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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이천 : 타이칸 터보 S 투리스모

초여름의 이천은 물 좋고 공기도 좋지만 그중 제일은 역시 밥맛이다

2022.06.26

 
 
서울에서 1시간을 달려 나가면 닿을 수 있는 이천의 공기는 도시와는 사뭇 다르다. 빼곡한 서울과 달리 이천의 밀도는 이맘때 한창인 모내기처럼 숱이 듬성하고 사려 깊다. 이천은 어딘가 한갓지고, 고매하고, 비옥한 인상이 서려 있다. 기백이 넘치는 도자기를 빚어내고 기름진 땅을 빗을 때마다 금싸라기 같은 쌀이 우수수 쏟아지니 말이다. 
 
쌀, 감자를 말할 때 꼭 햅-쌀, 햇-감자라 불러야 감칠맛이 드는 것처럼 이천이란 두 음절엔 기름과 꿀이 흐른다. ‘그해에 새로 난(햅, 햇)’이란 의미가 그러하듯.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때를 알고 내리는 비처럼, 이천은 쫓아가거나 뒤처짐 없이 그만의 호흡으로 흐르고 여문다.
 
초여름의 햇살이 아스팔트를 적당한 온도로 데울 때, 서울에서 이천까지 향할 차로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를 골랐다. 2개의 헤드램프가 기다란 에어 인테이크와 이어진 포르쉐 전기차의 얼굴은 언제 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모습 같다.
 
 
앞모습은 타이칸과 똑같지만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의 진가는 B필러를 지나면서 나타난다. 루프라인이 가파르게 떨어지지 않고 리어 스포일러가 있는 엉덩이까지 쭉 이어지기 때문.
 
스포츠카 성향이지만 보디 스타일은 왜건에 가까운 CUV 형식을 택했다. 이로써 2열의 헤드룸 공간에 여유가 생겼고 트렁크에 접이식 자전거 같은 레저용품을 싣기도 거뜬해졌다. 
 
시승차인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는 앞뒤 2개의 모터가 최고출력 약 460kW(약 625마력)의 힘을 뿜어낸다. 론치 컨트롤을 실행하면 순간적으로 761마력이란 폭발적인 힘으로 시공간을 거스른다. 괴물 같은 힘이지만 포르쉐는 늘 그렇듯 운전자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한다.
 
 
노멀 모드에서는 민첩하면서도 고급스럽고 부드럽게 달리는데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꾸면 놀랍도록 날카로운 조향감과 더욱 끈적해진 접지력이 영락없는 포르쉐 스포츠카다. 
 
특히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에는 새로운 주행 모드인 자갈(Gravel)이 추가됐다. 이 모드에서는 에어 서스펜션이 팽창하며 지상고를 높이고 오프로드 주행에 맞춰 사륜구동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이로써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잘 뚫린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시트에 파묻혀 들어갈 만큼 자비 없이 달리고, 험로 주행까지 너끈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수평형 리어 램프 아래의 파란색 포르쉐 인장 때문에 포르쉐 전기차를 두고 ‘파란 맛 포르쉐’란 말이 있는데, 파란 맛은 결코 순한 맛의 동의어가 아니다. 불 중엔 푸른 불꽃이 가장 뜨겁고, 우주에선 푸른 별이 제일 뜨겁게 타오르지 않나. 뚫린 도로에서 사납게 쥐고 흔들던 차를 이천에 가까워지면서 속도를 줄이고 다시 노멀 모드로 바꿨다.
 
 
이천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티 하우스 에덴’이다. 이천 도드람산 자락에 위치한 이 유리온실은 전문적인 티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곳으로 커피와 음료, TWG의 홍차를 즐길 수 있다.
 
티 하우스 에덴은 예배당과 납골당을 함께 운영하는 힐링 리조트 에덴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에 속해 있어 주변으로는 3500만 평의 테마가든이 둘러싸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진정한 휴식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 섬세하게 조성한 정원은 근사하다 못해 이따금씩 신성한 기운이 흐르기도 한다.
 
정원 곳곳에서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귀퉁이마다 잠시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됐다. 유리잔과 얼음이 부딪히며 내는 풍경 소리를 들으며 잠시 사색에 빠진다. 이마를 쬐는 햇살은 사위는 법이 없고, 가끔 귓불을 스치는 바람과 목 넘김은 꽤나 시원하다. 
 

