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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운전교실, “우리는 지금 가상 세계를 달린다!”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 그 안에서 차를 타고 운전을 배워봤다

2022.06.12

 
안전 운전은 언제나 옳다  
레이싱 카트, 서킷 드라이빙, 업무 특성상 빈번한 운전과 다수의 신차 경험, 자동차 마니아로서 지속적인 관심, 1996년 면허 취득, 운전 경력 20년 이상, 무사고는 아님. 운전과 관련한 개인적 데이터는 대략 이 정도다. 다양한 차를 많이 운전해봤을 뿐, 하루 또는 2~3일짜리 드라이빙 스쿨 몇 번의 운전 배우기 외에 특이점 없는 일반 운전자다.

늘 운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20대에는 차 무서운 줄 모르고 불나방처럼 잡아 돌리고 밟아댔다. 나이가 들면서 유연하고 매끄럽게, 그러면서 안전하고 빠르게 차를 몰고 싶어졌다. 그사이 세상은 무섭게 변했고,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이 생각보다 장대하고 탄탄하게 구축되기 시작했다.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현실로 구현될 것만 같은 기대와 조바심도 일었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아세토 코르사 세계로 들어선다 

그렇다면 게임으로 운전을 배우고 실력을 키울 수 없을까? 고민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미캐닉 출신의 전 국내 최고 레이서이자 현 ‘와이즈랩’ 경영자인 유경욱 대표를 스승으로 초빙했다. 그리고 그가 제공한 레이싱 게임, 아니 레이싱 시뮬레이터 운전석에 올랐다.
 
레이스카 전용처럼 아담한 스티어링 휠과 패들시프트, 단단하게 몸을 바투 잡아 조이는 3점식 벨트까지 달린 레이싱 시트, 가속과 제동 페달 위치 등 시뮬레이터는 실제 차 구조와 동일하다. 바른 운전의 시작은 시트 포지션이라는 법칙은 레이싱 시뮬레이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제동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무릎이 살짝 굽어지는 적절한 각도 유지, 가능한 한 낮은 운전 자세에서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앞 시야 등 세팅 후 본격 레이스를 시작했다.
 

일단 아우디 R8 레이스카로 서킷에 들어섰다. 제아무리 커다란 모니터와 사실 같은 그래픽이라도 시뮬레이터 운전에 익숙해지려면 얼마간의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슬슬 코스와 차, 시뮬레이터라는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가상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말수가 없어졌고, 코스라도 이탈해 사고 날까 실제 차를 몰 듯 긴장한 채 달렸다. 그렇게 ‘운전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유경욱 대표는 말없이 한참을 지켜봤다. 그렇게 운전 실력을 파악한 후 원 포인트 레슨을 시작했다. “최대한 멀리 보며 차를 몰아야 더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어요. 모든 조작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빠르고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모두 되도록 작고 부드럽게 움직여야 해요. 움직임이 많다는 건 그만큼 차의 거동이 불안정해질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적재적소에 과감하고 단호하게 조작하고, 차의 반응을 파악해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나의 운전 실력을 순식간에 정확히 파악한 최고 실력의 레이서가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껏 한 번 이상 들어봤고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정작 차를 몰 때는 간과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보다 더 과감하고 즐겁게 질주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부드럽지만 단호한 조작, 차의 거동을 늘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해 달리기, 시선을 멀리 보고 눈앞의 코너가 아닌 다음 코너를 대비하기, 차의 능력치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 제동과 가속 시점에서 과감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기 등등.
 
그렇게 유 대표의 조언과 충고를 실시간 반영하며 한참을 달렸다. 어느 순간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기 시작했다. 분명 화면 속 서킷을 가상의 차로 달리는데 현실보다 더 실제같이 느껴지는 독특하고 생경한 경험과 마주쳤다.
 
 
모든 감각을 최대한 활성화하고 빠르고 안전하게 달리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교육 초반보다 빨라진 랩타임 기록이 ‘메타버스 드라이빙 스쿨’의 효과를 입증했다. 레이싱 게임이 아니라 시뮬레이터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레이싱 시뮬레이터는 현실감을 극대화한 탓에 재미는 떨어지지만 배우고 익히는 데는 그만이다. 현역으로 두각을 보이는 수많은 레이서들이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연습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슈트와 헬멧을 모두 갖추고 서킷을 달리는 메타버스 F1에 열광하고, 가상현실 속 세계 각국 도로를 원하는 차를 몰고 달릴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메타버스 드라이빙 스쿨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선생님이 누구냐가 관건이지만. 
이병진 
 
 
 
님아 그 길을 건너지 마오  
<모터트렌드> 팀 안에서 내 입지를 한마디로 말하면, 스팅의 ‘Englishman in New York’ 정도 된다. 매거진 에디터를 한 지는 오래됐지만 <모터트렌드>에 입사하기 전까지 내 면허는 장롱에 있다 여행지에서나 한 번씩 꺼내 드는 정도였다. “화려한 운전 스킬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자동차 기자를 해?”라는 질문에는 할 말이 있다. 그게 바로 나다. 자동차에는 성능과 기술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야기하는 것 외에도 풀어낼 서사가 아주 많다.

