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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고스트, 운전석도 탐이 나는 롤스로이스

고급의 절정을 달리는 롤스로이스가 차고 넘치는 카리스마에 다이내믹을 더했더니 블랙 배지 고스트가 됐다. 어느 문으로 들어서건 특별한 경험이다

2022.06.05

 
저 멀리 주차장 한편에 블랙 배지 고스트가 우월한 존재감을 뽐내며 서 있다. 지금 만날 수 있는 롤스로이스 가운데 가장 작은 세단이지만(사실 구매 가능한 모델은 팬텀과 고스트뿐) 그래도 차체는 독일 고급 브랜드 기함들보다 훌쩍 큰 5546mm, 실내를 가늠하는 휠베이스는 무려 3295mm나 된다. ‘베이비 팬텀’이란 애칭답게 팬텀보다는 작지만 덩치만 놓고 보면 운전석보다 뒷좌석에 오르는 게 더 자연스러운 크기다.

크고 육중한 문을 당겨 일단 운전석으로 들어선다. 생각보다 쉽고 부드럽게 스르르 열린다. 문 여는 힘과 속도 등을 파악해 적당한 힘으로 과정을 돕는 모터 시스템 덕이다. 심지어 뒷문은 버튼 하나로 자동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투톤 컬러와 고급 소재, 수제작 마감 실내는 완벽한 영&리치 감성 

운전석 착좌감이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다. 최고급 시트가 풍성하고 안락하게 몸을 착 받아 감싸 안는다. 말랑하고 부드럽지만 안정감 있는 운전 자세를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터빈 두 개를 돌려 과급하는 V12 6.75ℓ 대배기량 엔진의 최고출력은 600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91.8kg·m.
 
기존 고스트보다 출력은 29마력, 토크는 5.1kg·m를 높여 블랙 배지다운 힘을 낸다. 그럼에도 실내로 들이치는 진동이나 소음은 거의 없다. 광포한 출력의 엔진 존재감이 실내에서 이렇게 없을 수도 있구나 하며 롤스로이스의 병적인 실내 진동과 소음 대책에 혀를 내두른다. 

롤스로이스는 계기반 구성이 좀 독특하다. 엔진회전수를 보여주는 태코미터 대신 파워 리저브 게이지가 들어간다. 남은 엔진 힘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데, 정차 시에는 100%를 가리키고 주행을 시작하면 태코미터 바늘처럼 오르내리며 남은 힘을 보여주는 식이다. 
 

가속페달에 힘을 더하자 부드럽고 매끈하게 출발한다. 경쾌하거나 사뿐한 느낌보다 묵직하고 부드럽다. 물살을 가르며 고요하고 듬직하게 출항하는 요트의 맛이 이럴까 싶다. 우아한 거동은 2.5t에 가까운 차체 무게도 한몫하지만 뒷좌석 승객을 위한 브랜드의 의도된 배려이기도 하다. 
 
가속페달 반응은 정직하고 분명하지만 신경질적이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밟으면 90kg·m 넘는 토크가 1700rpm부터 시원하게 터져 나오며 거구를 힘 있게 밀어붙인다. 스티어링 칼럼에 달린 기어레버의 로(LOW) 버튼을 누르면 반응은 더 적극적이고 호쾌해진다.
 
별도의 주행모드 따위는 허용치 않는 롤스로이스지만 로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90% 이상 밟으면 변속 속도가 50%나 빨라지며 출력을 적극적으로 허용한다. 롤스로이스식 스포츠 모드인 셈이다.
 
 
블랙 배지 전용 배기 시스템이 낮고 묵직하게 그르렁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매력적인 소리는 창밖 타인들의 즐거움일 뿐, 실내는 그저 고요할 뿐이다. 극도의 정숙함이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 
 
압권은 하체 감각이다. 롤스로이스 승차감을 두고 ‘매직 카펫 라이딩’을 거론하는 이유를 출발하는 순간 몸으로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알루미늄 차체와 네바퀴굴림 시스템, 카메라 전방 스캔, 플레이너 서스펜션 등이 마법 같은 승차감을 완성한다.
 
분명히 요철을 타고 넘었는데 충격이 거의 없다. 마치 지우개로 요철을 지우며 달리는 듯 묘하다. 최신 기술과 더불어 극도로 정숙한 실내, 최고급 가죽으로 감싼 안락한 시트 등 크고 작은 요소들이 모여 완성한 궁극의 결과물인 셈이다. 
 

풍요로움.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한 단어로 정의할 때 이보다 적확한 단어가 있을까? 디자인부터 색상, 최고급 소재와 마감재, 흠잡을 데 없는 조립 품질과 완성도, 대배기량의 담대한 출력, 창밖 세상이 이질적일 만큼 정숙한 실내 등 모든 것이 풍성하고 풍요롭다. 

이름 앞에 블랙 배지를 더한 고스트는 그들 특유의 고급 위에 트렌디하고 다이내믹한 풍미를 더했다. 판테온 신전을 모티프로 만든 수직 그릴, 공기저항따위 신경 쓰지 않는 육중한 보닛과 당당한 차체, 뚝뚝 떨어지는 선과 면의 조합, 겹겹이 덧바른 듯 깊고 진한 도색 등 기존 고스트가 지닌 우아하고 아찔한 존재감은 유지한 채 블랙 배지 고스트는 두어 걸음 더 나아가 존재감을 강조한다.
 
 
창문과 차체를 가로지르는 네온 색상의 코치 라인으로 에지를 더하고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환희의 여신상과 판테온 그릴을 다크 크롬으로 치장했다. 탄소섬유층을 44번 겹쳐 만든 배럴과 3D 단조 알루미늄 허브, 비행기 등급의 티타늄 잠금장치를 모아 만든 21인치 비스포크 복합 소재 휠은 블랙 배지 고스트에게만 허락된 전유물이다.
 
블랙 배지 고스트만의 차별화된 디테일은 더 있다. 다크 크롬 배기구와 기품 있게 그르렁대는 배기 시스템도 블랙 배지 전용이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에 최대 5도까지 움직이는 뒷바퀴 조향으로 5m가 훌쩍 넘는 거구지만 생각보다 짧은 유턴 범위와 제법 날카로운 핸들링도 선보인다. 
 
별빛이 내린다. 샤라랄라 랄라라라~

블랙 배지 맛은 실내에서도 흐드러진다. 투톤 색상의 실내는 소위 말하는 영&리치 감성이다. 이보다 더 비싼 소재가 있을까 싶은 마감재와 치밀한 조립 품질의 완성도가 한 땀 한 땀 장인이 만든 수제작 차가 왜 비싸고 특별한지를 대변한다. 뒷좌석 공간의 여유와 고급스러운 감성 품질 또한 명차답다.
 
몸에 닿는 가죽의 특별한 질감과 포근함도 압권이지만 카펫 위를 달리는 듯 부드럽고 평온한 승차감과 극도의 정숙함이 주는 위안과 치유의 힘이 비범하다. 천장에 흩뿌려진 수많은 별들과 이따금 스치는 유성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단꿈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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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병진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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