몇 년 사이, 이천에서 쌀과 도자기 다음으로 유명해진 것이 있다. 바로 ‘시몬스 테라스’. 시몬스 공장과 접해 있는 시몬스 테라스는 시몬스의 제품과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소셜 공간이다. 1층에는 매트리스와 프레임을 비롯해 라이프스타일 컬렉션 케노샤 등 시몬스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원색의 노란 세탁기가 있는 론드리룸 테마 공간은 이불 빨래와 자연스레 연결되며 서사를 만든다. 이 밖에도 시몬스 헤리티지와 수면 과학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 뮤지엄, 시몬스에서 큐레이션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숍, 이코복스 커피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테라스’란 이름답게 이곳에는 잔디밭과 파라솔이 있는 야외 공간도 조성돼 있는데, 이코복스 커피를 구매해 야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그만이다.
 
 
다디단 공기로 허파는 비대해졌지만 위장은 여전히 허전하다. 여행의 백미, 배를 채우러 가자. 이천에 왔으니 쌀밥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이천시 대월면에 위치한 ‘원이쌀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갓 도정한 쌀로 짓는 돌솥밥이 포함된 ‘원이정식’이 유명하다.
 
제일 먼저 전채 요리가 나왔다. 당근, 버섯, 지단 등 오방색 재료를 밀이 아닌 감태에 싸먹는 감태전병이다. 시큼하고 달달한 겨자소스가 감태의 녹진함, 재료의 식감과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접시가 비워질 즈음 갓김치, 배추김치, 잡채 등 10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나오고 메인 반찬으로 향기로운 더덕구이와 황태구이, 갈비찜, 생선구이 등이 차례로 놓인다. 그리고 대망의 돌솥밥이 등장했다.
 

뚜껑을 여니 모락모락 뿌연 김이 피어오르고, 그 사이로 백자처럼 말갛고 고담한 쌀밥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기름칠을 한 듯 윤기가 흐르는 쌀밥을 크게 한 술 떠 입에 넣자, 고소한 쌀 냄새가 곧장 입안과 코를 장악한다. 퍼지지 않고 낱낱이 야무진 쌀알을 씹으니 적당한 찰기가 이에 쩍 들러붙는다.
 
짭조름한 생선과 더덕도 매력적이었지만 이곳의 밥은 반찬 없이 우물우물 더 오래 씹고 즐기게 된다. 박박 긁은 돌솥에 따뜻한 물을 담고 우려낸 누룽지까지, 흡사 약수처럼 개운하고 달다.
 
배가 차니, 나른하고 게을러진다. 설봉공원의 어느 그늘 아래 주차한 뒤 시트를 눕혀 달콤한 낮잠을 청하기로 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흐르고,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의 소란과 새들의 지저귐을 베고 옅은 잠에 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에서 깨니 꿈인지 현실인지 몽롱하다. 그러다 룸미러에 비친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잠이 깬다. 좋은 음식을 먹고 피톤치드를 맡으며 잠들어서일까,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흐른다. 
 
‘자, 이제 무엇을 할까.’ 마침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트렁크에 태워온 자전거가 생각났다. 설봉공원 저수지를 따라 가볍게 훌훌 타도 좋고, 자전거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라이딩해도 좋겠지. 밥심이 충전되니 못할 것이 없고, 서둘러 가야 할 곳도 없다.
 
좋은 바람을 양탄자 삼아 한량처럼 노니다 배가 꺼지면 다시 쌀밥을 먹어야지. 노란 산수유꽃이 전부 떨어지고, 열매도 여물지 않은 초여름은 봄도 여름도, 이도 저도, 누구의 무엇도 아니지만 다시없을 이 계절의 설익은 젊음은 여지없이 찬란하다.
 

 

뉴 버디 GT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와 함께 촬영한 폴딩형 미니벨로 뉴 버디 GT는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모델이다. 포장도로뿐 아니라 험로도 자유롭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버디 GT에는 슈발베의 오프로드용 타이어인 블랙잭 타이어와 안전하고 신뢰감 있는 하이브리드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됐다.
(주)산바다스포츠, 27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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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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