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RICAR


가평의 비오는 날, 메르세데스-EQS

메르세데스-EQ의 기함 EQS를 타고, 한 폭의 수묵화같이 호젓한 가평의 풍광을 누볐다

2022.09.18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물러나는 여름은 조금의 미련도 남기지 않으려는지, 마지막 한 방울의 에센스까지 기필코 짜낼 기세로 내렸다. 낮은 밤처럼 어두웠고 밤엔 창밖으로 비 쏟아지는 소리를 이불 삼아 잠에 들었다. 포근한 침구 위에서 뒤척일 때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빗소리는 즐거운 동시에 공포스럽기도 했다. ‘어쩌자고, 이렇게 대책 없이 내리는 걸까.’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라고 했다. 서울의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가 80년 만에 갈아 치워진 것이다. 강북은 좀 나았지만 지대가 낮은 강남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거리에는 삽시간에 차오르는 물난리를 미처 피하지 못한 차들이 두둥실 떠올랐고, 물에 반 이상 잠긴 제네시스 G80의 차주는 보닛에 앉아 해탈한 듯 인증샷을 찍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행인은 고꾸라진 채로 얼마간 떠내려가기도 했다.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폭풍, 홍수, 가뭄 등의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범지구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기상이변의 원인은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다. 현 인류가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80여 년 후에는 거의 모든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불편함들이 이를 지연시킨다.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발목을 잡는 건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다. 비싼 차값과 배터리 등 교체에 드는 비용도 무시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전기차보다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차가 상품적으로 낫다는 생각이다. 프런트는 자동차의 얼굴을 담당하는데, 전기차의 프런트에는 근사한 크롬 그릴 대신 밋밋한 전용 그릴이 채워진다. 이목구비가 흐려진 차에는 쉬이 정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또 전기차의 실내에는 따뜻한 원목이나 말랑하게 몸을 감싸는 가죽 대신 친환경이란 명목의 볼품없는 소재가 곧잘 쓰이곤 한다. 전기차들이 품질 측면에서는 퇴보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든 이유다. 

 

이번 가평 여행에 함께한 차는 메르세데스-EQ의 기함 EQS였다. 출발하는 아침에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고, 창밖은 우중충하다 못해 어두컴컴하기까지 했다. 사실 별 기대 없이 축축한 주차장으로 걸어 들어가 EQS를 만났다. 그런데 웬걸, EQS의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자마자 별안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오는 날의 아침고요수목원

 

계기반부터 조수석 대시보드까지 이어진 MBUX 하이퍼스크린은 활성화되자 마치 미래로 향하는 타임머신에 들어온 듯한 기분 좋은 위화감을 주었다. 평소 거대한 스크린 하나가 전부를 대체하는 인테리어를 개성 없다 여겼는데 EQS의 실내는 생각을 고쳐먹기 충분할 정도로 근사했다.

 

거대한 일체형 스크린과 고급진 앰비언트 라이트, 형형색색 불빛을 머금은 터빈 모양의 송풍구가 어우러진 실내는 미래적이면서도 아방가르드한 모습이다. 조수석 화면에 기본으로 띄워진 비전 AVTR의 이미지 역시 거실에 걸어둔 그림처럼 장식적인 효과를 더하고 있었다. 

 

 

보기만 좋은 게 아니다. EQS에 적용된 MBUX 하이퍼스크린은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자주 쓰는 기능들을 접근이 뛰어난 위치에 우선 배치하는 등 다양한 인포테인먼트와 편의사양 등을 사용자 맞춤으로 제안한다. 또 뒷좌석을 포함해 전 좌석에서 음성으로 선루프나 창문을 여닫는 등의 명령을 입력할 수 있다.

 

더구나 MBUX 내비게이션은 증강현실을 탑재해 실시간으로 경로를 계산하고 교통 상황에 따라 최적의 경로를 안내해준다. 지문, 음성인식, 얼굴인식 등의 생체 인증 방식도 지원해 저장된 사용자 맞춤 세팅을 불러올 수도 있다.

 

 

가평은 서울에서 1~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지만, 훌륭한 드라이브 코스를 내준다. 아름다운 청평호반을 즐길 수 있는 호수 길이나 호명산  자락의 와인딩 코스는 이미 유명하다. 이곳엔 호젓한 자연을 느릿느릿 유람하거나, 골프를 치거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곳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평에 오면 꼭 찾아야 할 곳은 ‘아침고요수목원’이다. 서울 근교에서 수목원이라니, 너무 뻔한 것 아닌가 싶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감히 장담한다. 축령산 한 자락의 10만 평 부지에 조성된 아침고요수목원은 계절마다 다른 테마와 구성으로 정원을 꾸민다.

