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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VS ELECTRICITY

가장 포르쉐다운 911 카레라 4 GTS와 그들의 미래인 타이칸 GTS. 둘 사이에서 포르쉐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살폈다

2022.09.11

 

 

다재다능으로 극대화한 내연기관의 축포,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쿠페

 

 

포르쉐에서 GTS라는 이름의 트림이 갖는 의미는 좀 특별하다. 기본형에서 시작하는 트림 계층이 점점 위쪽으로 올라가다,  레이스와 럭셔리라는 뚜렷한 지향점을 가진 모델들로 갈라지는 분기점에 놓이는 모델이 GTS다. 성능과 핸들링 특성은 경주차 못지않게 조율하지만, 일상에서 쓰기에 너무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바람직하게’ 타협한 트림이다.

 

지금은 포르쉐 라인업에 모두 포함된 트림이어서모델에 따른 의미가 크게 와닿지 않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적어도 포르쉐 스포츠카 혈통의 중심에 있는 911만큼은 세대가 바뀌더라도 GTS 트림의 성격을 잘 지켜왔다. 기술 면에서는 럭셔리를 지향하는 911 터보의 섀시에 911 카레라 라인업의 엔진을 바탕으로 성능을 최대한 높여 쓴다는 것이 일관된 원칙이었다.

 

 

물론 처음 911 라인업에 GTS 트림이 추가된 997 후기형부터 지금까지의 변화 과정을 되짚어보면, 이번에 시승한 최신 911 카레라 4 GTS는 역대 911 GTS 중에서도 가장 ‘순한 맛’이어야 할 기계적 구성을 갖추고 있어 보인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달라지는 질감과 고회전 영역에서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흡기 엔진 대신 트윈 터보차저 엔진을 얹었다는 점, 날카로운 스티어링 반응과 절묘한 핸들링 특성의 원천이라 할 뒷바퀴굴림 구동계가 아닌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쓴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과거에 비하면 훨씬 더 호화롭게 꾸밀 수 있을 만큼 옵션 선택의 폭이 아주 넓어졌다는 점도 전통적인 GTS의 개성을 희석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그럼에도 911 카레라 4 GTS를 몰고 달리면서 순간순간 찾아오는 특별한 느낌은 그런 예측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태생이 스포츠카라, 억제된 위아래 움직임이나 묵직한 스티어링, 뒤통수 쪽에서 들려오는 굵직한 배기음 같은 특성들은 일상적으로 몰 때에는 아주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어도 조금 불편하기는 하다. 속도를 차츰 높여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야 편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시트에 앉아본 사람은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감각을 두고두고 그리워할 것이다

 

핸들링, 가속, 제동, 변속과 같은 조작으로 차에게 스포티한 본성을 드러내도록 자극하면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터보차저를 달았음에도, 엔진 회전계 바늘이 레드존에 점점 가까워져도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힘은 자연흡기 엔진에 견줘도 손색없다. 필요할 때 앞바퀴에 적당한 구동력을 넘겨주었다가 슬며시 힘을 빼는 네바퀴굴림 장치는 빠른 페이스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에도 뒷바퀴굴림 차의 짜릿한 감성에 네바퀴굴림 차의 든든함을 슬쩍 얹어서 전한다.

 

 

좀 더 스티어링이 날카로운 느낌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일반 도로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드라이빙의 한계를 생각하면 강렬한 감성은 어느 정도 양보하는 것이 낫다. 게다가 GT3 정도 되지 않으면 991 세대 이후 911 모델에서는 굴림 방식에 따른 스티어링 감각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에 흠잡을 거리는 되지 않는다. 게다가 빠른 변속, 또렷한 배기음, 정확한 제동과 정직한 페달 반응은 어느 하나 스포티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런 특성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차의 색깔은 여전히 밝다. 일상적으로 몰 때에는 아랫급 911의 너그러움을 보여주다가도, 마음먹고 차를 힘차게 몰면 감성을 자극하는 수많은 요소가 스포티한 느낌을 한껏 증폭시킨다.

 

차를 모는 맛을 순하게 만들고, 짜릿함을 억누르는 장애물이 되리라 여겼던 기계적 구성은 오히려 GTS를 더 다재다능한 차로 만든 셈이다. 그리고 함께 시승한 타이칸 GTS의 느낌과 비교하면 911 카레라 4 GTS의 의미와 매력이 더 강렬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GTS라는 트림 이름이 붙었다는 점은 같지만, 솔직히 타이칸 GTS는 타이칸 4S와 터보의 틈새를 메우는 모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주행 특성만 따지면 지난달 시승했던 아우디 RS e-트론 GT와의 차이점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911 카레라 4 GTS는 그렇지 않다. 여전히 GTS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요소가 살아 있고 그들 모두 사방에서 운전자의 서로 다른 감각을 자극한다.

 

 

앞으로 시간이 흘러 전기차로 스포츠카를 처음 접하는 세대에게는 911 카레라 4 GTS 같은 차가 스포티함을 호소하며 운전자에게 전하는 수많은 자극이 그저 피곤하게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감성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양하고 풍부한 감각적 자극을 두고두고 그리워할 것이다. 저물어가는 내연기관의 시대가 아쉽고, 911 카레라 4 GTS의 다재다능함이 유난히 고맙게 느껴지는 이유다.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여전히 포르쉐다운 그들의 미래, 타이칸 GTS

 

 

마감 중 날아든 메일 하나. '타이칸, 뉘르부르크링에서 랩타임 신기록 경신'. 타이칸 터보 S가 7분 33초라는 신기록 랩타임을 공식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퍼포먼스 키트와 트랙 주행을 위한 필수 장착 아이템인 롤 케이지와 레이싱 시트를 제외하고는 양산 모델 그대로였다. 공차중량 역시 양산 모델과 동일했다. 

