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가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많았던 국내 첫 전기차 레이스. 지금부터 꼼꼼히 준비해 내년 경기는 보다 더 성공적이기를 바란다

2022.09.13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포뮬러 E 서울 E-프리(E-Prix)가 끝났다. 8월 13일과 14일 잠실종합운동장 특설 트랙에서 열린 경기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공식 챔피언십 시리즈다운, 글로벌 모터스포츠의 정수를 보여줬다. 오전에 예선, 오후에 본선을 치르는 짧은 경기 방식과 어택 모드, 팬부스트 등 다른 모터스포츠와의 차별화  포인트도 분명했다.

 

특히 다른 내연기관 기반 경주차가 아니어서 어떨까 싶었던 소리도 생각보다 충분했다. 특히 시즌 마지막이자 포뮬러 E 사상 100번째 경기였던 14일의 16라운드는 사고와 순위 바꿈 등 볼거리가 가득해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우선 위에 언급한 장점은 대부분 모터스포츠에서 기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다. 바꿔 말하면 모터스포츠를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리둥절한 상황이 된다. 모터스포츠는 준비부터 경기까지 모든 상황에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스포츠다.

 

 

때문에 룰을 모르면 경기 결과를 이해할 수 없고 재미가 떨어진다. 경기의 진행은 국제자동차연맹의 주도 아래 이루어져 깔끔했지만 관람객을 포함한 다른 참가자들에 대해 신경 써야 할 국내 프로모터, 포뮬러 E 코리아의 대응은 아쉬웠다.

 

예를 들어 토요일 경기는 출발 후 첫 랩에서 큰 사고가 발생했고 당연히 경기는 중단되었다. 이러는 동안 주 경기장 안에 있는 관람객 대부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내 중계방송을 통해 상황을 설명했으나 그러기에는 시간이나 관람객 개인들의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했다. 최소한 경기장에 입장한 사람들에게라도 자세한 가이드북이 있었어야 했다.

 

경기장 안내가 부족하고 관람객 동선이 복잡한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잠실종합운동장 동남문부터 주경기장 관람석까지 동선, 화장실과 매점 등의 편의시설, 의무실 등 비상 시설에 대한 안내가 아쉬웠다. 대부분의 관람객이 들어온 동남문에 티켓 부스를 설치하지 않아 현장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한참을 헤매야 했다.

 

 

트랙을 가로지르는 육교는 네 개가 있었지만 사람들이 주로 쓴 것은 17번 코너 앞 하나였다.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 우산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부모들에게는 너무 좁고 경사가 가팔랐다.

 

이번 경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자동차 회사는 포르쉐였다. 별도의 부스를 차린 것은 물론, 예선 후 본선 시작 전 시간을 이용해 자사의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으로 트랙을 체험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반면 시즌 8 종합 우승을 한 메르세데스-EQ나 15전 우승을 한 미치 에번스의 재규어, 화려한 경기를 보여준 DS팀 등 국내 법인이 있는 수입차 회사들은 트랙이 비어 있는 시간 동안 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관람객들에게 본인 회사의 전기차들을 어필하고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말이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을 가져오고 싶지는 않다. 이번 행사는 준비 기간이 길었기에 더 많은 일을 보다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2019년 7월, 포뮬러 E 서울이 열린다는 것을 알렸던 첫 기자회견 이후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내 전기차 판매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의 활동을 전혀 볼 수 없었다는 점은 허탈할 지경이었다.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지원차 용도로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제공할 수는 없었을까? 트랙을 점검하러 들어간 마샬의 차가 ‘허’ 넘버의 내연기관차, 기아 쏘렌토인 건 너무하지 않았나 싶다.

 

포뮬러 E는 올해로 끝이 아니다. 올 12월 시작하는 시즌 9 캘린더에는 5월 20일과 21일, 10전과 11전 장소로 서울이 올라 있다. 장소를 광화문으로 옮긴다는 말이 있는데 남은 9개월은 긴 시간이 아니다. 충분한 사전 홍보와 친절한 안내, 자동차 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자동차의 미래가 전기차에 있다면서 왜 전기차 레이스에는 참여하지 않는가. 꼭 경기에 뛰어 우승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되레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더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내년 경기는 잘 정돈되어 더 멋지게 치르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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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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