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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기통 다른 맛,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P360 & BMW Z4 M40i

같은 점이라곤 없어 보이는 Z4 M40i와 디스커버리 P360.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나란히 직렬 6기통 엔진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배기량과 출력까지 비슷한데…

2022.06.18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P360

 
같은 직렬 6기통 3.0ℓ 엔진을 얹은 차라고 하기엔 디스커버리와 Z4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보는 순간부터 너무 낯설다. 디스커버리의 차체는 Z4보다 무려 60cm 이상 길고 55cm나 더 높다. 무게는 자그마치 1톤하고도 50kg이나 더 무겁다. Z4가 엔진 주변에 차체를 두른 느낌이라면, 디스커버리는 차체가 엔진을 집어삼킨 듯한 모양새다.

디스커버리가 품은 6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는 51kg·m를 발휘한다. Z4보다 출력은 약간 낮고 토크는 같은 수준. 360마력이 결코 낮은 출력은 아니지만, 덩치를 생각하면 가속이 답답하지 않을까 의심부터 든다.
 
“뿌리 깊은 오프로더 집안 출신답게 버튼 조작 한 번으로 어떤 길도 거뜬히 오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6기통 엔진은 2.5톤의 덩치를 움직이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살짝만 건드려도 차체가 움찔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로 힘이 넘친다. 오프로더답게 변속기는 1단과 2단 기어비를 아주 촘촘하게 구성했다. 저속에서 최대 토크를 끌어내기 위한 세팅이다.
 
이런 세팅은 의외로 ‘일상의 오프로드’에서 빛을 발하는데,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가며 마주치는 경사로에서 기울기를 인식해 바로 엔진 회전수를 높여줘 육중한 차체를 가뿐하게 밀어 올린다. 이 때문에 도심 속 정체 구간에서는 잦은 변속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데 마시멜로를 비트는 듯한 부드러운 변속 감각이 바쁜 변속을 오가는 중에도 변속충격 대신 안락함을 선사한다.
 

도심을 빠져나와 속도를 높이면 올라가는 엔진 회전수와 함께 직렬 6기통 엔진의 부드러운 회전 질감이 피어난다. 일직선으로 정렬한 6개의 실린더가 바깥부터 짝을 이뤄 오르내리면서 거친 고동을 깎아내고 어느새 포근한 감각만 남아 차체를 감싸는 것이다. 내연기관 추종자들이 이 감각에 매료돼 전기차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아닐까?

여기에 포근한 주행 감각을 완성하는 방점은 에어 서스펜션을 사용한 하체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주변 소음을 차단하듯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으로부터 실내의 안락함을 지켜낸다. 집 앞 도로가 최근 잦은 하수관 공사로 누더기 상태인데 심지어 곳곳엔 흙바닥마저 그대로 드러날 정도다.
 
3열 공간은 충분하지만 노면 충격으로부터 자유롭진 않다
 
이 길에서 평소 타는 독일산 세단이 허리를 욱신거리게 했다면, 디스커버리는 허리 건강을 지켜줄 것만 같다. 2열 승차감도 안락하다. 사실 하체를 오프로드에 맞춰 부드럽게 조정했을 때 가장 큰 우려는 1열과 달리 투박한 2열 승차감이다. 다행히 디스커버리는 1열과 2열 가리지 않고 고른 승차감을 탑승자에게 제공한다.
 
다만, 3열은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접어두는 편이 좋다. 공간 자체는 성인 남성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차축 바로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노면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뿌리 깊은 오프로더 집안에서 태어난 차답게 오프로드 주파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버튼 하나로 서스펜션을 조절해 차체를 껑충하게 올리기만 하면 준비 끝! 이 상태면 가파른 언덕을 가뿐히 넘을 수 있음은 물론 수심 90cm의 물길도 무리 없이 지날 수 있다.
 
엔진 진동에서 거친 고동은 깎아내고 포근한 질감만이 차체를 감싼다
 
지형에 따른 가속 페달 조정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터레인 리스폰스 2 시스템이 지형을 자동으로 분석해 엔진 출력을 알맞게 네 바퀴로 분배하니까. 여기에 오프로드를 감지하면 카메라가 차 주변을 비추고 차 밑은 지나간 영상으로 메워 사방팔방을 모두 디스플레이에 띄운다. 이제 운전자에게 남은 역할은 창문을 내릴 필요도 없이 쾌적한 실내에서 오프로드를 만끽하는 것뿐이다.

