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기다림의 이유

최신 기술은 마냥 반가운 일일까? 최근 발생한 테슬라 주행보조장치와 관련한 사고를 보며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2022.06.16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자동차와 관련된 신기술 이야기가 나온다. 분야도 다양해 트럭 같은 대형차부터 모터사이클에 이르는 교통수단부터 건물 안 택배와 식당의 음식 서빙 등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도 자율주행 기술이 쓰인다. 이런 신기술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는 역사가 말하고 있다.
 
방사선과 원자력의 발견은 병의 진단이나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원자폭탄이 되어 인류의 멸망을 걱정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기술에는 양면성이 있으므로 다루는 사람의 생각이 중요하다. SF 영화 속 천재 과학자가 한순간의 욕심 때문에 빌런으로 바뀌지 않는가. 신기술이 쏟아질수록 기술을 개발하고 물건에 적용해 판매하는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생각은 더욱 중요하다.

최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한 영상이 논란이 되었다. 4월 초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 Y의 사고 영상이다. 주행 보조 기능인 FSD를 켜고 1차로를 시속 100km 정도로 달리고 있었다. 오른쪽 차로의 버스가 차선을 물고 달리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회피 기동이 작동하며 중앙분리대 쪽으로 운전대가 돌아갔고, 차주는 이를 막기 위해 반대편으로 운전대를 돌리다가 버스와 추돌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영상을 보며 가장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왜 제동이 아니라 회피 기동을 했을까였다. 중앙분리대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회피 기동이 작동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왼쪽으로 얼마나 가려고 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운전자가 개입하는 순간 조향제어가 해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자율주행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과연 저 상황에서 운전대를 돌리는 ‘회피 기동’ 작동이 맞냐는 것이다. 많은 차의 주행보조장치, 특히 전방 추돌 방지 보조 기능은 조향이 아니라 제동을 통해 속도를 줄이는 것이 먼저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방 추돌 방지나 후측방 추돌 방지, 차로 이탈 방지 등의 첨단 운전자보조 장치(ADAS)의 가장 큰 목적은 사고의 방지와 피해 경감이고,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엔진이나 모터의 출력을 줄이고 제동을 하는 것이다. 완전히 멈추지 못해도 속도가 낮아지면 자동차가 갖는 운동에너지와 더불어 피해가 줄고 차를 제어하기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드라이빙 스쿨에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이다. 위험을 마주했을 때 운전대를 돌리는 것보다 브레이크를 먼저 밟는 것이다. 제동 연습을 꽤 많이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몸이 일어설 정도의 풀 브레이킹을 반복한다. 역시 사고 방지 및 피해 경감을 위해서는 제동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운전한다고 생각해보면 쉽게 기준이 선다. 옆 차로 버스가 내가 달리는 차로의 차선에 가까이 붙거나 살짝 넘어오는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능숙한 운전자라면 경적음을 울려 버스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고 차로 안에서 왼쪽으로 살짝 치우쳐 통과했을 것이다. 초보 운전자라면 버스가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추월할 것이다. 만약 버스가 더 넘어온다면?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일 일이지 운전대를 돌려 피하진 않을 것이다.

지면을 통해서라도 사고로 피해를 입은 운전자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자동차 제조사의, 여기서는 테슬라의 ADAS 기능이 작동할 때 우선순위와 선택의 문제다. 운전대를 돌려 피할 것인가 혹은 제동을 할 것인가를 정한 것은 그 차를 만든 엔지니어와 회사의 결정이다.
 
최근 미국 도로교통국(NHTSA)의 FSD에 대한 리콜 조치나 오토파일럿 사고에 대한 조사 등을 보면 결국 신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오랜 경험, 사실은 다양한 손해배상 소송과 이에 따른 법적 규제를 받으며 첨단 기술보다는 안전을 택해왔다. 

개인적인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신뢰할 수 없는 기술보다 조금은 기능이 떨어져도 믿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최선은 ‘안전한 첨단 기술’을 갖춘 차를 타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충분히 기다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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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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