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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더 뉴 팰리세이드, 우등생이 족집게 과외를 받으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앞날이 밝은 차였다. 좋은 디자인과 구성에 빼어난 가성비까지 갖췄으니 더 바랄 게 없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신형은 스테디셀러를 향한 자신감을 드러내 보인다

2022.07.09

 
자동차 제조사에게 신차 출시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출시한 신차의 ‘삶’을 공들여 관리하는 과정이다. 흔히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Lifecycle Management)’라 일컫는 이 과정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베스트셀러를 스테디셀러로 만들 수도 있고 기대에 다소 못 미친 신차의 뒤집기 한판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중요한 작업이다.

라이프사이클 매니지먼트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페이스리프트와 연식 변경, 풀 모델 체인지 등이 모두 포함된다. 요즘은 시장 상황이나 경쟁 구도에 따라 다소 과한 변화를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바람에 경계가 모호해지긴 했지만 신차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은 여전히 페이스리프트와 풀 모델 체인지다.
 

제조사들은 신차를 출시하고 나서 시장 반응과 경쟁사 동향을 주시하며 페이스리프트를 준비한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며 소비자를 붙잡아두기 위한 혜택을 부여하는 동시에 회사의 이익도 챙겨야 한다. 이 모두를 담아내려면 무척 복잡한 수학 공식을 풀어야 한다. 그리고 엔지니어와 마케터, 영업부서는 대화와 조정에 지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소리 듣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 나온 현대 신형 팰리세이드는 페이스리프트의 본질을 보여주는 모범 답안과도 같다. 원래 갖고 있던 장점은 잘 유지하거나 강화했고 단점은 적절히 보완했다. 그러면서 2018년 처음 나왔을 때 모두를 놀라게 했던 가격 경쟁력도 어느 정도 지키는 데 성공한 걸로 보인다. 이 모두를 가능케 한 일등 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원판의 탄탄한 실력이다.
 

팰리세이드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타깃을 명확히 했다. 중장년층 남성들이 딱 좋아할 요소들을 유난 부리지 않으면서 차곡차곡 챙겨 넣었다. 여기에는 차체 사이즈와 남성적인 스타일, 충실한 편의장비와 안전 사양, 정숙성과 풍요로운 주행감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런 다음 뜻밖의 가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차의 세그먼트에 상관없이 가격은 무척 중요한 요소다. 알 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팰리세이드의 주 고객층인 중장년 남성 절대다수가 신차를 구입할 때 ‘누구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를.
 

신형 팰리세이드는 이전 모델보다 차체 길이를 1.5cm 늘였다. 높이와 너비를 그대로 두고 길이만 확장했는데, 새로 디자인한 프런트 그릴과 어울려 훨씬 당당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얻었으니 목표 달성이다. 이를 결재한 누군가는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위 캐스케이딩 형태이던 이전 팰리세이드의 그릴은 앞부분 전체를 넓게 덮은 형태로 바뀌었다. 이번 페이스리프트 예산의 상당 부분은 여기에 투입됐다. 조금 과해 보이기까지 하는 새 라디에이터 그릴은 길이 5m에 육박하는 큰 차체의 장점을 잘 살려준다.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 트림은 리퀴드 메탈 그릴로 압도적인 이미지를 전하고, 기본 이그제큐티브 트림의 그릴은 블랙으로 마무리해 차별화를 꾀했다. 그릴 소재나 색깔에 대해서는 차체 색상과의 매치에 따라,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어 보인다. 어쨌든 그릴 디자인 변경은 성공이다. 개성적인 수직형 LED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DRL)은 수직 상태를 더더욱 강조하면서 유지하고 있는데, 이 또한 가산점을 받을 만한 마무리다.

원래 완성도 좋았던 옆과 뒷면은 거의 손대지 않고 그대로 뒀다. 후면 범퍼와 배기 머플러 형태를 조금 바꾼 정도에 그쳤는데, 주어진 예산 때문이었든 더 이상 좋은 해답을 찾을 수 없어서였든 괜찮은 선택이었다.
 

핵심 포인트에 전력을 집중하는 작업 공정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신형 팰리세이드를 신형답게 만들어주는 포인트는 1열 대시보드에 다 모여 있다. 스티어링 휠은 제네시스의 H자 형태를 가져와 트렌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10.25인치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는 12.3인치로 키우고 디지털 계기반도 최신 현대차 타입으로 교체했다.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는 그대로 두면서 변화가 필요했거나 조금만 손봐도 눈에 확 띄는 부분에 힘을 쏟은 전략은 원했던 효과를 거둔 듯하다. 센터 디스플레이 아래로 이어진 센터터널 상단에 대형 물리버튼을 배치한 것도 내수에서는 중장년층 남성을, 해외에서는 북미 대형 SUV 시장을 겨냥한 이 차의 타깃을 명확히 한다(그렇다고 해서 중장년층 남성에게만 어울린다는 말은 아니다).
 

처음에 조금 어색했던 버튼식 8단 자동변속기는 이제 평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 옆에 배치한 주행모드 선택 다이얼도 쓰기 좋다. 2+2+3 구성의 7인승 시트의 착석감도 괜찮고 헤드레스트에 내장한 스피커는 탑승자들에게 왠지 모를 고급감을 느끼게 해줄 요소다.
 
대형 SUV답게 공간은 넉넉하다. 물론 3인승이라는 3열 시트는 사실 성인 2명이 앉기에 더 어울릴 공간이긴 하지만, 최대 2447ℓ에 달하는 화물 적재공간은 마음을 느긋하게 한다.
 

파워트레인은 그대로다. 앳킨슨 사이클 방식을 채택한 V6 엔진은 비교적 큰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효율성과 연비를 개선하기 위한 선택이다. 주행감은 부드럽고 기름지며 여유롭다.
 
방식 특성상 불끈불끈 치고 나가는 타입은 아니지만, 힘 부족이나 과잉을 논하는 것도 어울리진 않는다. 출발 순간부터 시종일관 편안하고 풍부한 힘을 꾸준히 발휘한다. 차의 성격과 지향점에 걸맞은 세팅으로 여겨진다.
 

신형 팰리세이드는 변함없이 시장의 환영을 받을 듯하다. 내연기관과 전기차 가릴 것 없이 SUV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지금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 차를 찾는 이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이전과 달리 내수형과 수출형의 형태도 통일했으니 현대차 입장에서는 그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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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우성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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