누군가는 지금의 디스커버리가 외모부터 성향까지 너무 고상해졌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알고 보면 레인지로버와 섀시를 공유하되 허영심은 싹 걷어냈던 게 디스커버리의 첫 시작이었다. 투박했던 과거는 노후한 디펜더 역할을 겸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신형 디펜더가 나온 지금, 디스커버리는 다시 편안함이라는 본연에 충실해졌고 여기에 직렬 6기통 엔진은 더없이 잘 어울린다. 
홍석준
 
 
BMW Z4 M40i
 

BMW는 엔진 장인이다. 물론 차도 잘 만든다. 탁월한 기본기와 밸런스로 멋지게 달리는 뛰어난 모델이 즐비하다. 이들의 다양한 엔진 라인업 가운데 으뜸은 직렬 6기통 엔진이다. 이른바 ‘실키 식스’라 불리는 6기통 엔진은 비단결처럼 매끈한 회전 질감과 훌륭한 감각으로 대중과 전문가 모두에게 경외와 감탄을 자아낸다.

구조적으로 실린더 6개를 나란히 줄 세워 만든 엔진은 진동이 적고 회전 질감이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6개의 피스톤이 2개씩 짝을 이뤄 120도로 밀고 당기는 덕에 진동 대책인 밸런스 샤프트도 필요 없다. 실린더헤드가 하나인 비교적 단순한 구조는 무게까지 줄였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세상 거의 모든 차들이 직렬 6기통 엔진을 품고 달렸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장점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은 것이다. 일단 구조는 단순하지만 엔진이 길다. 6기통이 한 줄로 이어 붙은 터라 어쩔 수 없이 길어진 엔진을 보닛 아래 배치하고 이상적인 밸런스를 완성하기가 보기보다 까다롭다.
 
앞바퀴굴림 모델들은 배치가 더 까다로운 탓에 쓰는 경우가 적다. 흡입 공기량을 일정하게 나누고 유지하는 것 또한 어렵다. 1번과 6번 실린더 간 위치 차이가 비교적 커 공급 공기량과 타이밍을 일정하고 여유 있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흡기 매니폴드 구조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해서 더 좋은 2인승 로드스터

이 도발적인 과제를 BMW는 해결했고 실키 식스의 장점만 고스란히 강조해 모델의 매력을 유감없이 뽐낸다. 독립 스로틀로 엔진의 일정하고 원활한 공기 공급과 배분을 해결했고 기다란 엔진을 세로로 차체 깊숙이 밀어 넣고 시트를 약간 조정해 이상적인 앞뒤 무게 배분을 완성했다. 벼린 핸들링과 자극적인 뒷바퀴굴림 방식을 고수하는 BMW에게 이보다 훌륭한 엔진 구조와 설계도 없는 것이다.

BMW 라인업 가운데 직렬 6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운전 재미 풍성한 대표 모델을 꼽자면 Z4, 그중에서도 M40i다. M 모델도 있지만 Z4와는 결이 좀 다르다. 엔진을 매끈하게 돌려대며 화끈한 출력으로 통쾌하고 유쾌한 운전은 비슷하지만 Z4만큼 예리하게 코너를 썰어가며 파고들고 화려하게 탈출하는 정제된 재미를 선사하지는 못한다. 용호상박이지만 날카로운 핸들링과 직관적인 반응에서 약간 더 자극적인 셈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바르릉’거리는 사운드로 고출력 로드스터의 입장을 환영한다. 실내 구성은 단순하고 메뉴 버튼은 직관적이다. M40i답게 두툼한 스티어링 휠이 손에 착착 감겨 돈다. 단출한 2시트 구성이 Z4의 콘셉트를 대변한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오픈 에어링과 운전의 짜릿함을 칭송하라!

바닥에 붙어 달리듯 낮은 차체와 더 낮은 시트 높이가 칼칼한 출력과 잘 어울린다. 팽팽한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하면 일말의 주저함 없이 남다른 토크로 시원하게 등을 떠민다. 노멀 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을 과격하게 다루면 흥에 겨워 엉덩이를 움찔움찔하며 아드레날린을 자극한다. 고성능 뒷바퀴굴림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두면 대놓고 춤사위가 현란해진다.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반응하고 움직이는 Z4와 친해질수록 탐닉의 농도도 짙어진다.
 
직렬 6기통 실키 식스를 칭송하라!

유쾌한 Z4의 핵심은 387마력의 최고출력과 50.9kg·m 토크를 내는 3.0ℓ 직렬 6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단 4.1초. 무게는 채 1500kg이 되지 않는다. 리터당 100마력이 우스운 시대지만 지금도 여전히 대담하고 광포한 출력이다.

전동화의 거센 파도에도 내연기관차는 이렇게 매력적이고 파이팅 넘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숙성된 엔진을 근간으로 저마다의 콘셉트에 부합하는 매력적인 모델을 지금도 열심히 만들고 있다. 벼리고 직관적인 Z4와 여유롭고 담대한 디스커버리 같은 차들을. 
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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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홍석준PHOTO : 이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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