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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Summer′s 양평

거창한 여행은 고생스럽고 집에만 있기에는 서운한 여름의 한가운데, 양평으로 떠난 드라이브

2022.07.24

 
미드소마(Midsommar)’는 스웨덴어로 ‘한여름’을 의미한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을 기념해 스웨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하지 축제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 <유전>으로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른 아리 애스터 감독이 연출한 <미드소마>는 포크 호러물이다. 기이한 믿음과 전통을 가지고 사는 스웨덴 공동체 마을의 축제 ‘미드소마’에 이방인이 초대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백주대낮, 목가적인 시골 마을에서는 생의 주기를 다한 백발의 노인이 마을 전통에 따라 절벽에서 투신하고, 머리가 깨진 채 숨진 모습을 영화는 부감으로 권태로이 비출 뿐이다.
 
그러나 현실 속 미드소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매년 미드소마에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손잡고 원을 그리며 춤추고 술에 취하고, 혹은 하얀 밤 속에서 젊음을 탕진하며 하룻밤 덧없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한여름 하면 생각나는 영화는 또 있다. 바로 <기쿠지로의 여름>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꼬마가 하필 이웃 아저씨인 은퇴한 야쿠자와 함께 자신을 버린엄마를 찾으러 가는 로드무비다. 영화 내내 흐르는 서정적이고 청청한 여름 풍경에서는 사람의 온기가 땀 냄새처럼 배어 나온다. 사뭇 다른 두 영화는 ‘미드서머’를 전혀 다르게 발음하지만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를 전한다. 
 

“역시 (한)여름엔 나가면 (개)고생이다.” 

한국의 절기로 낮이 가장 긴 날인 하지(夏至)는 6월 21일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여행기를 준비하는 시기와 가깝다. 이렇게나 태양이 뜨겁고 꾸준한 날에는 뭐니 뭐니 해도 에어컨 빠방하게 켜놓고 이불을 덮어쓴 채 <미드소마>와 <기쿠지로의 여름>을 연달아 보는 편이 제일 달콤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나가야만 한다면 약간의 꾀를 부려보자.
 
현대인에게 때때로 ‘여행’은 꾸려야 할 짐만큼이나 짐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거창한 여행은 싫지만 여름의 절정을 집에서만 보내기에는 서운할 때, 터덜터덜 다녀올 수 있는 양평은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된다. 서울에서 1시간만 내달리면 펼쳐지는 녹음과 강의 훈훈하고 시적인 풍경에서는 드문드문 <기쿠지로의 여름>의 한 장면도 어렴풋이 읽힌다.

양평 드라이브에 함께할 차로는 북유럽 감성의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 2’를 골랐다. 세단과 쿠페형 SUV, 왜건을 절충한 CUV 스타일의 순수 전기차다. 폴스타 2는 롱레인지 싱글모터와 롱레인지 듀얼모터의 2가지 트림으로 선보이는데 롱레인지 듀얼모터는 고성능 모델답게 모터 최고출력 300kW(408마력),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 334km의 성능을 낸다.
 
 
반면 이번에 시승한 차는 싱글모터 트림으로 최고출력은 170kW(231마력)에 그치지만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417km로 좀  더 넉넉하다. 꽤 이른 시간 출발한 덕에 도심을 벗어나니 뻥 뚫린 길이 나타났다. 가속페달을 밟자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 없이 변속하듯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과거 듀얼모터 모델을 탔을 때보다 시원하게 뻗어 나간다는 느낌은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힘이 달리는 것도 아니다.

폴스타 2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디자인’이다.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의 CEO가 이끄는 폴스타는 스칸디나비안 미니멀 디자인을 기조로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선과 면, 디테일에서도 절제미를 보여준다.
 
두 번째는 국내 전기차 최초로 T맵 모빌리티와 함께 개발한 ‘전기차 전용 인포테인먼트’다. 이 똑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주행 중 배터리 충전 잔량이 모자란다고 판단될 경우 최적의 경로에 있는 충전소를 알아서 제안해준다.
 
