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CAR


610마력 VS. 440KW, 아우디 RS e-트론 GT vs. 아우디 R8 V10 퍼포먼스

아우디가 만든 고성능 전기차와 내연기관 고성능 쿠페를 몰며 자동차와 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했다

2022.08.22

 

현재와 미래, RS e-트론 GT

 

 

내연기관차를 오랫동안 만든 자동차 회사가 대부분 그렇듯, 아우디도 전기로의 동력원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아우디는 현재, 특별한 미드 엔진 쿠페 R8 V10 퍼포먼스와 순수 전기차를 함께 만들어 내놓고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는 듯하다.

 

아우디의 첫 양산 고성능 전기 세단인 RS e-트론 GT는, 눈에 들어오는 부분과 마주치는 순간부터 만감이 교차하는 차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뼈대에 다른 아우디 차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적당히 입힌 느낌이다. 차체 형태 자체는 그럴 수 있다. 공기역학 특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실루엣은 거의 한 방향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차는 ‘나는 아우디요’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새로운 시대의 아우디 디자인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면 그 또한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형제차라 할 타이칸이 자신의 성격을 ‘4도어 스포츠카’라고 이야기한다면, RS e-트론 GT는 이름처럼 GT를 지향한다.

 

물론 이름에 포함된 RS나 e-트론도 차의 성격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기능적 요소는 첨단이고 미래적일지언정, 실내 전체가 발산하는 분위기와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은 은근히 보수적이다. 가로로 펼친 대시보드에 또렷하게 운전자만 향하고 있는 계기반은 운전자 중심의 실내 구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래적이라기보다는 기존 아우디 스타일의 변주라는 느낌이다. 물론 고급스러운 치장은 아우디답다.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는 카본 장식, 고급스러운 가죽과 알칸타라가 적당히 어우러진 내장재, 그리고 스포티한 디자인에 빨간색 재봉선이 망막을 자극하는 스포츠 시트는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다만 요즘 아우디는 여러 차에 터치 인터페이스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RS e-트론 GT는 그런 흐름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센터페시아 아래에는 여러 개의 물리적 버튼이 실내 환경 조절과 주행 특성 및 운전 보조 기능에 해당하는 두 영역으로 나뉘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레버도 버튼도 아닌, 센터콘솔에 묻혀 있는 작고 네모난 뭉치를 밀고 당기는 식으로 움직여 주행 방향을 고르는 방식도 조금은 낯설다.

 

트렌디하지만 어색한 기어 버튼 

 

스스로를 GT라고 강조하면서도 운전자 중심이라는 것은 실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뒷좌석은 공간 자체는 충분하지만 등받이가 세워져 있어 썩 편안하지는 않다. 뒤로 갈수록 비스듬히 누운 지붕선을 생각하면 머리 공간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트렁크는 크기도 접근성도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차체 앞쪽 보닛 아래에도 적재 공간이 있기는 하다. 이른바 ‘프렁크’가 정말 실용적인지는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낫다.

 

RS e-트론 GT는 폭스바겐 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뼈대, 앞뒤 차축에 모터를 하나씩 달아 네바퀴굴림 방식을 구현한 동력계 구성, 800V 전기 시스템, 뒤 차축의 2단 변속기, 93.4kWh 용량의 배터리,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포르쉐 타이칸과 공유한다.

 

“RS라는 이름이 붙는 모델이라면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

 

GT는 원래 넘치는 힘을 바탕으로 먼 거리를 안락하면서 안정감 있고 빠르게 달리는 걸 가장 큰 덕목으로 꼽는 장르다. 게다가 RS라는 이름이 붙는 모델이라면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

 

달리기에서도 어느 곳에서는 내연기관차의 흔적을, 어느 곳에서는 전기차의 장점을 느낄 수 있다. 힘 자체가 강력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어떻게 달리더라도 힘을 낭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데서는 전기차의 속성을, 평범한 전기차들과 달리 속도 영역에 관계없이 힘차게 가속하는 느낌이 드는 데서는 내연기관차의 속성을 느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낯설지만 다른 한편으론 재미있다.

