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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왜건 이상형!

스테이션왜건부터 왜건 스타일의 CUV, 슈팅 브레이크까지. 믿기 어렵겠지만, 기지개 켜는 왜건이 심상치 않다. 다양한 왜건 스펙트럼 속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델을 묻고 답했다

2022.08.11

아우디 RS6 아반트

 

 

왜건은 못생겼다. 사실 왜건은 못생길 수밖에 없다. 미적 감흥보다는 효율을 중시한 자동차니까. 무엇보다 짐 공간을 늘렸기에 비례적으로 어색하다. 사람도 자동차도 비례가 중요하다. 허리 길고 다리 짧은 사람이 멋있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왜건에 대한 평가는 긴 세월 이어졌지만 아우디 RS6 아반트 앞에서 힘을 잃고 만다. 아우디 RS6 아반트는 왜건이 못생긴 이유를 도리어 특별한 요소로 치환했다. 애초 의도 자체가 다른 까닭이다. 왜건은 효율 좋은 자동차다. 그러나 아우디 RS6 아반트는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강력한 심장을 품은 고성능 자동차다. 이때 왜건이라는 형태는 차별성을 획득하는 전략이 된다. ‘슈퍼 왜건’이라는 별칭이 말해준다. 그냥 고성능 자동차였다면 이런 별칭이 붙었을까? 

 

의도야 어떻든 결과물이 눈살을 찌푸리면 힘을 잃는다. 아우디 RS6 아반트는 잘 세공한 총알 같은 날카로움이 차체에 스몄다. 짤막한 권총 총알이 아닌 저격용 라이플의 길고 유려한 총알처럼. 이런 날카롭고 단단한 물성은 그간 왜건을 못생기게 만들었던 짐 공간 덕분에 살아났다. 짐 공간이 간결하면서 힘 있는 선을 그릴 공간을 제공한 셈이다.

 

 

범퍼에서 시작된 선은 A필러에서 한 번 꺾여 다시 시원하게 뒤로 내달린다. 수묵화의 대담한 한 획처럼 군더더기 없다. 이 선은 아우디 RS6 아반트를 관통하는 정서다. 보닛에서 시작된 선 또한 숄더 라인에서 살짝 상승하며 지붕선을 밑줄 치듯 강조한다. 차체 밖으로 튀어나온 휠하우스와 22인치 휠은 차체를 낮고 단단하게 다잡는다.

 

모든 디자인 요소가 날카롭고 매끈한 물성을 도드라지게 한다. 이쯤 되면 왜건이니 쿠페니 하는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스타일 좋은 자동차로 통한다. 아니, 오히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특별한 존재가 된다.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애스턴마틴 뱅퀴시 자가토 슈팅 브레이크

 

 

운 좋게도 내가 처음 만난 왜건은 BMW 325i 투어링(E30)이었다. 각진 세단의 얼굴로부터 무리해 D필러를 뽑아낸 모습은 이무기나 돌연변이 같은 환상종처럼 별안간 슬프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325i 투어링이 디폴트값인 탓에 둥그스름하게 다듬은 왜건에는 미간이 바사삭 구겨지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슈팅 브레이크란 또 다른 환상종을 앓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애스턴마틴 뱅퀴시 자가토 슈팅 브레이크’는 으레 왜건과 스포츠카의 조합에 가질 만한 모든 환상을 복각해놓은 것 같다. 길게 뺀 유선형 보닛부터 후면으로 이어지는 왜건의 두툼한 두께감, 스포츠카처럼 낮은 자세. 옆면의 에어 인테이크 주변으로 난 캐릭터 라인과 루프의 뾰족한 끝맺음, 리어 스포일러가 이루는 조형적인 레이어까지.