마지막은 바로 ‘원 페달 드라이빙’. 원 페달 드라이빙을 지원하는 대다수 전기차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켜는 순간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만 떼도 거친 제동감이 불쑥 튀어나오는 바람에 실제 원 페달로만 운전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폴스타 2는 매우 부드럽게 감속하고 반응도 꽤 정확하다. 적응 후에는 계속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다닐 정도였다. 발이 편하고 더욱 안전한 것은 물론, 전기도 절약되니 주행거리 부담 없이 에어컨을 세게 켤 수도 있다.
 
테라로사 서종점 앞에 폴스타 2를 세웠다
 

기분 좋은 드라이빙에 카페인을 곁들이기 위해 먼저 테라로사 서종점으로 향했다. 테라로사가 있는 서종면은 남양주와 양평의 접경에 위치한 곳으로 어쩌면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양평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강의 아름다운 리버 뷰를 사유하는 카페들이 이 근방에 잇따라 도열하고 있기도 하다.
 
굴뚝이 있는 빨간 벽돌 건물 앞에 새하얀 폴스타 2를 세우고 들어가자 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다. 차갑게 내린 드립 커피와 시나몬 롤을 주문했다. 아직은 한적한 오전, 커피를 들고 바깥 공간으로 나오자 맞은편에 이제 막 문을 열 준비를 하는 상점이 보인다.
 
 
몇 년 전까지 강변을 따라 열리던 리버마켓은 ‘매일상회’란 문패를 걸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름처럼 매일 열리는 이곳에서는 손뜨개 제품과 식기, 캔들 등 지역 아티스트와 주민이 직접 만든 수공예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컬 마켓의 흥성한 분위기가 채워지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오기로 했다. 한 손엔 커피를 들고 빵도 입에 물었다.
 
두물머리’는 양평 드라이빙에서 꼭 찍고 돌아와야 할 터줏대감, 말하자면 반환점 같은 곳이다. 금강산과 이어진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란 의미에서 두물머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이곳은 과거 전성했던 나루터의 잔해와 강을 따라 이어지는 수양버들의 빼어난 경관으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고 있다.
 
양평 두물머리의 풍경
 
양평 두물머리는 마치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익숙해 자칫 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계절과 들고 온 이야기에 따라 매번 다른 이곳의 모습은 좀처럼 지루해지지 않는다.
 
이른 아침 수면 위로 물안개가 번지는 풍경은 모네의 ‘수련’ 같고, 붉은 일몰로 나무들에 타는 역광은 쇼팽의 ‘혁명’,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겨울의 풍경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 같은. 불현듯 숙연해지는 이러한 비경은 자석 같아서 세간의 어떤 고민이나 잡념도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6월의 두물머리에는 마냥 청명한 수목과 찌르르 쏘아대는 매미의 절규, 흔들리는 잎사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 같은 것들이 섞여 있었고, 그것은 틀림없는 여름의 민낯이었다. 행복에 겨워 약간은 소중함을 잃을 때쯤 앉았던 벤치에서 일어나 다시 차로 향했다.
 

서종면에 위치한 하우스(HAUS) 베이커리 카페
 
후텁지근한 실내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켜고 얼마 전 서울재즈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내한했던 조니 스팀슨의 음악을 틀었다. 하만카돈 스피커에서 “We can keep this whole thing casual(그냥 가볍게, 편하게 생각해)”이란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묻지 않았지만 느닷없이 대답을 얻은 것만 같은 기분. 마음이 가벼워지자 허기가 든다.
 
양평에 올 때마다 찾는 단골 순두부집으로 내비게이션을 맞췄다. 폴스타 2처럼 새하얀 순두부 백반을 주문해야지. 청양고추를 잘게 썬 양념간장이 떠오르자 곧장 침샘이 부풀었다. 두물머리에서 덜어낸 속을 하얗고 슴슴하고 순결한 순두부로 채우면, 한결 더 마음이 뽀얗게 닦아진 채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근데 혹시 보쌈까지 시키면, 그리고 정말정말 혹시 소주 한 잔에 대리운전까지 곁들이게 된다면 조금은 덜 뽀얘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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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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