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시작의 끝

2022.06.21

 
우린 아무것도 배운 게 없는 것 같다. GMC 허머 EV 픽업은 디젤 엔진을 대체해 깨끗하고 조용한 전기모터를 보란 듯이 달고 나왔지만, GM이 만든 가장 허풍이 심했던 허머 H1처럼 현재의 자동차 트렌드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소위 ‘전기차의 친환경 이미지’ 이면에 허머 EV는 4082kg이나 나가는 거대한 차지만 5명밖에 탈 수 없고, 보통 중형 픽업 정도의 짐을 싣거나 견인할 수밖에 없다. 최고출력은 1000마력에 토크는 165.9kg·m이고 3초 만에 시속 97km를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추후 자동차업계의 계획으로 봤을 때 허머 픽업은 그저 무의미하기만 하다.

이건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나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도 마찬가지다. 슬프게도 이런 소음 규제와 이산화탄소 배출 및 연료소비 규제 때문에 슈퍼패스트나 아벤타도르 같은 자연흡기 V12 엔진 차들은 머지않아 볼 수 없게 된다. 연료를 많이 먹는 허머 픽업은 그나마 전기차로 변신해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게 우리의 미래다.

아니면 또 다른 미래가 있을까? 세계적 흐름이 전기차로 전환돼가며 자동차의 역사가 다시 써지고 있다. 예전의 가설은 다 사라지고 새로운 확신들이 자리 잡으며 자동차 업체들은 이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GMC 허머 EV 픽업도 어쩌면 무의미해 보일 수 있지만 목적은 확실하다. 의도적으로 과시하려는 디자인을 내세워 화려한 풀 옵션의 차를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겠다는 것이다.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전기차를 원해서 말이다. 전기차 생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 업계의 가장 큰 기술적 골칫거리는 바로 주행가능거리다.

20세기 초반 내연기관차의 발전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들을 현재 전기차에서도 똑같이 겪고 있다. 컴퓨터와 연결성과 알고리즘, 인공지능 등 이 모든 찬란한 21세기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주류 전기차들은 아직까지 진화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세기 초반에는 자동차가 큰 출력을 내기 위해 큰 엔진이 요구됐다. 1910년에 만들어진 피아트 S76(‘토리노의 야수’라는 별명이 있었다)은 28.4ℓ의 4기통 엔진에서 거의 300마력을 뿜어냈다. 반면 21세기 초의 자동차들은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큰 배터리가 필요하다. GMC 허머는 200kWh 넘는 대용량 배터리가 있어 한 번 충전하면 재충전까지 482km 이상 달릴 수 있다.

문제점은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 장거리 주행을 하려면 여전히 큰 배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GMC 허머는 배터리 무게만 1360kg이고 이는 거의 혼다 시빅 무게와 맞먹는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가운데 단 2대만이 1723kg 이하다(쉐보레 볼트 EV와 볼트 EUV). 전기차 무게는 평균적으로 2177kg 이상이다.
 

“전기차의 최근 트렌드는 더 긴 주행거리입니다. 그래서 배터리를 더 크게 만드는데, 그러면 브레이크도 커지고 타이어도 커지고 자동차도 커지게 되죠. 마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같아요.” 역사적 명차 맥라렌 F1을 만든 고든 머레이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 아래 T.50과 T.33 하이퍼카를 만드는 중이다. 이 소용돌이는 자동차의 역동적 주행에도 물론 영향을 끼친다. “2267kg이나 되는 빠른 자동차를  만들려고 해보세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엔지니어링 도전과제를 즐기는 머레이는 그의 팀인 고든 머레이 디자인(GMD)과 함께 가벼운 전기차 플랫폼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이 플랫폼이 적당한 가격에 더 효율적이고 핸들링이 좋은 전기차가 될 것이라 말했다. GMD는 자체적으로 이 프로젝트 자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2개의 세계적 기술 기업 파트너가 있으며 현재 생산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미 비전 EQXX 콘셉트에서 보여줬듯 더 가볍고 더 효율적인 자동차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 비전 EQXX는 1769kg보다는 덜 무거우며 주행가능거리는 997km다. “이게 너무 극단적이라 생각한다면 저희 목표를 기대하기 바랍니다.” 머레이가 말했다. “만약 저희가 목표를 달성하면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며 더 밝은 미래가 다가올 겁니다.” 꼭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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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앵거스 매켄지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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