 

 

강력한 내연기관차의 상징인 가속의 포효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저속으로 움직일 때 차 밖으로 나는 인공 주행음을 들으면 은근히 재미있다. 가상의 소리이긴 하지만 8기통 엔진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리듬의 소리가 낮은 톤으로 굵게 들린다. 스티어링 휠의 패들로 조절하는 회생제동 강도는 설정을 가장 강하게 해도 거슬릴 만큼 과격하게 개입하지 않는다. 그 역시 내연기관차와 닮아 있다.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정확하게 속도를 올리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은 전기차의 디지털적 특징을 보여준다. 그러나 가속하고 감속할 때,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달라지는 차의 움직임은 칼같이 똑 부러지지는 않는다. 특히 노면이 울퉁불퉁한 곳을 지나거나 큰 커브에서 페달과 스티어링 휠 조작에 변화를 줄 때는 차체 움직임이 크지 않으면서도 충격에 꽤나 너그럽게 반응한다. 그런 느낌은 ‘전기차라도 GT는 GT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주행 모드를 돌아가며 설정하고 똑같이 급가속을 해본다. 다이내믹 모드의 가속은 RS라는 이름에 손색없다. ‘쾅’ 소리만 나지 않을 뿐, 가속감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다. ‘움찔’하자마자 시속 100km를 넘어간다. 그리고 2단 변속기를 활용하는 구동계는 상당히 높은 속도 영역까지 강력한 성능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만든다.

 

과격한 디퓨저뿐 배기구는 없다 

 

다른 주행 모드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지만, 그래도 직선 그래프를 그리듯 고르게 속도를 붙여나간다. 편안하고 다루기 좋지만 재미는 없다. 내연기관차에서는 달리는 질감이 치밀할수록 좋은 느낌을 주는데, 이상하게도 RS e-트론 GT는 그렇지 않다. 상대적으로 R8 V10은 훨씬 더 거칠고 불편하지만, 달리는 질감은 훨씬 풍부하고 속도 올리는 과정은 더 재미있었다.

 

RS e-트론 GT에 ‘지금 경험할 수 있는 미래’ 같은 표현은 썩 어울리지 않는다. 차를 이루는 수많은 요소가 서로 다른 목소리로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이 뒤섞여 색다르고 조금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어느 하나도 극단적으로 미래적 모습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최신 전기차 기술을 브랜드 성격에 맞춰 조율하고 합리적으로 타협해 만든 차라는 느낌은 분명하다. 그 결과가 빠르고 화려하고 편안한 차라는 GT의 본질에 충실한 것도 사실이다. RS e-트론 GT를 통해 아우디는 자동차 동력원의 전환기를 대변하는 GT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과거와 현재, R8 V10 퍼포먼스

 

 

R8은 아우디의 정점에 선 고성능 쿠페, 아니 그들의 슈퍼카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의 차이자 슈퍼카만 만드는 한 집안 람보르기니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고성능 쿠페다. 혹자는 비교적 합리적(?)인 슈퍼카라고도 한다. 일견 동의한다.

 

2006년 데뷔, 2015년 2세대로 진화한 후 벌써 7년이 흘렀다. 그 탓에 인기와 관심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R8은 여전히 아우디의 보물이자 전동화의 거센 파도에 등대 같은 고성능 내연기관 모델로 존재하고 있다.

 

 

R8은 순수하고 직관적이다. 자연흡기 V10 5.2ℓ 엔진을 등 뒤에 품고 610마력을 낸다. 레드존은 8500rpm부터. 그 흔한 터보나 슈퍼차저 같은 과급 장치의 조력도 거부한 채 진하고 순수하게 엔진 출력으로 거대한 힘을 만들어 질주한다.

 

고회전 영역에서는 10기통 대배기량 자연흡기 특유의 저릿하고 매력적인 울부짖음으로 포효한다. 거장이 열정을 바쳐 만들어 넣은 고성능 전기차의 사운드 따위가 범접할 수 없는 진짜 소리다.