 

루비를 박아놓은 듯한 후면 램프는 아이스크림 위 체리처럼 완벽한 마무리 터치가 된다. 그러니까 스테이션왜건이 친구라면 슈팅 브레이크는 연인, 애스턴마틴 자가토 슈팅 브레이크는 목숨을 걸 만한 사랑이라 하면 어떨까. 2+2 구조라 사실 왜건의 실용성은 전혀 없고, 왜건의 꽁무니를 디자인적으로 접목한 것에 가깝지만 아무렴 어떤가, 사랑은 머리로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을. 
장은지

 

 

볼보 V70 R(2세대)

 

 

원래부터 왜건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애정하는 건 볼보의 고성능 모델, 2세대 V70 R이다. V70 R은 잔뜩 멋을 부린다거나 고성능이랍시고 과하게 폭력적이지 않고 왜건 그 자체가 지닌 합리적인 매력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뛰어난 성능을 지녔지만, 겉으로 불필요하게 드러내지 않아 ‘있는 자의 여유’도 느껴진다. 자고로 왜건은 차갑고 이성적인 면이 부각될 때 더욱 쿨하고 섹시한 감각을 자아내는 게 틀림없다.

 

해치백과 완전히 구분되는 독특한 비율과 실루엣도 왜건의 매력 포인트다. 딱 떨어져 90도 각도로 서 있는 차체 뒷면과 늘씬하고 길쭉한 옆모습의 실루엣이 이루는 절묘한 조화가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최근 대다수 자동차 디자인이 소위 ‘스포티한 루프라인’ 혹은 ‘스포트백 형태의 실루엣’을 남발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이 차만의 쿨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낸다. 그만큼 유리해진 뒷자리 헤드룸과 짐 공간은 덤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차체 옆면에 예쁜 아치 형태로 맺히는 리플렉션에 눈길이 갈 테다. 이 둥근 리플렉션은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실루엣에 우아한 생동감을 더한다. 일반적인 차들의 옆면 리플렉션이 주로 직선적인 것에 비하면 제법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실내 또한 북유럽 특유의 심플하고 스마트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가장 재미있는 디자인적 특징은 가죽 부츠가 없는 오픈 타입 게이트의 6단 수동변속기.

 

 

왜건은 도로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워 존재감이 돋보이는 것 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SUV처럼 차체가 둔해지지 않고, 슬림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넓은 짐칸을 확보할 수 있다. 주행 성능 또한 세단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볼보는 왜건을 유독 잘 만드는 자동차 회사 중 하나다. 볼보는 세단과 짝을 이루는 왜건 모델을 거의 항상 선보여왔다. 특히, 1994년 BTCC 투어링카 레이싱에도 850 세단 모델이 아닌 왜건형 에스테이트 모델로 출전할 정도로 왜건에 진심인 브랜드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길지만, 공력 성능이 세단보다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에 근거해 최종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레이싱카는 역대 가장 쿨한 레이싱카로 회자되기도 한다. 이런 스토리에서도 섹시함을 느끼는 건 설마 나뿐인가? 
정영철(에레보 파운더&디렉터)

 

 

포르쉐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

 

 

왜건의 매력은 실용성에서 나온다. ‘(실용성이) 디자인에 잡아먹히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요소가, 왜건에서는 디자인까지 예뻐 보이는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기존 타이칸이 빼어난 공력 성능과 디자인을 위해 포기했던 요소를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B필러를 지나 C필러까지 길게 이어진 루프라인은 부족했던 트렁크 공간과 2열 헤드룸을 넉넉하게 확보해주고, 높아진 하체는 불룩 솟은 과속방지턱만 지나도 바닥이 긁히던 불쾌한 경험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 이렇듯 실용성을 챙기면서도 최고출력 680마력이란 무지막지한 힘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3초 만에 돌파한다.

 

 

그렇다, 타이칸 크로스 투리스모는 왜건의 실용성을 갖춘 영락없는 포르쉐 스포츠카다. 게다가 기존 타이칸의 매력 포인트이던 뒤 펜더의 볼륨감은 그대로 챙긴. 아, 끝없는 매력에 치인다. 
홍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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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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