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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 토요타 GR86 VS 현대 아반떼 N

운전 재미 좋은 수동 기반 경량 양산 모델의 씨가 마른 지금. 끝까지 생존하길 바라는 GR86과 아반떼 N을 사이에 두고 어느 쪽 운전석에 오를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2022.09.10

 

 

이보다 더 순수할 수 없다! 토요타 GR86

 

“2.4ℓ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의 최고출력은 231마력, 최대토크는 25.5kg·m로 겸손하지만 경량 뒷바퀴굴림 수동 쿠페에서 아쉬움은 없다.”

 

옆 차 문콕을 신경 쓰며 살며시 도어를 열고 시트에 오른다. 도어가 길어 타고 내리기 다소 불편하지만 디자인 멋있는 쿠페니까 괜찮다. 가죽과 알칸타라로 치장한 세미 버킷 시트에 오른다. 다리 없는 의자에 앉은 듯 바닥에 착 달라붙은 시트 포지션이 생각보다 낮다. 최근 몇 년 사이 경험한 모델 가운데 가장 낮은 차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클러치와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고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간만의 수동이라 괜히 마음이 달뜬다. 기어 레버를 1단으로 밀어 넣고 출발. 클러치 유격부터 확인한다. 절반 이상 클러치 페달을 떼야 동력이 전달되는 세팅이다. 누적 주행거리 5000km를 넘긴 시승차라 클러치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신경 써서 세심하고 정확히 다뤄야 한다. 아무튼 수동변속 적응 완료.

 

 

가벼운 무게답게 출발부터 경쾌하다. 동시에 단단하고 든든하다. 마치 일본 스포츠카 전성기로 치닫던 1990년대 스포츠카에 오른 듯 흡족하다. 클래식하고 직관적인 실내 구성, 주저 없고 빈틈없이 운전 자세를 다잡아주는 질감 좋은 세미 버킷 시트, 단출한 옵션 등이 순수함을 뽐낸다.

 

한가한 도로 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GR86을 다그치기 시작한다. 주행 안정성을 최소화해 극한의 운전 재미를 즐길 수 있는 트랙 모드 외에 다른 주행 모드는 없다. 수동변속 자체가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수십 가지 주행 모드를 구사할 수 있으니 당연하다. 에코와 스포츠 모드를 언제든 바꿔 달릴 수 있는 것은 운전자 재량이다.

 

 

지름 362mm로 토요타 모델 가운데 가장 작은 스티어링 휠이 손에 착착 감겨 돈다. 더불어 기어 레버를 다룰 때 오른팔이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낮고 평평하게 센터 터널을 설계한 덕에 동작이 편하고 자유롭다. 7000rpm을 상회하는 레드존 부근까지 시원하게 엔진 회전수를 돌려대며 속도를 높여본다.

 

레트로한 실내. 실용적이고 직관적이라 보기 좋고 다루기 쉽다

 

4기통이지만 4000rpm 이상에서 들려오는 엔진음과 배기음이 카랑카랑하게 실내를 파고든다. 자연스럽고 순수한 경량 스포츠카의 매력적인 소리에 취한다. 배기량과 엔진 출력이 제한적인 탓에 폭발적인 가속감은 없지만, 자연흡기 특유의 꾸준하고 자연스러운 출력 반응과 1300kg이 채 되지 않는 무게, 뒷바퀴굴림과 낮은 무게중심이 한데 모여 어떤 차에서도 느끼기 힘든 순수한 스포츠카의 운전 재미를 강조한다.

 

 

시트 높이만큼 낮게 자리 잡은 2.4ℓ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의 최고출력은 231마력, 최대토크는 25.5kg·m로 겸손하지만 경량 뒷바퀴굴림 수동 쿠페에서 아쉬움은 없다. 오히려 출력에 대한 부담을 줄여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GR86은 와인딩에서 특히 더 빛나기 시작했다. 가속페달을 툭 한 번 찬 후 아랫단으로 변속하며 코너 진입. 가벼운 차체와 낮은 무게중심, 뒷바퀴굴림  쿠페를 수동 변속해 한계를 저울질하며 달리는 재미에 시나브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하체가 끈끈하고 든든하게 노면을 움켜쥐고 착착 감겨 돌아 코너를 공략해나갔다.

