려보는 체험이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를 온전히 내 힘으로 다스려야 한다니!’ 얼굴 가리개와 헬멧을 착용하면서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주어진 시간은 총 15분. 운전대 뒤에 자리 잡은 패들을 오른손으로 당기고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모드는 퍼포먼스로 설정했다. 충전을 원활히 진행하는 동시에 필요할 때 최대 배터리 출력을 내기 위해서다. “브레이크 페달 밟지 말고 가속하면서 갈게요.” 오른발에 조금만 힘을 줘도 치솟는 RPM을 흘깃 본 후 눈앞에 펼쳐진 코너들을 하나씩 정복했다.
 
놀라운 건 안정감이었다. 인제 서킷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 고성능 자동차를 주행할 때 부담이 커지는데, 296 GTB는 가속을 한 상태에서 브레이크 개입 없이도 90도 헤어핀 구간을 꿋꿋하게 돌아 나갔다. 마치 연석에 자석을 붙여놓은 것처럼 296 GTB가 코너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F8 트리뷰토와 488 GTB 대비 단단한 뼈대와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못 느끼셨겠지만 속도가 20km 빨라졌어요.” 랩을 거듭할수록 296 GTB를 한계로 몰아붙이는 힘은 더욱 과감해졌다. ‘끼익-’ 슬립이 일어나는 바퀴 소리마저 희열이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코너에 적응이 되고 재미를 느끼려는 찰나, 마지막 랩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면? 더 밟아야 한다.
 
마지막 직선 구간에서는 시속 210km까지 속도를 높였다(이탈리아 전문 인스트럭터는 250~260km까지 달려봤다고 한다). 그리고 소리에 집중했다. 8기통 엔진에서 느낄 법한 포효가 헬멧을 뚫고 귓속을 울렸다. 밖에서 들었을 땐 생각보다 점잖은 소리라 생각했는데, 실내를 꽉 채운 배기 사운드는 그저 ‘와’ 외마디 비명만을 내지르게 만들었다.
 

대중성을 공략한 페라리의 어필은 통했다. 296 GTB의 사전예약 대수만 해도 세 자리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고객과 더불어 신규 고객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대기 기간은 평균 2~3년으로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올 하반기 글로벌 출시를 앞둔 브랜드 최초의 SUV 프로산게 소식도 들린다. 국내 출시는 올해 12월 예정이며 늦어도 내년 초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몰래 온 손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몰래 달려온 손님은 또 있었다. 페라리 로마와 포르토피노 그리고 아세토 피오라노 패키지를 입은 296 GTB다. 드라이빙 코스는 푸른 나무가 우거진 일반 도로. 스포츠 쿠페 로마를 시작으로 296 GTB와 포르토피노 컨버터블 모델을 약 10분씩 순서대로 시승했다.
 
특징을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로마는 여우 같은 매력이 있었다. 빠르지만 부드럽고 안정적인 데다 새빨간 시트가 사람을 홀리게 만들었다. 296 GTB 아세토 피오라노 패키지는 서킷에서 느꼈던 것과 결이 달랐다. 무엇보다 서스펜션이 꽉 조여 있어 먹잇감을 찾는 흡혈귀처럼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줬다.
 
포르토피노는 반인반수 느낌이었다. 이들 중 가장 진중했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거친 모습도 숨기지 않았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과 뜨거운 햇빛 속에서 컨버터블 모델 시승을 마지막으로 모든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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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윤수정PHOTO :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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