 

 

오직 자연을 재료로 디자인한 정원은 날씨가 좋든 좋지 않든 그날의 빛과 날씨, 온도·습도와 어우러져 관람자에게 매번 색다른 모습을 내어준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정해진 루트 없이, 외딴 벤치에 앉아 사색에 빠지거나 정자에 널브러져 피톤치드를 즐기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치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침고요수목원에 들르기로 했다면 인근에 위치한 ‘크래머리 브루어리’도 찾아볼 만하다. 물 맑은 가평을 기반으로 유럽식 수제 맥주를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15종의 수제 맥주와 함께 시그너처 버거, 그릴 소시지 등의 요깃거리를 맛볼 수 있다.

 

 

포근한 베이지색 벽돌로 외벽을 쌓은 이곳은 양조장과 다이닝 공간이 인접해 있어 테이블에 앉아 양조장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특한 작명이 눈길을 끄는 'ㅋㅋ에일'은 연한 더치 향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브라운 에일, ‘트로피칼에일’은 파인애플과 패션프루트의 상큼한 과일 향이 느껴지는 맥주다.

 

가평의 자연을 주제로 이곳의 해석을 더한 ‘가평 물안개’란 맥주도 있다. 운전해야 하니 맥주를 마실 수는 없었지만, 마침 묶음 상품을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어 맥주를 트렁크에 실어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휴가 기간이라 그런지 평일인데도 곳곳에서 조금씩 막히는 구간이 나타났다. 그러나 허락되는 한 EQS의 주행 성능을 시험해봐야 한다. 이날 시승한 EQS 450+는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57.9kg·m의 힘을 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는 6.3초의 시간이 걸린다.

 

충분히 세고 빠르지만 2590kg이나 달하는 공차중량 탓에 컴포트 모드에서는 발진감이 대단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넉넉한 힘으로 부침 없이 밀고 나간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행감이다. 조수석에 앉았을 때도 부드럽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운전하니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노면의 자잘한 굴곡을 지그시 누르며 달려 진동이 대부분 걸러졌고, 에어 서스펜션과 적응형 쇼크업소버 덕분에 연이은 과속방지턱에서도 리바운드가 거의 없이 빠르게 자세를 회복했다.

 

전비도 기대 이상이다. 복합 기준 인증 전비가 3.8km/kWh인데, 빗길을 감안해 계속 컴포트 모드로 주행한 결과 평균 5km/kWh를 기록했다. 이 정도 덩치에도 아이오닉 5와 맞먹는 수준이니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윈드실드가 누워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공기저항에 유리한 캡 포워드 스타일이 전비 향상을 돕는 듯하다.

 

이렇듯 누운 윈드실드는 정숙성에도 일조한다. 그러나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사륜조향 시스템이다. 사륜조향 시스템은 특히 주차장에서나 유턴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뒷바퀴가 같이 돌아가면서 회전반경이 크게 줄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코너를 민첩하게 감아 들어가니, 좁은 길에서 돌아 나올 때도 부담이 전혀 없다. 

 

EQ  차징 스테이션이 마련된 스타벅스 더북한강R점

 

어느덧 비가 잦아드니, 가평을 감싸는 산 능선을 따라 산안개가 자욱하다. 서울에서는 비가 지긋지긋했는데, 물안개 서린 가평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듯 사색에 젖게 만든다. 더구나 놀랍도록 부드럽고 쾌적하게 달리는 EQS와 함께 하니, 그야말로 이동하는 갤러리가 따로 없다.

 

뜨끈한 닭국수로 배를 채우고, 트렁크엔 맥주를 두둑이 실었다. 온 길을 다시 밟아 돌아가는 길, 내비게이션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창밖으로 펼쳐진 비경에 좀 더 집중하기로 한다. 조금은 길을 벗어나도 괜찮다. 사륜조향 시스템을 지원하는 EQS와 함께라면, 유턴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메르세데스-EQ 차징 스테이션

 


가평을 향하던 길에 들른 스타벅스 더북한강R점에 설치된 EQ 충전소.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 전기차 고객을 위한 충전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Mercedes-Benz Charge’와 전용 충전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앱을 통해 해당 충전소 사용 예약이 가능할 뿐 아니라, 차의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충전 해두고 자유롭게 쇼핑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EQ 전용 충전소는 스타벅스 더북한강R점을 비롯해 잠실 롯데월드타워, 부산의 신세계백화점에 위치한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여행기, 전기차, EV, 메르세데스, 벤츠, EQS,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크래머리, 브루어리, 수제맥주, 크래프트비어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이상규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