 

 

뒷바퀴굴림이지만 높은 타이어 한계 그립과 낮은 무게중심, 견고한 차체와 다부진 서스펜션, 끈끈한 타이어들이 평소보다 더 빠르고 적극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진득하고 끈끈하게, 그리고 날카롭고 정확히 머리를 틀어대는 핸들링 또한  인상적이다.

 

전자식인데 잘 만든 유압식 스티어링 같은 감각이 운전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자연흡기 엔진의 꾸준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에 수동과 경량 차체가 만나 명랑 쾌활하게 속도를 오르내리며 코너를 압도하며 점점 속도도 높아졌다. GR86과 빠르게 익숙해지면서 차와 내가 교감하는 정도도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다.

 

 

어느 한 부분이 특별히 반짝이지 않지만 그 자체가 매력적인 존재들이 있다. GR86 같은 차들이 그런 부류다. 작고 다부진 크기와 낮은 실루엣, 단정하면서 동시에 공격적인 비율, 수평대향 엔진 덕에 낮고 넓게 완성한 보닛과 차체, 넓고 시원하게 뚫린 앞 그릴과 허세보다 실용과 활용성을 고민해 골라 신은 17인치 타이어, 알루미늄 리어 윙 스포일러와 삼각 반사경을 품은 디퓨저, 두 개의 배기구 등 무엇 하나 허투루 손대거나 대충 마무리하지 않은 꼼꼼함과 경량 스포츠카에 대한 집요함이 배어 있다.

 

 

이번 기사는 “지금 구매 가능한 모델 가운데 낮은 배기량에 운전 재미 좋은 수동 모델이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고, GR86과 아반떼 N이 후보군이었다. 둘을 번갈아 경험 후 GR86을 선택했다. 실용성과 편의성, 화려한 옵션과 현란한 최신 기술은 다소 떨어지지만 보다 선명하고 순수한 운전 재미에서 GR86이 월등했다.

 

가벼운 차체와 수평대향 엔진, 뒷바퀴굴림과 수동변속 쿠페, 그리고 모터스포츠에 대한 토요타의 열정까지. 이 같은 모델이 브랜드를 통해 공식적으로 또 나올 수 있을까? 부디 건승하고 영원하길 바라며 파이팅! 

이병진

 

 

 

 

단 하나의 마스터피스, 현대 아반떼 N

 

“아반떼 N은 코너에서 e-LSD를 통해 오히려 속도계 바늘을 높인다. 지금까지 어떤 앞바퀴굴림차와도 다른 움직임이다.”

 

수동변속기를 사용했다는 점을 제외하고 아반떼 N과 GR86은 너무도 다른 차다. 처음부터 경량 쿠페로 만들어진 GR86과 달리 아반떼 N은 패밀리 세단을 기본으로 한다. 태생적 한계가 뚜렷하다. 아반떼 N이 GR86 옆에만 서면 너무 뚱뚱해 보이는 이유다. 게다가 GR86은 뒷바퀴를 굴리지만 아반떼 N은 앞바퀴를 굴린다.

 

하지만 고성능을 품은 차일수록 평범한 외모가 더 끌리는 특이 취향을 자극한다. ‘수동+고성능’ 조합이 국산 패밀리 세단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아반떼 N 외모가 지금보다 더 평범했으면 좋겠다. 시승차의 하늘색 대신 검은색이나 흰색을 고른다면 딱 좋을 것 같다.

 

 

평범한 외모만큼 아반떼 N은 도심 주행에 잘 녹아 든다. 수동변속기를 다룰 때 가장 겁나는 일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마주치는 빨간 신호등도 아니고, 빠르고 정확하게 변속을 해야 하는 서킷 주행도 아니다. 바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도심의 정체 구간이다. 클러치를 바쁘게 밟아대다 보면 힘에 부친 허벅지 근육에 쥐가 나기 일쑤다.