서론이 길었다. 어찌 됐건 운전은 한다. 그리고 꽤 재미도 느끼는 편이다. 그러나 공도에서 운전을 하는 것과 최고출력 600마력 넘는 슈퍼카를 시속 200km 넘는 속도로, 급회전이 많은 트랙에서 제어하는 건 다른 얘기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 트랙 시승 출장 기회가 있었는데, 빈약한 운전 실력에 자신이 없어 극구 양보했다.
 
내심 아쉬웠던 차,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경험할 기회가 생겼다. 선생님은 레이서 출신인 유경욱 대표란다. 시뮬레이터가 실제 주행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감은 익힐 수 있지 않을까?
 
레이스카 실험실같은 시뮬레이터 장비. 어지간한 소형차 한대 값이다 

레이싱 시뮬레이터는 실제 드라이버들이 전 세계 서킷을 경험하며 구간을 파악하고 드라이빙 전략을 짤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서킷과 주행 모델을 가상현실에 그대로 옮겨놓은 시뮬레이터는 어떤 차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페달과 스티어링 휠의 감각까지 달라진다.
 
진지한 스포츠의 연장선에 있지만 실제 속도감이나 중력, 충돌로 인한 충격 등 물리 세계의 운동에너지와 역학 관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 트랙에서는 목숨을 잃거나 차를 전손시킬 수 있지만, 시뮬레이터에서는 멈추고 다시 첫 화면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니 말이다.

“시뮬레이터에 죽는 것도 있나요?” 일찌감치 ‘가상 세계에서의 사망’을 예감한 내가 유경욱 대표에게 물었다. 조금은 긴장한 채로 레이싱 시뮬레이터 프로그램 ‘아세토 코르사’의 운전석에 앉았다. 아우디 R8에 맞춰진 스티어링 휠을 쥐고 조심스레 페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더더더더 과감하게 밟아요. 브레이킹 포인트까지
 
가상 화면이 빠르게 지나가는데 속도감이 와닿지 않고 회전 구간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거리감도 느껴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첫 회전 구간부터 보기 좋게 트랙을 벗어나 오프로드를 달렸다. 이미 코스를 벗어난 건 그렇다 치고, 다시 트랙으로 돌아오려는데 당황해 운전대를 크게 돌리는 바람에 트랙에 올라오자마자 제자리를 뱅뱅 도는 모습이 연출됐다.
 
올 시즌 F1 최하위권에 처져 있는 윌리엄스나 하스 팀 드라이버가 트랙 위에서 회전할 때, “왜 저래?”라며 한심해했는데 내 꼴이 딱 그랬다.
 
겨우 트랙에 올라와 자세를 고치고 다시 심기일전, 페달을 밟았다. 한번 제어를 잃고 나니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 차가 한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 약간 운전대를 돌렸더니 크게 휘청, 다시 경로를 고치기 위해 반대쪽으로 조금 돌리니 또 휘청, 나중에는 팔이 개다리춤을 추듯 떨려왔다.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럭무럭 자라는 운전 실력
 
언제쯤 감 잡을까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유 대표가 마침내 코치에 나선다. “체감은 들지 않겠지만 가상현실 속에서 차는 시속 280km를 넘어가고 있어요. 조금만 운전대를 움직여도 크게 움직이는 아주 예민한 상태예요. 그럴 때는 직선 구간에서도 팔에 힘을 주고 운전대를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해요.”
 
유 대표의 코치를 받고 조금 나아졌나 싶더니, 급회전 구간에서 다시 제어력을 잃고 랠리하듯 오프로드를 탐험하는 게 아닌가. 이번에는 유 대표가 커브 구간에 대해 조언했다. “공도에서처럼 서서히 속력을 낮춘다 생각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안 되고 한 번에 끝까지 밟아 속력을 낮춰야 해요. 멈출 것처럼 브레이크를 과감하게 밟고 발을 떼면서 차를 회전시켜요. 차가 완전히 커브를 따라 몸을 돌리면 다시 액셀을 끝까지 밟아 속력을 높여 돌아 나가세요.”
 
그의 조언은 분명히 도움이 됐지만, 소중한 디렉팅을 마음이 아닌 몸으로 익히고 순간적으로 반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몇 번 더 자갈길을 탐험하고 나서야 간신히 회전구간 돌아나가기가 가능해졌다.
 
신개념 자동차 놀이터 ‘와이즈 랩스’. 에버랜드 옆에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가상현실 속 생애 첫 트랙 주행을 마친 현실 속의 나는 약간 얼이 빠지고 팔이 너덜너덜해진 것을 느꼈다. 뒤이어 유 대표가 시범을 보였다.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며 속도를 높이더니 과감하게 제동해 차체를 돌리고 빠르게 액셀을 밟아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춤을 추듯 유려했다. 가상 화면 속 자동차의 움직임도 그랬다.

매우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트랙과 차란 기계가 조우하며 발생하는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 밀고 당기는 힘의 한계치를 이해하는 행위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한 번의 레슨만으로는 감히 기록에 욕심낼 수준에 도달할 순 없었지만 절치부심해서 연습한다면 언젠가 실제 트랙에서도 신나게 달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시뮬레이터 체험 전과 후의 눈빛이 약간은 달라진 것을 느낀 유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장 기자님, 여기 키 줄 테니까 시간 날 때마다 언제든 와요(웃음).” 
장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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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병진PHOTO :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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