 

거스를 수 없는 전기차 대세 흐름에 혈통 좋은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도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물론 훨씬 전부터 전기차에 대한 포르쉐의 접근은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양산 전기차 타이칸의 시작은 2019년부터였다. 벌써 3년이 지나면서 타이칸 기본 모델부터 고성능 터보 S까지 라인업을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포르쉐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는 모델에 최근 국내 입성한 타이칸 GTS가 초대됐다.

 

 

포르쉐 라인업에서 GTS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Gran Turismo Sport)의 약자로, 포르쉐의 모터스포츠 정신에 기반해 서킷과 일상 주행을 모두 아우르는 보다 특별한 모델명 뒤에 GTS를 붙인다. 서킷과 트랙 데이에 잘 어울리지만 출퇴근도 가능한, 보다 포르쉐다운 모델인 셈이다. 그리고 전기차 타이칸도 GTS를 추가했다.

 

솔직히 타이칸 GTS는 포르쉐의 여타 GTS 모델에 비하면 성격이 모호하다. 배터리 용량과 모터 출력으로 주행거리와 출력을 가늠하는 전기차 특성 탓에 타이칸의 다양한 파생 모델마다의 개성과 색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타이칸 GTS는 기본형 타이칸과 터보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전략 모델 성격이 더 크다. 타이칸 4S와 터보 사이에 자리 잡고 530마력과 680마력 사이에서 598마력으로 간극을 채운다. 150마력이라는 출력과 가격 안에서 선택을 망설이는 이들을 위한 괜찮은 선택지의 추가인 것이다.

 

물론 포르쉐는 타이칸 GTS만의 개성을 더하기 위해 크고 작은 부분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앞 에이프런과 사이드미러 하단, 창문 테두리 등에 GTS 고유의 검정 또는 다크 틴트로 포인트를 더하고 무광 알루미늄으로 우아함과 다이내믹함을 강조했다.

 

 

루버를 적용한 리어 디퓨저는 타이칸 터보와 흡사하고 20인치 기본 휠에 21인치 휠을 옵션으로 고를 수도 있다. 무광 탄소섬유와 카민 레드 또는 다른 컬러로 대비를 이루는 GTS 실내 패키지도 옵션이지만 추가할 수 있다. 투명도를 조절해가며 풍광을 즐기는 라이트 컨트롤 기능까지 더한 파노라마 루프 또한 GTS 특징 중 하나다.

 

적잖은 부분에서 차별화를 꾀했지만 GTS라고 딱히 내세울 만한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한 건 다소 아쉽다. 포르쉐는 타이칸이라는 하나의 전기차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 모델을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타이칸 GTS는 함께 등장한 911 카레라 4 GTS와의 직접 비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원초적이고 생생하게 팔딱거리는, 어쩌면 엔진차의 정점에 존재하는 맹수와 최신 전자회사가 공들여 만든 것 같은 최신 스마트 모빌리티를 비교해야 하는 입장과 비슷한 탓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색과 콘셉트, 지향점, 반응과 감각을 품은 두 모델은 포르쉐라는 한 회사가 개발하고 생산한다.

 

국내 등장한 거의 모든 전기차를 시승한 입장에서 돌아보면, 모든 전기차의 절반은 엇비슷하다. 무거운 차체, 낮은 무게중심, 스위치 켜듯 가속페달에 반응하는 모터 출력 등 비슷한 기본 재료로 차를 요리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전기차의 구조적 한계다. 차이는 나머지 절반에서 나오고 승패를 좌우한다.

 

 

비슷한 재료를 어떻게 조리하고 양념을 더하는가는 브랜드의 능력에 좌우되는 것이다. 그중에서 포르쉐는 거의 최고 수준의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카이엔을 만들었을 때 대중은 SUV가 아니라 여전히 포르쉐라며 그들의 능력을 인정했다. 타이칸 역시 전기차지만 포르쉐다운 색과 감각, 완성도와 상품성이 분명하다. 일상에서 영위할 수 있는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가 내놓은 타이칸은 전기차지만 포르쉐다운 색과 맛이 풍부하고 선명하다.

 

어떤 측면에서 주행 질감은 911보다 더 직관적이기도 하다. 내연기관 포르쉐의 물리적 과정과 지축을 흔드는 포악한 소리 대신 우주선에서 날 법한 사운드를 머금고 전기모터가 초반부터 제한속도까지 600마력에 가까운 힘을 꾸준하고 강력하게 발산한다. 적지 않은 타이칸의 무게를 체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무서운 힘으로 다그치며 질주한다.

 

 

가상 사운드를 끄고 달리면 타이칸과 운전, 속도에 좀 더 집중할 수도 있다. 낮은 무게중심, 무게를 체감할 수 없는 담대한 힘, 끈끈하게 지면과 맞닿아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단단하지만 피곤하지 않은 하체 감각, 예리한 칼로 도로를 재단하며 달리듯 직관적인 스티어링 반응, 회생제동 기능을 자동으로 설정하면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인지해 매우 자연스럽게 감속하면서 에너지를 회수하며 달리는 스마트한 감각까지, 그저 포르쉐답다.

 

뜨거운 엔진과 박력 있게 매력 넘치는 소리가 떠난 자리에 처음부터 제한속도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출력과 정숙함을 동반한 안락함, 그리고 친환경이 들어찬 것이다. 

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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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병진PHOTO : 이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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