 

 

아우디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하는 RS e-트론 GT가 전기차의 정점에 위치한 고성능차라면 R8은 엔진의 정점에서 대척을 이루는 슈퍼카다. 정지에서 시속 100㎞ 가속은 단 3.1초. 전기차의 가속 성능을 보듯 단순히 제원상 숫자로 봐서는 안 된다.

 

버튼을 켜듯 가속페달에 반응해 최대토크를 울컥 토해내는 전기차의 가속감과 압축 폭발과 피스톤의 물리적 움직임, 변속기의 톱니바퀴 등 복합적인 과정이 만들어내는 5.2ℓ 자연흡기 엔진의 가속은 색과 결이 천지 차이다. 레드존까지 매끈하고 부드럽게 치솟으며 타이어를 짓이기며 내달리는 강력하고 치밀한 슈퍼카의 출력 성능과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사운드 앞에서 ‘이것이 진짜 자동차이자 운전’임을 실감한다.

 

 

겉모습이나 실내 품평은 접어두자. 데뷔 당시보다 옅어지기는 했지만 생김새는 슈퍼카답다. 낮게 웅크린 도발적 차체 비율, 유리 커버 너머로 보이는 차체 가운데 깊숙이 들어찬 10기통 엔진 등 여전히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2인승 실내는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세월 탓에 실내 구성과 분위기의 트렌디함은 떨어지지만 내연기관차의 감성과 주행의 쾌감 앞에서는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아쉬움들이다.

 

R8은 슈퍼카다. 하지만 교통량 많은 도로나 낮은 rpm으로 정속 주행하면 제원상 출력이 진짜인가 싶을 만큼 겸손하게 반응한다. 흔해진 과급 엔진과 전기차에 몸이 익숙해진 탓에 자연흡기 엔진의 특성과 감각이 옅어진 탓이다. R8은 엔진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쓰며 높은 rpm으로 다그칠수록 본모습이 도드라진다.

 

“R8은 엔진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쓰며 높은 rpm으로 다그칠수록 본모습이 도드라진다.”

 

재미와 유쾌함을 넘어 슈퍼카의 담대한 출력이 주는 공포감까지 느끼게 된다. 고속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전기차 출력 그래프와 달리 R8은 다그칠수록 운전자를 도발한다. 네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냐는 듯.

 

R8의 가장 큰 장점은 주행 성능, 그중에서도 핸들링 성능이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전기차라도 배터리와 차체 무게가 주는 중량의 한계, 그로 인한 물리적 제약을 벗어날 수 없다. 여기서 R8 같은 슈퍼카급 내연기관차의 장점과 매력이 빛을 발한다. 넓고 낮은 차체와 MR 구조, 가로로 접촉면이 넓은 고성능 타이어 등이 힘 모아 만들어 선사하는 운동 성능에 범접할 수 없다.

 

차체 한가운데 박힌 610마력짜리 V10 엔진

 

물론 고속주행 능력도 기대 이상이다. 차체가 떠오르고 스프링이 늘어나려는 찰나의 순간에 댐퍼는 단단하게 차체를 잡아끌며 언제든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대단히 빠르게 달린다.

 

놀라운 고속주행 성능 탓에 실제보다 체감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여기에 10기통 자연흡기 엔진과 배기 시스템이 만드는 특유의 사운드까지 더해지면서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엔진차가 만들어낼 수 있는 매력의 정점을 찍는다.

 

 

R8은 아우디의 상징이자 정점에 존재한다. 그들이 이제껏 쌓아 올린 차에 대한 기술력과 열정을 한데 모아 완성한 간판스타인 것이다. 전동화의 거센 물결 앞에 R8처럼 순수하고 뜨거운 슈퍼카의 미래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제아무리 완성도 높은 고성능 전기차일지라도 R8의 순수하고 직관적인 맛과 매력까지 온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전동화로의 진화는 당연한 수순이고 환영할 일이다. 훌륭하고 매력적인 내연기관과의 공존과 상생이 필요할 뿐이다. 

이병진

 

 

 

 

모터트렌드, 자동차, 시승기, 비교시승, 아우디, RS, e트론, GT, R8, V10, 퍼포먼스, 슈퍼카, 스포츠카, 전기차, EV, 고성능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이병진PHOTO : 이성연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