 

다행히 아반떼 N의 변속기 기어비는 1단에서 시속 8km까지 내려도 엔진이 부르르 떠는 일은 없다. 앞차에 일부러 바짝 붙어 운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웬만해서 클러치 조작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변속이 귀찮다면 1단으로 시속 40km까지 커버할 수도 있어 어지간한 정체 구간은 큰 문제 없이 지날 수 있다.

 

 

수동 기어를 조작할 때도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 넣으면 제자리를 찾아 쏙쏙 빨려 들어간다. 클러치 페달은 작동 범위가 넓어 반 클러치 조작에 유리하고 클러치 미트 구간도 넓어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연출하기 수월하다. 이전 N보다 유연해진 하체 세팅은 노면의 요철을 한결 부드럽게 처리해 부담스럽지 않다. 여기까진 아반떼 N으로 부모님을 모시거나 아이를 태울 경우를 감안한 평범한 모습이다.

 

숨어 있던 감각들을 깨우기 위해선 스티어링 휠에 붙은 하늘색 N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으로 준비 끝이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저항이 거세지고 배기음도 으르렁대며 분위기를 돋운다. 한껏 달아오른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도 가속페달을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 차를 움찔거리게 만든다. 출력은 GR86보다 49마력이나 높은 280마력을 뿜어낸다.

 

숨어 있던 감각을 깨우려면 스티어링 휠 하늘색 N 버튼을 한 번만 누르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1초나 더 빠르다. 만약 서킷에서 경쟁한다면 분명 유의미한 출력 차이다. 기록 경쟁에서 소위 ‘깡패’는 언제나 출력이 높은 쪽이다. 게다가 수동 기어와 맞물려 엔진 출력을 온전히 앞바퀴로 전달하는 건 물론이고 트레드 폭 245mm의 미쉐린 PS4S 타이어를 순정으로 장착해 출력을 지면까지 손실 없이 쏟아낼 수 있다.

 

노면을 강하게 붙드는 타이어 덕분에 코너를 앞두고 과한 제동은 필요 없다. 레브매칭이 기어를 낮추면 알아서 RPM도 띄워준다. ‘힐앤토’ 능숙자라면 레브매칭을 끄고 차를 더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도 있다. 사실 코너에 진입한 앞바퀴굴림차들은 보통의 경우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러나 아반떼 N은 다르다. 코너링 중 가속페달을 깊게 밟을수록 코너 안쪽으로 빨려 들어간다. 심지어 속도 계기반의 숫자는 더 높아진다. e-LSD를 통해 오히려 가속페달을 더 밟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분명 지금까지 어떤 앞바퀴굴림차와도 다른 움직임이다.

 

하체 세팅 역시 N 모드에서 바짝 조여진다. 아스팔트를 박박 긁는 주행감각으로 엉덩이를 통해 노면의 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헤어핀에 들어서도 차체는 꼿꼿이 상체를 세우고 네 바퀴를 지면에 밀착시킨다. 당연히 이어지는 코너에서 무게중심이 흐트러지는 일 역시 없다.

 

 

굽이진 길을 빠져나와 노멀 모드로 바꾸자 실소가 번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얌전해진 움직임 때문이다. 아반떼 N의 가격도 미소를 자아낸다. 거의 모든 옵션을 다 넣은 시승차 기준 3000만 원대 중반이다. 함께 나온 GR86과 비교하면 100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그럼에도 일상에서는 편안함을, 굽이진 길에서는 즐거움을, 서킷에선 더 나은 기록까지 담아낼 가능성이 크다.

 

출력을 지면까지 손실 없이 쏟아내는 비결은 타이어다

 

태생적으로 주행의 순수함은 GR86이 앞설지 모른다. 그럼에도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은 아반떼 N은 모든 면에서 GR86을 앞선다. 적어도 이 가격대에서 일상과 서킷을 오갈 수 있는 차는 아반떼 N뿐이다. 더불어 아내를 설득할 수 있는 단 한 대의 고성능차도 아반떼 N뿐이다. 

홍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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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병진PHOTO : 이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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